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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미래 -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ㅣ 노무현 대통령의 진보의 미래
노무현 지음 / 동녘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 전 인터뷰(오마이뉴스)를 접하고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트위터를 통해서 팔로워에게 소개받은 여러 동영상들 중 하나였는데 얼굴만 봐도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직분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권력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어야 하는지, 상식과 정의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몸소 실천하려고 고통을 감내했던 분이었습니다. 떠난 뒤에 후회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분의 삶과 철학을 돌아보는 것은 어두워진 오늘의 현실과 한국이 맞이하게 될 내일을 비추어 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은 민주주의 교과서를 표방하고 있지만 교과서처럼 목차와 개념정리가 체계적이지 못합니다. 본래 기획했던 의도대로 나온 것이 아니라 연구 중 불의의 사고가 났고 함께 연구에 참여했던 이들의 뜻이 모여 미완의 책이 세상에 나온 것입니다.
책은 노무현의 글과 어록입니다. 글들은 민주주의를 연구하려고 만든 사이트를 통해서 대중을 향해서 쓴 것입니다. 뒤편에 나오는 어록은 2008년부터 2009년 세상을 등지기 전까지, 아니 검찰조사의 압박이 거세졌던 봄까지 이어졌던 연구모임에서 했던 말을 고스란히 옮긴 것입니다.
그의 말과 글을 읽고 있으면 지금의 현실이 참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과거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하죠. 오늘을 냉정하게 평가하기란 과거와 비교하는 것이 가장 쉬운 것인가 봅니다. 상식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을 얻는 일이 이렇게 힘든 것인 줄 이제야 알게 된 어리석음을 탓합니다. 다시는 이런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합니다. 이런 현실을 비판할 가장 큰 기둥 들이 하늘로 떠나가고 땅위에는 강의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삽질’의 울림만이 가득합니다.
대통령을 그만두고 시골 봉하마을에 거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맞아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일 외에 농촌에 대한 애정을 직접 몸소 실천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중학생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쉬운 말로 풀어서 쓴 책을 내겠다는 소박함은 깨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분의 고민이 가슴에 들어옵니다. 어찌 보면 바보 같습니다. 누가 그 나이 먹고 학문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원로 학자처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고 한답디까. 책의 초반부는 여태껏 풀지 못한 풀어야 할 문제를 묻고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국가의 역할, 시민의 역할, 역사의 진보성 등의 주제들이 가을에 떨어진 낙엽처럼 툭툭 바닥에 던져져 있습니다. 누가 그런 물음을, 특히 대통령을 그만둔 이가 그런 의문을 가진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공부는 필요합니다. 준비된 지도자는 자신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자여야 합니다. 그 신념은 보편타당한 상식을 근거로 해야 하며 대다수인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바람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다시 읽습니다. 읽는 것은 그분이 그리워서, 좋아서가 아닙니다.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시민’이 되지 못하는 오늘의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 입니다. 스스로에 생각과 철학에 책임을 지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더불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