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를 뒤흔든 12가지 연애스캔들
박은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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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은 생물종과 인간의 본성이자 종족보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의 하나이다. 이를 위한 조건으로 신은 쾌락을 허용했다. 욕구는 커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방종의 댓가는 크나큰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해온 문명은 ‘도덕’이라는 이름의 제도와 규율을 정해 ‘행위’에 대한 제한을 두게 된다.


그 제한은 시대와 장소, 문화에 따라 달라졌다. 기독교문화를 기본으로 한 미국과 유럽의 패권이 강화되는 근대에 이르러서 단일화된 제도를 세계가 받아들이게 되어 오늘날은 대부분의 나라에 정착되기에 이른다. 그 제도의 핵심은 일부일처제다. 가장 효율적으로 섹스를 제어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일부일처제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진다. 남녀 모두 끊임없는 다른 암수들에게 욕구를 느끼는데 이를 오로지 법제도와 도덕률로 정해놓은 틀로 조절하려 하는 것이 애초에 무리였다. 이혼이 높아지고 사생아, 고아, 편부모 아래서 길러지는 불쌍한 아이들이 늘어간다. 스스로도 그리 생각하게 되는 아이들은 유년기의 행복을 포기해야만 한다.


자유롭지 못한 연애는 다른 사람들의 이목에 신경쓰느라 스스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고 서로의 소유를 인정한 이들은 자기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평생을 투자해야 한다. 물론, 교육과 학습을 통해 ‘성적으로 자유로움’의 댓가가 좋지못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인간으로서는 마음과 행동을 다스리기에 힘을 쏟아 유혹을 용케 떨쳐내기도 하지만 적어도 연애감정에 대한 윤리라는 것은 너무나 얄팍한 것이라 이를 통해 원초적 욕망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본과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하는 가부장제아래의 남성은 비록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일탈’의 기회가 있었다. ‘딴살림’을 차리거나 ‘돈으로 사는’ 행위가 가능했던데 비해 여성은 경제활동이 어려웠고 사회적 편견이 두터워서 욕망의 분출기회 자체가 막혀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대에는 편견과 기회의 불균형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성은 결혼에 이어지는 육아와 자식교육에 이어지는 책임의 사슬에 묶여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물론, 좋은 본보기도 많이 있다. 잘 다스려진 서로의 마음이 통하면 백년해로하는 부부의 경우도 충분히 사례를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억제된 욕망의 분출은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서로에게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비록, 주류사가들로부터 정사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화랑세기>는 1000년전 이 땅위에 살아가던 우리 조상의 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저자는 이를 다소 자극적인 내용들로 조합해 책으로 엮어 내었다. 물론 요즘 뜨고 있는 ‘선덕여왕’의 분위기를 타보려는 출판사의 의도가 함께 했을 것이다.


냉정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유’와 이것이 당시 1000년을 이어온 상류사회에 미친 적지 않은 영향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성에 대한 자유와 너그러움을 오늘날과 비교하자면 ‘스캔들’이 되지만 당시엔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활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세 명의 여왕을 배출한 신라 통치계급의 내면에 성에 대한 차별 없음이 정치와도 그대로 연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실은 세 명의 왕을 비롯한, 왕자와 세손까지도 ‘몸을 바쳐’ 모셨다. 나를 주장하기 보다 당당한 교성으로 너의 존재를 증명하여라 라는 저자의 해석은 다소 자극적이다. 선덕여왕과 천명공주의 관계도 편하지 못했다. 천명의 두 남자를 선덕여왕이 왕에 오르면서 차례로 빼앗아 갔다. 그리고 화랑 풍월주를 잘 모셔 남편을 출세시킨 여인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도 오늘날의 시선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것이다.


색공지신(色供之臣), 당시의 색공의 풍조가 오늘날 ‘성상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겹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우리가 가진 사고를 좀 더 확장해서 당시를 바라보자. 자유로운 교류와 소통이 편견을 없애고 선택의 폭을 넓혀서 파격적인 인사나 인물등용에 좋은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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