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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스쿨러 - 길이 학교고 삶이 텍스트인 아이들의 파란만장 삽질만발 탐구생활, 2009년 청소년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
고글리 지음 / 또하나의문화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밀가루 범벅의 옷벗은 중학교 졸업식의 난장판을 9시 뉴스로 접하며 혀를 끌끌 차는 어른들. 아마도 자기 자식들은 성실하고 바르게만 자라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자신의 과거를 잘 돌아보면 알겠지만 십대들은 온갖 불온한(?) 상상에 사로잡혀 있다. 지금의 입시 시스템에 억눌려서 학교와 학원이라는 공간에 갇힌 것 뿐이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을 최대한 은밀하고 개인적인 곳에 보관하며 감추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 그들의 생각을 어른된 입장에서 알수나 있겠는가.
며칠 전 고대 3학년 김예슬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는 대자보로 뉴스거리가 된 적이 있다. 본인이 그만 두게 된 심정을 표현한 것뿐이다. 기껏 하루지나 일부가 뜯기고 빨간 펜과 계란으로 오염된 모습을 접하고 말았다. 지도자들 부터 ‘이해’와 ‘용인’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임을 인정한다지만 ‘진보’를 믿는 이들에겐 암담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여하튼 그 대자보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지금 사회가 강요하는 것에 우르르 모두가 따르는 일은 기껏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인간의 본성을 망가뜨리는 일이 될 뿐임을 깨달음이 명문대 경영학과의 자퇴라는 불명예나 가족을 포함한 주변의 질타보다 소중하다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그런 학생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수많은 명문대생이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거나 옮기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은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게 학교를 그만두거나 하지만 상처받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누구나가 겪는 공통적인 문제라는 점을 깨달은 그가 대자보라는 언론을 통해 해낸 공론화의 성과는 존중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그처럼 암울한 ‘88만원 세대‘인 20대와 더 깜깜한 10대들이 맞는 미래는 어떤 세상이 될까. 지금처럼 경쟁하고 낙오하고 떨어져 나가고 미워하고 속이는 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결국 쓸쓸하게 죽는 것을 바랄 이는 없을 거다.
10대를, 젊은이들을 이해하는 일은 지금 사회를 움직이는 어른들에게 필요한 일이다. 자신의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나 선생님들은 놔두고서라도 자식의 미래이거나 또는 앞으로 생기게 될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말이다.(너무 개인주의적인가)
‘로드 스쿨러’는 지금 한국의 시스템에서 학생을 분류할 때 학생의 범주에 들지 못하는 청소년들이다. 그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대안’학교를 다니거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벌써 수련중인 아이들이다. 이들의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보통의 인터뷰로는 불가능한 일이고 열려있는 가슴으로 솔직하게 자신들을 드러내는 어떤 무언가, 계기가 필요한 것이다.
‘고정희 청소년 문학상’이라는 게 있다. 그곳의 수상자들의 이력이 평범하지 않음에 의기투합한 이들이 문학모임을 꾸려서 소통하는 것. 그리고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서 조금씩 치유하고 성장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여행이 있고, 자신의 알바 이야기도 있고, 가족과 갈등, 성정체성등의 온갖 비밀스러움이 가득한 이야기 단지다.
젊은이들이 항상 궁금했다. 내가 살아온 10대와 지금은 다를 거라는 막연한 상상만 가지고 그들의 생각과 삶을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들과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느낌이다. 비록 학교를 다니지 않더라도 내면의 생각을 끄집어내서 훌륭한 글로 포장하는 솜씨를 보면 기특하기(?) 짝이 없다. 선배로서의 대견함 이랄까. 나도 그렇게 삶을 일찍 전환했더라면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는 상상은 어떤가. 미래에 학생이 될 아이에게도 다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소통하고 이해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상처를 치유하고 멀게만 느껴지던 마음사이를 이어준다면 그만큼 삶에 희망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