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선 목민심서
정약용 지음, 다산연구회 편역 / 창비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시대가 그러했을까. 조선후기의 유명한 실학자인 정약용은 학자다. 천주교를 받아 들여서 유배생활을 하기도 했고, 뛰어난 학문으로 당시 최고의 권력자에게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가 오늘에 뛰어난 학자로서 추앙을 받을 수 있던 것은 당시의 세태의 흐름에 당당히 반기를 들고 실용을 중시한 학문을 추구했던 것 때문이다.
주자학을 모시는 이기설(理氣說)·예론(禮論) 등만 놓고 갑론을박하던 당시의 학자들과 거리를 두고 현실에 쓸모가 있는 학문을 추구했다는 것은 여간한 용기가 아니면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나라의 녹을 먹고 있는 입장에서 출세와 권력을 추구했다면 감히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그 많은 권세가들과 탐관오리들은 당시를 호령했겠지만 후세에 길이 남는 이름은 정직하고 백성을 생각했던 관료나 학자들의 이름인 것이다.
<목민심서>엔 정약용의 ‘마음’이 잘 나타나있다. 고을의 수령으로서 부임하면서 퇴임할때까지 가져야 할 마음과 몸가짐, 당시의 격식이 아닌 소박한 예에 대한 소견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부임(赴任)과 율기(律己), 봉공(奉公), 애민(愛民), 이전(吏典), 호전(戶典), 예전(禮典), 병전(兵典), 형전(刑典), 공전(工典), 진황(陳荒), 해관(解官) 등 12부의 각 6조씩 72조로 구성된 방대한 ‘지방행정지침’에 관한 내용이다.
백성을 다스리는 일은 당시엔 고귀한 사명과 같은 일이었다. 오늘날 서비스업으로 전락해버린 행정과는 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지위를 이용해서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는 일은 별로 다를 바 없고 재물을 축적하는 관료역시 천년을 이어져 내려오는 바뀌지 않은 더러운 습속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계하고 자신이 물들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윗사람’으로서 당연히 행해야 할 일이고 널리 두루 이롭게 하기 위해 항시 주변을 살피고 자신의 행동이나 언사에 상처받지 않을 ‘아랫사람’이나 백성은 없는지를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케케묵은 옛이야기를 오늘에 꺼내 보는 일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엿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은 일이다. 그리고 행정가이자 사상가, 종교인이었던 정약용선생이 추구했던 목민(牧民)을 오늘의 ‘윗사람’들이 널리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자이며 위정자인 오늘 대한민국의 총리인 정운찬님에게 ‘백성’을 생각하는 행보를 하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