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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리 우리 음악 - 김명곤 아저씨가 들려주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세종도서) ㅣ 상수리 호기심 도서관 9
김명곤 지음, 이인숙 그림 / 상수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그윽한 밤에 대청마루 한쪽에 다소곳이 한복을 입고 앉은 여인, 그리고 그 앞에 높여있는 현악기. 그녀를 둘러싼 관객들의 시선이 한 곳에 모아진다. 뚱 뚜둥. 소리가 악기에서 나와 부드럽게 천장을 두르고 관객들 사이로, 마당으로 울려 퍼지면 ‘소리’가 관객의 가슴에 젖어 들고 마루로 올라서는 댓돌에, 마당에 심어진 도화에 내려앉는다.
가야금연주를 생으로 들어본 적 있는가. 그 오묘한 소리의 울림은 그대로 가슴에 와 닫아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조차 잊게 만들만큼의 마력을 발휘한다. 마치 뱃사람들을 현혹해서 죽음에 이르게 만들만큼 치명적이었던 사이렌의 노랫소리처럼.
아쟁은 또 어떠한가. 가녀리고 구슬픈 소리이나 결코 그 울림이 작지 않고 소리의 전달력이 모자라지 않으니 문득 가을낙엽이 떨어질 무렵 아쟁산조를 듣고 있노라면 눈물이 한 방울 뺨을 타고 흐를 만하다.
우리 소리와 우리 음악은 우리에게 서양에서 들어온 음악과 클래식에 대한 융숭한 대접에 반해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극히 일부만 즐기고 농촌에서 잔칫날이나 들어볼 수 있는, 꽹과리와 장구를 주축으로 하는 농악풍물패의 음악정도가 명목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음악은 학교에서도 천대받고 있다. 국영수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교육체계는 음악, 체육, 미술 등의 예체능을 홀대한다. <우리 소리 우리 음악>은 김명곤 씨가 쓴 음악교과서이다. 교과서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니 재미있는 그림으로 치장한 책이 등장하나보다. 부록으로 들어있는 한국 음악사 CD를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으면 마치 과거로 선조들의 삶속에 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