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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우리가 알아야 할 생물 종 다양성 이야기
박경화 지음, 박순구 그림 / 양철북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모피를 반대하면서 시위는 뉴스거리다. 옷을 벗은 나체의 유명 연예인이 나와서 모피를 입지 않겠다고 하는 모습은 대중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시위의 내용보다 시위 자체에 주목하기 쉽다. 사라지는 짐승들, 죽어가는 동물들에 대한 애정이 대중앞에 벗은몸으로 나서는 용기를 발휘했다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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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윤동주의 서시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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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 우린 지갑에서 돈이 사라지거나, 힘들게 획득한 아이템을 빼앗기는 것, 건강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거나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의 학교가 없어진다거나 하는 일을 겪는다. 때론 분노하기도 한다. 잃지 않기 위해 좀더 세심하고 신경을 많이 쓰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내 자신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끈은 확실히 놓지 않고 싶어한다.
문제. 우리나라에 여우가 살고 있을까?
정답. 살고 있다. 각 지에 있는 동물원에 가면 볼 수 있다.
좀더 나은 답. 야생에는 존재하지 않고 멸종한 상태다.
공부한 답. 불과 50년전만 해도 야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으나 목도리를 원하는 부잣집 아낙들의 수요와 쥐잡기 운동에 의한 약물남용으로 불과 십여년만에 개체수가 급감하다가 급기야 멸종을 맞게 되었다.
열대우림을 제외한 전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붉은 여우가 우리나라에는 없다. 가죽은 비싸다. 본래 수렵하던 선사시대부터 동물의 가죽을 이용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털을 지닌 질긴 가죽은 옷, 신발등의 생필품을 만들어서 썼다. 지금도 우린 가죽을 좋아한다. 악어가죽 핸드백은 없어서 못살 정도이고, 소가죽을 된 지갑, 신발은 아주 흔한 지경이다. 잠바, 모피코트 등의 가죽을 얻기위해서 수 많은 동물이 샤냥감이 되고 있다.
이제 길러서 원하는 것을 얻는 시대여서 소가죽이야 흔하게 얻을 수 있게 되었고, 뱀, 악어, 캥거루, 상어, 참치, 비단구렁이, 연어 등의 가죽으로 생활용품을 만든다. 무려 220종의 동물가죽이 이용된다고 한다. 새끼여우는 0.5세제곱 미터의 철창에 들어간다. 자외선을 받으면 모피에 손상이 가기 대문에 어두운 실내 공간에서 사육된다. 수십마리의 여우들이 닭장같은 공간에서 몸을 펴지도 못하고 앉아서 사료를 먹고 길러진다. 무려 7년이라는 기간이다.
1 3년간 군만두만 먹고 좁은 공간에서 자신을 가둔 이를 생각하며 복수의 칼을 갈았던 ‘올드보이’가 떠올랐다. 오소리가 없는 틈을 타서 그 굴에 배설해놓고 나온뒤 오소리가 냄새를 참지 못하고 떠나면 그 굴을 차지한다는 영리한 여우. 양지바른 곳에 굴을 파고 새끼를 기르는 습성때문에 무덤가에서 출몰하여 귀신으로 오해를 받는다. 쫒길때면 흔적을 없애기 위해 지그재그로 뛰어가고 높은곳으로 단숨에 뛰어 냄새를 없애는 영리함을 가진 동물.
7년의 사육기간이 끝나면 상품으로서 적당한 크기가 된다. 상품성을 높이기위해 아무런 손상없이 죽음을 맞아야 한다. 최근 식육계에서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전기충격’이다. 외마디 소리도 못지르고 단숨에 숨통이 끊기기 때문에 장기의 손상도 전혀 없다. 문제는 같은 공간에서 길러지는 동료들에게 이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 되는데에 있다. 그나마 시설이 미비한 곳의 경우엔 대부분 기절한 상태에서 발목부터 잘려 가죽을 벗기는데 결국 깨어나면 피부 없는 채로 버둥거리며 죽어가는 모습은 지옥과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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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의 스트레스와 원한이 듬뿍 담겨있는 비싼 목도리 팝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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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땅과 야생, 숲에서 사라지는 생명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이 살 수 없는 세상은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곳이다. 인간이 꾸린 상위 포식자들이 거의 멸종한 생태계는 점점 인간에게 재앙이 되고 있다. 고라니, 뱀, 들쥐가 많아지는 것은 이들의 개체수를 조절하던 검독수리, 호랑이, 늑대, 여우 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약으로 죽이는 생명들은 고스란히 축적되어 상위포식자에게로 , 혹은 동물사료에 섞여서 결국 우리 식탁에 오른다. 이를 먹고 서서히 죽어가는 인간.
<고릴라는 핸드폰을 싫어해>를 썼던 저자 박경화는 환경 전문 글쟁이다.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현실에서 동떨어진 느낌을 경계하고 쉽고 현실적인 내용의 글들로 독자에게 바싹 다가간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널리 읽힐 수 있다. 책 선물을 고려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