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일시정지 - 과학 선생들의 현대 과학 다시 보기 양철북 청소년 교양 7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 지음 / 양철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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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갈고 한지를 서진으로 눌러 펴놓고 붓을 든다. 글을 쓰는 것이다. 마음의 수양이나 예술을 위한 행위다. 누군가와 소통하거나 대화하기 위해 우리는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는다. 지금은 핸드폰을 들고 각기 다른 버튼을 눌러 글자를 만들고 문장이 완성되면 ‘전송’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원하는 상대방은 내가 썼던 문장을 고스란히 실시간으로 시차 없이 받아 볼 수 있다. 하지만 100여 년 전엔 이것이 바로 누군가와 소통하는 방법이었고 자신의 생각을 저장하는 방법이었다.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이익은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사람을 싣고 간다던지, 스위치를 누르면 밤에도 환하게 생활하기, 비행기를 타고 다른 대륙으로 한나절 만에 날아가기, 누군가의 목소리를 담았다가 내일 또 들을 수 있다든지, 높은 사람의 행동과 연설을 영상을 통해서 전 국민들이 공유하는 일까지도 모두 과학의 발달이 이루어낸 오늘의 ‘편리’다.


이런 이익을 준 과학에 딴지를 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미 익숙해져 있고 그 익숙함에서 조금이라도 빠져 나오는 불편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되돌리는 일’은 오늘날의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에도 맞지 않다.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나섰다. 거꾸로 가자는 것은 아니다. 잠시 멈춰 생각을 하고 나아가자는 이야기다. <과학, 일시정지>는 현대 과학이 지향하는 가치와 흐름이 너무 빨리, 생각 없이 진행하는 것을 경계한다. 과거 경험했던 과학이 이룬 실수, 혹은 잘못을 떠올리며 앞으로는 모두를 위한 가치, 다 같이 삶에 대한 가치를 위한 도구로서 과학이 되길 바라는 일이다.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모임이 지은 이 책은 물음에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현재의 과학이 지니는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앞으로 과학의 역할에 대한 일반의 물음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과학의 발전을 심의하는 역할을 대중이 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정보를 주는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물음은 우리가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기후변화는 오늘날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협약. 교토에서의 결정이 시한을 다하고 코펜하겐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는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에서 언급처럼 그냥 집에서 개인이 행동해서 될 일의 규모를 넘어섰다. 탄소배출원인 제조업의 공장들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고 자동차의 매연을 규제하려면 현재의 차량운행수를 줄여야 한다. 게다가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거의 모든 제품의 생산이나 에너지원인 전력생산 방법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의 경우엔 자발적으로 줄이겠다는 목표가 없고 그냥 이대로 가겠다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현재의 경제력에(국민총생산 13위 국가) 비해 너무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있는 실정이다. 회의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국가 정책이 오고가는 중요 합의 사안이 곧 결실을 맺을지 기대가 되는 시점이다.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일은 과연 지구온난화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 사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돈이 오갈뿐이지 현재의 배출량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돈을 받은 후진국이 산업개발에 박차를 가하면 오히려 전체 배출량은 훨씬 늘어날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 신재생에너지는 어떤가. 과연 그것은 탄소를 줄이고 에너지원에서 석유를 제외할 만큼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해결책은 어떤 것인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수많은 동물들에게 실험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일은 올바른 것일까. 무수히 희생시킨 동물들 덕택에 탄생한 신약과 백신,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에게 사용되는 임상이전의 테스트로서 가장 적절한 선택인가. 개를 먹는 우리는 그럴 말을 할 주제가 되긴 하는 것일까?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배아줄기세포 복제연구의 세계적인 학자가 될 뻔 했던 황우석 박사의 연구방식은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었는가. 아인슈타인이 핵무기개발에 공헌한 일은 시대의 사명이었는가. 과학자가 가져야 할 윤리는 어떤 것인가.


원자력에너지는 과연 ‘녹색에너지’인가. 방폐장의 건설은 불가피하고 과연 그곳은 안전한 것인가. 원자력발전의 의존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은 우리나라는 앞으로 시설에 대한 관리와 운영을 어떻게 해야 에너지에 대한 미래를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


나노기술은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 그 혁신의 기술엔 주의해야 할 점은 없는가. 아주 작은 입자가 세포를 자유로이 통과하는 일은 인간의 삶에 재앙이 되진 않을까. '유비쿼터스 (Ubiquitous)'의 시대는 과연 유토피아를 펼쳐낼 것인가. 개인생활의 제한과 몰 인간화의 우려는 없을까? 유전자조작 농산물과 식품의 논란은 왜 있는 것이며 어떤 이익과 단점이 있는 것인가. 부족한 식량을 해결할 혁신이라는데 정말 그럴까. 유전자를 조작해서 종을 변환시키는 일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는 있는 것일까. 지금 클린에너지라고 부르는 것들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원자력에너지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떨까? 나를 움직여서 내는 에너지가 가장 깨끗한 에너지 아닐까. 피크오일의 시대에 사는 우린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아야 계속 지구위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엄청난 탄소배출을 유발하는 현재의 음식유통을 개선할 방법과 소비자로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좋을까.


과학이 가진 현안에 대한 의문과 미처 관심을 갖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으며 호기심이 발동한다. 지금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물 아껴 쓰고 전등 끄는 일만 하고 있으면 될까? 우리는 과학자와 기업, 정부가 주도하는 과학기술의 개발과 사용에 대한 감시의 권한이 있다.


‘우리는 과학에 의존하지 않고는 한순간도 살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과학은 우리에게 혜택을 주기도 하지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중요한 과학기술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연구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사회는 시민에게 한 가지 권리를 더 부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과학의 발전 방향을 심의하는 과학적 시민권이다.’-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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