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견은 대체로 '분노'에 가깝다. 국민의 발을 볼모로 매년 주기적으로 파업 행사하는 노조를 분쇄해야 한다는 과격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안타깝다. 도대체 왜 지지받지 못하는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사실'을 오해하는 다수의 안티를 만들어 내는지가 말이다.


물론, 언론의 역할이 크다. 주로 사측과 신자유주의정책을 모시는 행정부의 논리와 각본대로 움직여주고 있다. '불법파업'이라는 단어로 그들의 파업이 당위성 없음을 선포하고 대통령은 뒤에서 '단호히 대처하라'는 주문으로 지원사격하는 형태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하며 철도노조에 원성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대략 '비난'은 몇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되는데, 그들이 받는 봉급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인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 안정적인 직장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파업으로 그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집단인 점이 '서민'들로서는 가장 분노하게 하는 주제가 되겠다.


안타까운 점은 철도노조의 홍보력부족이다.(물론 그들이 그럴 능력이 있다면 했겠지만) 실재로 자신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는 나름 명백한 당위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성과성 연봉제, 정년연장없는 임금 피크제, 사측의 일방적인 단협해지, 구조조정 강행 등) 이러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은 거의 없다는점이다. 마치 무기도 없이 싸우는 전장의 병사들처럼, 그들은 힘든 싸움을 하다가 결국 지쳐서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


왜, 이렇게 무모한 싸움을 하는가. 적어도 이 파업이 가지는 의미는 자본을 쥐고 있는 일부세력에 '노동자'로서 휘둘리지 않겠다는, 그래서 최소한의 권리를 인정받고 '사람답게' 일할 권리를 가져보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의미는 퇴색한 채 "평균연봉 3~4천씩 받는 것들이 파업씩이나 해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라는 다소 동떨어진 주제의 공격을 받는 것은 매우 어색하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노조 투쟁사를 보면 분대단위의 돌격대의 싸움과 다름없다. 각 회사별 노조들의 싸움에서 어떠한 지원도 볼 수 없는 것이다. 산업별 노조가 구성되어 있는 일부의 싸움은 적어도 '홍보'만큼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기업노조들이 '투쟁'하는 방식을 보면 짠하기 짝이 없다.


인터넷 토론 사이트나 일부기사의 댓글들을 보면 정말 힘들고 어렵게 살지만 열심히 노력하는-그러면서도 자신의 불안정한 고용상태나 느닷없는 해고에 이렇다 할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사람들의 분노를 엿볼 수 있다. 왜 그들의 분노를 같은 '동지'가 받아야 하는가. 그들을 동지로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매스컴과 우리가 받았던 교육의 시스템에서 길들여진 효과 덕분이다. 누군가를 끌어내려야 올라갈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게 만드는 것은 이 땅의 권력을 주무르는 분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자신들이 마음껏 '노동권'을 틀어쥐고 언제든 맘에 들지 않으면 해고하고 새롭게 채용해서 기력이 떨어지면 또 버리고 할 수 있다면 과거 태일이형이 외치던 평화시장 골목의 풍경이 되살아 날것이다. 12시간씩 일하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작업환경은 열악하여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급여는 적어지고, 복리후생은 생략되는…….


왠지 대한민국은 그렇게 가고 있는 것 같다 강물을 거슬러 냇물로 올라가는 연어처럼 시대를 거슬러 70년대, 60년대의 찌질한 노동자들로 전락해버리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월급 받으면서 회사 다니는 행복함을 아직 누리지 못하는 미취업자들이여. 그대들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라. 당신들이 능력이 없어서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누구나가 다 안다. 개혁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건사업에 올인 하는 MB정권을 같이 규탄해야 할 것이 아닌가. 어디 할 짓이 없어서 다만 먼저 취업했을 뿐인 선배들의 자리를 빼앗으려 하는가. '더 적은 돈으로도 열심히 할 테니 뽑아 달라'는 글은 쓰지마라. 당신이야 그렇게 살 수 있을지 몰라도 당신 때문에 적어진 급여로 고통 받을 수많은 가족들 보기 부끄럽지 않은가.


차라리, 선배들을 응원해서 더 좋은 근로환경의 모델을 구축하고 모자라거나 미진한 기업체들이 그 모델로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당신이 취업했을 때 잘릴 걱정 안하고 마음껏 아이 낳아 기를 수 있고 퇴직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도 하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끼리 깎아먹는 짓을 하고 있으면 결국 웃는 자는 '허준영'씨 같은 이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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