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없는 지구에서 쓰레기를 모아서 쌓는 일을 하는 로봇이 대사한마디 없이 따뜻하고 진한 감동을 주는 영화 <월E>, 초보 요리사를 쉐프의 경지에 올려놓는 생쥐가 주인공인 <라따뚜이>, 헤어진 아들을 찾아 바다 먼길을 떠나는 ‘흰동가리’와 친구들의 여행 <니모를 찾아서>, 경주용 자동차의 성장기 <카>,은퇴한 영웅들과 그의 자식들의 화려한 활약상의 <인크레더블>, 괴상한 괴물들이 모여 자신들의 세계에 에너지원인 아이들의 비명을 모으려다 웃음을 사게 된다는 <몬스터주식회사>, 온갖 곤충들의 삶을 그들 눈에서 보여주는 <벅스라이프>, 살아있는 장난감들의 삶 <토이스토리 1,2>를 보고 자랐다. 무한한 상상이란 어떤 것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컴퓨터 그래픽의 진수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들.
혹시 다 보신분 있는가. 그럼 위의 영화들의 공통점은? 힌트는 제작과 관련있다. 거의 매년 한편씩 등장해서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점점 키워왔던 픽사(Pixar)의 2009년작 업을 보았다.
현실보다 현실같은 ‘만들어진 세계’를 보여주는 그들의 이야기는 소재와 캐릭터, 배경의 문학적인 면이나 카메라워크, 조명, 효과음, 촬영, 의상 등의 기술적인 면 모두 어떤 영화에도 뒤지지 않는다.
영화 <아바타>가 흥행 최고의 기록을 세운 오늘날, 3D로 만들어진 영화와 영상이 올해 이후를 가장 확실하게 잠식하리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업’은 최초의 픽사 3D(과거 질감과 명암을 표현한 애니는 3D 라 칭했다. 지금 3D는 안경을 쓰고 두개의 초점을 활용하는 기술)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표현과 기술에서 과거에서 진일보한 면들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임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아카데미가 업을 선택한 것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서사와 영화적 기술, 그리고 관객과의 교감을 고로 평가한 결과다. 올해 ‘하늘에서 음식이 내리면‘이 개봉했고 안경을 쓰고 볼 수 있었다.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으나 다소 ’너무 나간것’ 일거라는 추측만 할 뿐이다.
뭐 어떤가. 애니메이션이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적어도 그런 동심과 판타지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킨다는 데에 있는 것 아닐까. ‘아바타’를 보면 그런 차이도 이제 슬슬 깨져 가는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