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 라는 제목을 보며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흔한 자기계발서 같은 책들과 비슷할 거라는 생각 하나와, 정말로 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는 어떤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었다.
캐롤 재코우스키 수녀가 인디애나 주 세인트메리대학에서 강연한 원고인데 흔한 강연들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캐롤 수녀 자신은 목록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자신이 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은 13페이지에서부터 생겼다. 그녀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그 목록을 만들어 보기를 권했는데, 정말 놀랍게도 나는 열 가지를 다 채우지 못했다. 곰곰이 생각해도 여섯가지밖에 적을 수 없었다. 내 자신이 너무 정신없고, 의미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스스로에게 충격을 받았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권해주는 그 10가지 일들은 어떤 것일까?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내친 김에 다 읽어 낸 작은 책 한 권.
그녀가 권해주는 열 가지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세상 그 누구보다 재미있게 살아라
통찰력을 키워라
하루하루 깊이 있게 살아라
도망 칠 곳을 만들어라
글쓰기로 하루를 마감하라
잠깐이라도 수녀처럼 살아보자
일상의 모든 것에 흥미를 느껴라
한동안 혼자 살아라
자기 자신을 소중히 대하라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 것처럼 살아라
책 전편을 통해 그녀는 ‘지금’을 강조한다. ‘이 순간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으니 바로 지금을 주목해야 한다’ 고 말한다.
그리고 특히 마음에 확 와닿았던 그녀만의 주문은 바로 ‘고독’이라는 것이다. 직장이나 기타 외부에서 분주하고 긴 하루를 보내고 난 후 혼자만의 시간에 고독의 감미로움을 꼭 느껴보기를 권한다. 나 역시 참으로 분주한 하루를 마감하고 나면 깊은 밤이다. 그때가 자정을 넘기기 일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잠들지 않는다. 가족들도 잠이 들고 혼자 깨어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때 느끼는 감정은 나를 힘내서 살게 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고 확신한다. 그 시간을 통해 나만의 통찰력을 키우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또한 그녀의 권면중에 ‘도망칠 곳을 만들어라’ 는 주문이 있는데, ‘시간 죽이기, 빈둥대기, 아무 일도 하지 않기’는 우리더러 반드시 통달하라고까지 말한다. 이러한 현실도피를 통해 창조와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그림, 원예, 페인트 칠, 연기, 집안일, 요리, 건축등 자신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활동을 찾아 최대한 자주 도피하기를’ 권한다. 캐롤수녀는 우리에게 독서를 하되, 렉시오 디비나(성경을 온 마음으로 읽고 되새기는 일로 성독이라고 함)의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하며 더불어 외적인 도피로 피정과 여행을 추가한다.
너무나 힘든 언덕을 오르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그녀의 이러한 주문은 눈물나게 위로가 되고 감동이 되었다. 나에게 지금 가장 위로가 되고 평안이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 것 같다.
한계점에 도달했다 싶을 때 미련하게 밀고 가지 말고 그것들을 놓아두고 최대한 멀리 도피할 것.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간절히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채우지 못했던 목록을 이제는 채울 수 있겠다.
언니의 토닥거리는 위로를 받은 기분으로 행복하게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