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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ㅣ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제목만으로 언뜻 섬뜩한 느낌이 먼저일 수도 있는 책이지만, 그 세세한 내용을 살피다 보면 참으로 정직하고 바른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종호 교수의 ‘죽음’에 관한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인데, 감정적으로 막연히 생각했던 죽음에 대해 이성적인 생각으로 접근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법의학을 전공하고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은 아주 소수이다. 그들의 사명감이 더욱 빛난다는 사실은 그 길을 가지 않는 우리들이 마땅히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평소에 접하기 어렵지만 아주 궁금한 죽음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는데, 단숨에 읽어가도록 몹시 흥미롭다.
법의학자들이 매주 시체를 보러 가서 그 죽음에 대한 이유를 밝히고 판단하는데, 그 죽음은
보통 집이나 병원에서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서 임종한 경우가 아닌 것들이 많다. 주로 어떤
사건(사망)이 생겼을 때 그들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죽음에는 자연사와 외인사가 있다고 한다. 또한 이 책에는 2008년 세브란스병원의 김할머니의 존엄사로 인해 이슈가 된 연명치료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과 사회적 타살이라고 할 수 있는 자살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죽음을 통해 사회를 바꾸는 경우의 이야기 등 참으로 다양한 죽음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우리 생의 마지막 단계인 죽음이란 것을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이고 맞이해야 할 것인지를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일본의 노인들에게서 활발하게 실천되고 있다는 종활, 즉 장례절차와 유품 처리, 유언 등을 적는 임종노트나 생전 장례 등 다양한 활동을 포함하고 있는 그 문화를 우리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함께 해 보아도 참 좋겠다. 좋은 죽음을 위한 웰다잉법에 대해서도 건강하게 살아있는 지금 바로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역시 그 죽음에서 비켜갈 수 없는 한 존재임을 생각할 때 나의 죽음과 가족들의 좋은 죽음을 위해 반드시 실천하고 싶은 목록들이 생겼다. 연명치료에 대한 거부의사를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겠다는 것과 살아있는 동안 즐겁게 해야 할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실행해 보아야겠다는 것, 웰다잉에 대해 좀 더 깊이 배워봐야겠다는 것 등등이다.
저자가 알려 준 소설가 이문구선생의 죽음에 대한 준비가 존경스러워 소개하고자 한다. 위암 말기 통보를 받고 곧바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했다고 한다.
“내가 혼수상태가 되거든 이틀을 넘기지 마라, 소생하지 않으면 엄마, 동생 손잡고 산소호흡기를 떼라, 절대 연장하지 마라. 화장 후에는 보령 관촌에 뿌려라. 문학상 같은 것 만들지 말고 제사 대신 가족끼리 식사나 해라. 나는 이 세상 여한 없이 살다 간다.”
한국 미용계의 대모라는 그레이스 리가 자신의 장례식에는 국화를 놓지 말고 곡도 하지 말 것이며 탱고를 틀어 달라고 했다는 유언도 실제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참으로 숙연하고 감동스럽지 아니한가? 이 책은 바로 죽음을 통해 우리의 삶을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