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홀수다
김별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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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별아의 산문집. 한겨레신문에 연재될 때, 챙겨 읽던 글들이다.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난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하지만 챙겨 읽었던 글들을 굳이 사서 곁에 두는 이유는 자명하다. 난 그의 글이, 그의 고민을("잡설, 독설, 객설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무슨 말을 할까를 고민하기보다 무슨 말을 하지 말아야 할까를 고민했다."잘 지켜낸 지혜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덕분에 그의 소설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외로워서 그리운 게 아니라 그리워서 가만히 외로워져야 사랑이다."(17면)


"별로 중요하진 않지만 덧붙여 한 가지 밝혀두자면,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자파()'다. 그러니 경계할 것도, 안심할 것도 없다.(...) 인간이라는 아름답고도 끔찍하며, 위대하고도 초라한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빈손이 필요하다. 오직 그러한 인간을 재료이자 과제로 삼는 작가라는 존재로 살기 위해서는 빈손이 절실하다. 빈손은 현실을 재단하지 않는다. 인간을 심판하지 않는다. 소유의 움켜잡음을 위해 헛손질을 하지 않는다. 나는 오로지 '자파'인 작가로 살기에 이렇게 텅 빈 채로 충만하다."(213-214면)


"그러하기에 세상의 중심은 권력자도 아니고 재벌도 아니고 힘든 사람, 어려운 이웃이어야 마땅하다. 타인의 아픔을 돌아보고 보살필 줄 알아야 내 아픔도 이해받고 존중받을 수 있다. 징검다리의 공감은 동정이라기보다 연민이다. 중증장애인을 자녀로 둔 엄마들의 분투기 <담장 허무는 엄마들>의 한 구절처럼, 연민이되 '그 고통만 안타깝게 여기는 연민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고통이 있다는 걸 아는 데서 나오는 연민'이다."(2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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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여성 평론가로 산다는 것 - 평론가 심영섭의 삶과 영화 그 쓸쓸함에 관하여
심영섭 지음 / 열린박물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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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론가 심영섭, 그 예사스럽지 않은 날카로움, 혹은 그 속에 숨기운 명민한 감수성을 마음껏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그는 임상심리학자이지만 영화 평론가로 밥벌이를 한다. '심영섭'이란 필명은 '심리학과 영화를 두루 섭렵한 사람'이란 뜻이란다. 여성권한지수 78위인(아마 영화계에선 더 바닥일 것이다)견고한 '남성 아비투스'의 나라에서, 숱한 남성 감독을 제대로 까는, 그래서 욕먹는 여성 평론가이기도 하다. 평론, 혹은 비평, 하다못해 나같은 '듣보잡 서평'이라도 쓰려는 이들에겐, 적절한 귀감이 되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이 된, 두 번째 순서로 앉혀진 짧은 글 하나 만으로도, 이 책은 매우 좋은 도전이자 위로가 된다. 


"여성 평론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편에서는 은근히 페미니즘적인 시각의 영화 평을 기대하기도 하고 또 한편에서는 페미니즘적인 영화 평만을 쓰는 편협한 영화 평론가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나는 그것이 편협이라면 평론가들은 아직 더 편협해도 된다고 믿는다. 오히려 영화 평론가들의 문제 중 하나는 어떤 이론적 바탕과 인문학적 소양 위에서 글을 쓰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제는 알겠다. 이론을 가지고 영화에 대해 꿰어 맞추는 것이 가장 쉽다. 텍스트에 집중할 것. 그러나 나도 영화를 보며 꾸벅꾸벅 졸 때가 있다."(27면)


"중요한 것은 평론가라면 그것이 페미니즘이든 아니든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성찰이 깃든 전복력과 새로움을 발견하는 열린 시각이다. 더 나아가 '여성'이라면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어선 다원성 그리고 차이를 허용하는, 때로는 이방인, 무질서, 광기, 주변의 저급한 것들과의 화합을 꾀할 수 있는 파격과 너그러움이 깃들어 있으면 좋겠다. 나는 나를 남성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반대로 여성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29면)


"어쩌면 내게 20자 평에 관한 진실은 단 한가지였는지도 모른다. 목을 배려면 단칼에 벨 것. 20자 평을 하며 나는 내가 전생에 틀림없이 망나니였으리라고 믿게 되었다. 로저 이버트처럼 평생 동안 두 엄지손가락을 가지고 '썸 업, 썸 다운.' 하면서 영화의 생사를 결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앞으로는 20자 평을 하고 싶지 않다. 아니 하지 않을 것이다. 망나니 역할은 이제 충분히 했다. 영화 평론가가 아닌 임상심리학자 노릇을 하던 시절에 분명히 나는 좋은 사람이었다."(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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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공부 - 내 삶의 기초를 다지는 인문학 공부법
윌리엄 암스트롱 지음, 윤지산.윤태준 옮김 / 유유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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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공부>는 독서법에 대한 자료를 모으던 중 눈길이 갔던 책이다. 성공에 이르는 쉬운 공부법을 말해야 잘 팔리는 세상에, 도리어 이 책은 공부엔 왕도가 없다고 선언한다(21면). 공부는 단단해야 한단다. 


"공부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공부가 불쾌하고 부담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공부를 '들판에 있는 짐승'과 차별화하는 최고의 재능을 이끌어 내기 위한 건설적이고 헌신적인 힘으로 여기는 것이다."(서문, 19면) 


따라서 공부법은 어린아이나 청소년, 대학생들만의 것이 아니다. 평생 인간다운 존재가 되기 위한 열정과 헌신이어야 한다. 인문학의 어원이 '인간다움(후마니타스)'이라 할 때, 이 책은 제대로된 '인문학 공부법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공부하기 위한 사소하고 섬세한 도움도 받을 수 있으며(특히 4장의 독서법과 8장의 글 쓰는 법은 매우 유용하다.), 무엇보다 공부에 대한 용기를 얻게 된다는데 큰 유익이 있다. 공부를 해야만 할 것 같고, 공부를 기꺼이 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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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 경제학 최대의 변수는 '애정'이다, 개정판
존 러스킨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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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변호사 간디는 마하트마 간디가 되었다. 버나드 쇼는 가장 혁명적인 인물로 마르크스 대신에 이 책의 저자를 지목했고, 르 코르뷔지에는 자신의 세대 전체가 '그의 훈육 아래 놓여 있었다'고 고백했다. 윌리엄 모리스는 그의 책을 만들며 그의 사상이 구현된 세계를 그리워했고, 최초로 의회에 진출한 영국 노동당 의원들은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책으로 이 책을 꼽았다." 


존 러스킨의 책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나라에선 찬밥이다. 우리나라의 수준을 말해준다. 러스킨의 생애와 사상을 조망한 옮긴이의 친절한 해설이 유익하다. 러스킨은 기존 경제학이 '너무도 우발적이고 교란적인 요소'여서 논의에서 배제한 '애정'이야말로 경제학 최대의 변수라고 역설한다. '생명'을 가치의 유일한 척도로 놓는 그의 경제론에서는 정직, 도덕, 정의 등 인간의 정신적 가치들이 더 중시된다. 무엇보다 경제학 책이 이러 좋은 문장들로 쓰여도 되는 것인지, 읽는 재미가 가득하다. 


느린걸음에서 2007년도에 출간되었으나, 열린책들에서 2009년도에 다시 출간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잘 팔리지 않는다.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이 '명저'를 반드시 손에 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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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3.0 - 본질과 사명을 되찾는 교회의 재탄생
닐 콜 지음, 안정임 옮김 / 예수전도단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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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본질과 사명을 되찾는 교회의 재탄생"이다. 거듭남의 산물이 교회이어야 하고, 그것이 결국 본질이고 사명일 텐데 제목은 왜 "교회 3.0"인가? 이 대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여태 거들떠보지 않았다(하긴 그런 면에서 "교회 2.0"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언제나 "교회 0.0"으로의 회귀이어야 한다. 그런데 난 다음주 교회 2.0 워크숍에 간다. 흠!). 저자는 교회 1.0을 '단순하고 가족적이지만 닫혀 있는 초대교회', 교회 2.0을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조직화/제도화된 교회', 교회 3.0은 '본질이 아니면 무엇이든 해체할 수 있는 유기적 교회'로 정의한다(이런 분류도 사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초대교회의 닫힌 문은, 한편 철저한 제자도의 실현 때문이었다! 그리고 교회 3.0의 속성은 이미 교회 1.0 즉 초대교회의 것이기도 했다)


이 책의 전제들은, 적어도 나에게는 마음이 들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여러 매력적인 유익이 있다. 아니 앞서 말한 몇 가지만 빼면 버릴 것이 없는 책이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결국 "유기적 공동체의 실현"에 있다. 특히 3부의 "유기적 교회의 실제적 문제"는 매우 유익했다. 무엇보다 좋은 질문과 고민거리를 풍성하게 던져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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