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임팩트 맨 -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1년 프로젝트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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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지구위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 종(種)의 하나일 뿐이다.

다른 종을 파괴하고 상생의 원리를 배반하는 문명의 이기로 말미암아 죽어가는 자연을 생각하지 않을 권리는 없다. 지금껏 물질의 풍요를 독점하고 소비를 최고의 미덕으로 하는 시스템 속에 살면서 주변의 ‘잃어버린 것‘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아왔다.




편리, 안전, 풍요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온 덕분에 놀랄만한 수준의 문명을 단기간에 이룩한 것이 사실이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는 법. 높다란 빌딩과 첨단의 기계와 장비들이 문명을 밝히고 있다면 파괴되는 산림, 녹아내리는 빙하, 대양의 가운데에 섬처럼 떠있는 쓰레기 더미, 속살이 드러난 산과 땅, 산성비로 죽어가는 물고기와 곤충들, 먹이가 없어 굶어죽는 북극곰, 사냥감을 잃고 부랑인으로 전락해버린 토착주민들도 있는 것이다.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문명이고 발전이 있으면 생기는 작은 부작용이며 우리가 누리는 편리와 풍요의 반작용이다. 도롱뇽을 생각하고 단양쑥부쟁이를 보호하고 강에 사는 물고기의 목숨을 걱정한다는 의견은 개발이 펼쳐놓은 화려함 앞에서 초라하기 짝이 없다. “기껏 그 까짓것들 때문에 우리가 이 좋은 것(토목개발)을 포기해야 합니까” 라는 정치인은 분명 환경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하지만 대중의 심성은 잘 파악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어쩔 수 없다?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서 ‘같이 사는’ 지구의 재앙을 막아야 한다. 급속한 지구 온난화는 내가 삶을 마감하기 전에도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이미 조짐이 시작됐다)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기후변화 협약도 시급한 ‘행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다 같이 노력해서 지구가 재앙의 화신으로 바뀌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살기 위해 필수적인 행동이라는 이야기다.




행동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국가의 정책으로 지원하고 시민들의 의식이 뒤따라서 생활로 실천하는 단계가 되어야 한다. 인식의 차이, 우선과제 설정의 문제들로 환경은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전환의 계기가 필요하다.




‘노임팩트 맨(No Impact Man)’은 지극히 평범한(?) 개인의 실천역량을 보여준다. 한 가정이 과연 어디까지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는지(No Impact)를 실험한다. 1년간의 ‘노임팩트’ 프로젝트. 문제는 어떻게 해야 친환경적으로 사는 것인지 알려주는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광고는 넘쳐서 친환경이라고 붙이면 소비자인 내가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예를 들어서 일회 용기를 쓰지 않는 것과 세제와 물을 써서 사기그릇을 닦아 내는 것과 어떤 행위가 더 ‘비환경적’인지를 알기 힘들고 고연비의 자동차를 타는 것과 전기자동차를 타는 것과 원료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되어있지않다.(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도시 중의 도시 뉴욕에서 사는 한 가족의 환경을 위한 프로젝트는 시작부터가 문제다. 당장 일어나서 코를 풀려고 키친타올을 쓰는 것부터, 아기의 종이 기저귀를 사용하는 문제가 환경을 생각하는 저자의 가슴을 억누른다. 매년 두 번씩 방문하는 친가, 외가 방문의 기회도 한번으로 줄이게 되고 가족들은 불만에 가득 차서 ‘숭고한 실천’에 대한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낸다. ‘테이크 아웃’에 가서도 1회용 용기를 쓸 수 없으니 직접 가져간 유리병이나 그릇에 담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1년 동안 단골가계에서는 익숙해지지만 처음당하는 점원은 자신을 더 귀찮게 만드는 손님에게 적의를 드러낼지 모른다.




두꺼비집의 스위치를 내린다. 집안은 암흑과 고요 속에 휩싸인다.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잠깐이다. 밤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씻지도 일하지도 못하고 티브이와 컴퓨터도 그냥 장식품이거나 걸림돌이 될 뿐이다. 음식은 쉽게 썩어서 버리기 일쑤고 빨래는 100% 손과 재생비누로 이루어진다. 데우기와 굽기, 데치기 등은 모두 가스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도 소똥을 이용한 메탄가스로. 태양광을 이용하면 좋지만 아파트에서는 제약이 많다. 전기를 생산하는 것도 자전거를 프로선수처럼 타야 웬만큼 쓸 수 있으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티브이를 보지 않으니 아이와 같이 노는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났고 부부간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서 해가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능력(?)이 생긴다.




공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를 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걸으면 된다. 걷는 것의 좋은 점은 누구나 아는 것이다. 귀찮고 힘들어서 실행을 안 할 뿐이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오르기. 걷기 힘든 거리는 자전거를 탄다. 차로만 갈수 있는 먼 곳은 과감하게 포기한다. 모임을 줄이고 집에서 가족과 오붓하게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노임팩트맨은 인간이 문명 안에서 문명을 이용하지 않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자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살수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가까운 곳에서 나는 것을 직접요리해서 먹으며 환경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육식을 거부하는 것은 관심과 작은 노력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새것을 사지 않고 쓰다가 버려지는 수많은 것에 대한 애정이 지구를 쓰레기로부터 구원하는 길이다. 없어서 물려받는 것이 궁상이 아니라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고귀한 행위인 것이다.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나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면 행동은 어렵다. 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지속가능한 실천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먼 미래에 닥친 재앙에 대비하는 ‘생존기술’이 될지도 모른다. 에너지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살아갈 방법이 있음을 보여줄 선지자가 될 거 같다.




실천을 위한 상세한 정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1년간 실천해볼 수 있는 일들이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당장 하나씩 실천하리라 마음먹는다. “새 물건 사지 않기” 이것부터다. 내년엔 티브이를 떼어내고, 동네에서는 자전거로 이동하고, 3년 뒤엔 전기스위치를 내리는 날을 기대해 보겠다. 앗, 어떡하지. 마나님께 허락도 안받고 이런 공약을 하다니. 우선 설득과 토론이 일차과제다. 혼자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당장 시행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합의하에 천천히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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