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셔스 - Preciou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랑, 자랑, 귀한, 중한, 으뜸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분명 이름에 대한 주변의 반응이 남다를 것이다. 이름이 가지고 있는 기대가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들의 기대를 담아 이름을 짓고 그 이름에 걸맞게 커주기를 그린다.




프레셔스(Precious)는 소중한, 귀한, 사랑하는 뜻을 가진 형용사이다. 이런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가 있다. 가수, 연예인을 꿈꾸는 그녀는 빈민가의 흑인이다. 아름답고 귀여운 이름으로 부터의 상상과 영화에서 현실은 완벽하게 대비를 이룬다. ‘프레셔스 존스’라는 이름 17세의 소녀가 주인공이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Push'라는 제목의 소설을 영화했다.




프레셔스는 뚱뚱하다. 게다가 못났다. 얼굴도 넓고 일그러져 있어 표정이 잘 읽히지 않는다. 함께 사는 그의 엄마도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엄마의 일과는 먹고 TV보고, 또 먹는다로 무한 반복된다. 그녀는 정부보조금으로 겨우 살아간다. 집안에는 여자둘이지만 폭력이 난무하고(물론, 거의 일방적이다) 화분과 재떨이가 날아오기 일쑤다.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해 첫째에 이어 둘째를 임신한 그녀는 교장의 부름을 받는다. 뚱한 표정으로 선생을 마주한 그 학교에서 처벌이 불가하므로 부모 면담을 해야겠다고 요구한다. ‘나라면 안 그러겠어요’라는 대답으로 집안 분위기를 암시하지만 교장은 결국 그녀 집을 찾는다. 하지만 집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저 인터폰을 통한 대화로 ‘대안학교’를 알려주는 것이 교장이 퇴학당한 학생에게 베푸는 마지막 시혜다.

약을 파는 것 외에는 수입을 위한 일을 하지 않는 엄마는 매일 잔소리와 구박, 폭언을 서슴치 않는다. 자신의 남편이 딸 때문에 자신을 떠났다고 원망하는 모습은 과연 친엄마가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교장이 찾아와서 소개해준 대안학교에 간다. 돈이 없어서 주문한 치킨을 들고 줄행랑을 치는 모습은 쓴웃음만 난다. 배를 채우고 학교에 가서 토하고 처음 들어간 수업의 급우들은 대부분 그녀와 비슷한 처지다. 10대의 애기엄마, 마약중독, 문맹들로 이루어진 곳에서 만난 선생이 그녀에게 희망을 준다.

   
  네가 느끼는 것, 희망하는 것, 꿈, 그림 모두 글로 써봐.  
   

 

‘abcd’도 잘 모르는 아이들이 엉터리 철자와 문법으로 쓰기 시작한다. 수업은 서로의 느낌을 나누는 것으로 이루어지고 매일 쓴 일기 같은 글들에 정성껏 답을 해 주는 선생은 여태 ‘사랑’이 뭔지 몰랐던 프레셔스에게 희망을 준다. 그런 그녀에게 절망 같은 소식이 알려진다.

자신의 아버지가 에이즈로 죽었다는 것. 학교로 찾아온 엄마에게 이야기를 듣고 절망한다. 병원에서 검진결과는 양성반응. 둘째를 출산하고 희망에 부풀어 있던 프레셔스는 괴로워한다. 모든 것이 힘들고 괴롭다. 두 아이들을 데리고 행복한 삶을 설계하겠다며 희망을 가지게 된 대안학교에서도 어떤 질병에도 저항할 수 없는 몸을 가지고 살날이 두렵기만 하다.




희망없어 죽고 싶던 인생이라도 꿈을 꾸기 시작하면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이 커진다. 영화 초반기 독백에서 ‘어디서 피아노라도 떨어져서 죽어버렸으면’하던 인생이 둘째를 가지면서 계단에서 굴러도 위에서 엄마가 던진 티브이를 피할 정도로 강해진 애착을 보인다. 그런 그녀에게 시한부 인생을 선고한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할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고 엄마에게 구박받는 딸이자 아빠에게 강간당한, 두 아이의 엄마인 에이즈 양성보균자 ‘프레셔스’의 삶은 동정하는 것만으로 감상평은 좀 부족한듯 하다. 위장으로 수급이 가능한 허울좋은 사회보장 시스템에 대한 평가와 공교육이 아우르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 싱글맘 문제, 가정폭력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 시스템 등 미국이 가지지 못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흑인에다가 뚱뚱하고 못난 영화신인의 믿을 수 없는 열연과, 거의 모든 영화제의 조연상을 휩쓸다시피한 엄마역의 모니크의 연기가 살아있음에 영화의 존귀함은 더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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