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자파 스트리트 - 행복유발구역
노나카 히이라기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프랭크자파 스트리트/ 노나카히라기 지음, 권남희 옮김/ 예담/ 9,800원


프랭크자파 스트리트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노란 벽돌 길과 서로 통한다. 뭐,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관점에서는 그렇다. 온갖 종류의 동물들(곤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이 인간적 삶(?)을 살고 있는 거리에서는 즐거운 일들이 가득하다. 동물의 캐릭터가 가지는 상징성이 인간의 삶으로 주입되어 펼치는 일들은 상상만 해도 호기심이 솟아나지 않는가. 이들은 인간과는 달리 종족이 달라도 사랑을 나누는 데에 지장이 전혀 없다. 비록 ‘진보’라는 단어로 포장되긴 해도.

현실에서는 분명이 존재하는 시기, 질투, 험담과 경쟁과 투쟁이 없는 곳이다. 비록 있다손 치더라도 아주 귀엽게 그것도 앙증맞은 일로만 일어나곤 하는 것이다. 인간이 꿈꾸는 삶이 이 거리에 있다.


   
  두 사람은 가난하긴 하지만 아직 젊기에 돈이 없어도 쌩쌩하다. ‘여유롭고 기분 좋은 시간’이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일 테니까.-18p
 
   



여유와 행복. 최고의 가치가 아니던가. 우리는 그것을 위해 젊은 날을 끊임없이 희생하고 자신의 온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다. 늙어서도 이루지 못할 현재의 행복은 무시한채.


   
  "역시 야외가 최고예요. 스트레스가 많은 세상에서 사람들은 모두 너무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그러니까 가끔 밖으로 나가는 건 아주 소중한 일이죠. 우리는 해방되어야 해요. 인텔리도 블루칼라도 부자도 가난뱅이도 신사도 한량도 모두 들로 가자구요! 넓은 하늘 아래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신나게 뒹굴고, 노래하고, 늘어지게 낮잠도 자고!“-57p
 
   



베호와 가면남은 보통 공원벤치나 상점 처마 밑에 신문지나 박스를 깔고 담요를 덮고 잠을 잔다. 어슬렁거리다가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돈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초호화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보내기도 하는 것이다. 너덜너덜하고 지저분한 재킷 주머니에 돈다발과 보석이 아무렇게나 구겨 넣어 져 있고. 왜 부랑자로 사니? 너희들. 프랭크 자파 스트리트의 사람들은 ‘취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흠 사랑이라. 그렇군. 사랑이군. 사랑은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러나 그 녀석들의 경우 결국 테리어니까 테리어끼리 노는 거 아닌가요? 흥 그런 건 너무 보수적이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당신들이 참 좋아요, 진보적이야. 기린과 얼룩말의 조화라니, 아주 대담해요. 난 린키군과 시마조 양이 이 거리의 베스트 커플이라고 생각해요.” -98p  
   



공골라씨의 외로움에 겨운 불평을 듣는 것은 괴로운 일이나 집주인이기도 하고 매번 식사 때마다 훌륭한 음식과 술을 선물로 가져오는 그를 거부 못하는 것도 린키와 시마조 커플의 특징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애써 자신만의 시간을 낮선 외부인과 함께 하는 것에 그리 큰 불만이 없다. 그와 앉아서 나누는 이야기들 속에서 자신들이 느끼는 행복도 충분하니 말이다.


프랭크 자파 스트리트의 가장 큰 특징은 음식이다. 온갖 듣도 보도 못한 음식들이 쏟아진다. 자허토르테, 자두 셔벗, 트라이플, 안미쓰, 초콜릿 무스, 벨기에 와플, 월병, 판나코타, 크렘뷜레, 바닐라 수플레, 티라미스, 사쿠라 모치등은 다이어트를 하는 ‘와이와이’가 떠올린 음식들이고 초콜릿 봉봉, 크렘뷜레, 바나나코코넛케이크, 레몬머랭은 시마조가 좋아하는 음식 아와모리, 소금센베, 럼 레이즌이 든 버터는 ‘린키’가 좋아 하는 선물 리스트이다.

각 이야기 끝마다 등장하는 레시피가 실행하지 않더라도 보는 내내 입맛을 돌게 해 준다. 연어 샌드위치, 쿠스쿠스, 샴페인 펀치, 옥수수 스프, 머랭, 뽀모도로,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레시피가 담겨있다. 나는 여태 살면서 세가지밖에 못 먹어 본 요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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