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문 -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박민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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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정해지는 순수문학의 시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100년 태어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시인, 이상을 기리는 ‘이상문학상’은 단편 출품작을 심사하여 출간하는 서적들 중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10여 년 전의 ‘위기’라고 자평하던 분위기와는 달리 책 읽는 분위기와 어우러져 상승중인 소설분야엔 박수를 치고 싶다. 최근 유행과 맞물린 신진 작가들의 독특한 문체와 서사를 무기로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고 꾸준히 책으로 팔리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박민규는 유독 두드러진다. 2003년 문학동네와 한겨레의 문학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샛별처럼 등장하더니 이후 내는 작품들마다 평단과 일반 독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범상치 않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구매한 것은 순전히 박민규 때문이었다. 부가적으로 요즘 작가들의 단편들은 어떤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박민규의 데뷔이후의 장편과 단편들을 섭렵해온 나로서는 오늘, 아니 요즘 그가 어떤 생각을 글로 풀어 독자들을 자극할지가 관심있었다.

손홍규의 ‘투명인간’과 편혜영의 ‘통조림공장’을 통해서 겪어보지 못했던 작가들의 이름을 머릿속에 올리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다만, (나에겐) 그 외의 작품들은 신선하지도 독특하지도 않았다. 소설의 기본은 흥미로운 서사가 기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배수아의 ‘무종’, 윤성희의 ‘매일매일 초승달’은 답답해서 읽기가 불편했고 윤성희, 김중혁, 김애란의 작품은 너무 무난한 느낌이어서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결국,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박민규 때문이었는데. 열혈독자라면 공감하겠지만, 익숙함 속에 변화된 참신함(너무한가?)을 욕심내는 독자의 욕구를 충족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심사평에 반복되어 보이는 ‘파격적인 서사’는 지나친 미사로 느껴지고 두주인공을 대비해서 어정쩡한 결말을 보여주는(단편들이 대개 이렇긴 하지만)아침의 문은 두 개의 문이 대비되는 극적인 효과와 읽는 맛을 더해주는 독특한 텍스트의 배열만으로 만찬이라고 자위해야 할 모양이다.

여하튼 읽었다. 그리고 심상치 않은 세상에서 파괴된 인간성과 절망, 죽음에 대한 서사는 너무 뻔 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고맙습니다. 계속 써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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