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
유진규 지음 / 김영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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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비가 날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언덕, 그 위로 풍력발전의 프로펠러가 소리없이 돌아가고 있고 화면이 바뀌면 광활한 대지위를 까맣고 반짝이는 ‘모듈’의 집합체가 태양의 궤도에 눈을 맞춘다는 해바라기 처럼 군무로 움직임을 보인다. 뛰어 노는 아이들 주변으로 꽃과 날아다니는 나비, 날씬한 몸매의 남녀가 잘 가꾸어진 트랙위에서 땀을 흘리며 조깅을 하는 모습이 비춘다. 빌딩들의 조명이 켜지고 실내에선 TV와 게임기 안의 아이들. 컴퓨터로 뭔가에 열중인 아버지와 전기 오븐에서 잘 익은 요리를 꺼내는 엄마가 환한 미소를 짓는다. 가족 나들이를 위해 오르는 차는 충전을 마치고 플러그를 뽑자마자 소리 없이 속도를 높여 도로를 질주한다.

“풍요롭고 행복한 미래의 원동력. 녹색 에너지”라는 타이틀이 떠오르고 곧 화면이 어두워진다.


실재하는 광고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여태껏의 미디어를 접한 정보들을 조합하면 누구나가 상상할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은 ‘신재생에너지’라 불리는 자연이 주는 힘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데서 기인한다. 과연 그리 될 것인가 라는 의심보다는 어찌되었든 그들이 우리의 희망인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이다.

석유는 언제가 고갈될 것이고 일부국가는 생산량 감소세로 돌아선 요즈음, 연일 높아가는 유가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큰 소요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별 근거없는 녹색성장을 보장하는 국가와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홍보와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우리의 미래도 보장되었다는 ‘조작’에 종속된 것은 아닐까.

대부분의 생필품과 운송수단, 가전제품, 공구들과 심지어는 먹는 농산물까지도 ‘석유의 소모’(보통 ‘탄소’로 지칭하는 것이 보통이다)가 필수불가결한 시대이고, 2차 생산물을 위한 탄소 소모량도 점차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 탄소의무감축에 의무를 지게 되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별 국가적 대책 없이 현 수준으로 탄소배출을 유지하며 다른 유력배출국들의 눈치를 보겠다는 것이 전략의 전부 라는데에 어이가 없는 지경이다. 대통령은 기껏 ‘가정의 절약’이 나라를 구한다는 메시지로 ‘또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나’라는 원성을 듣고 있고 결국 엄청난 탄소를 하천에 뿌릴 4대강사업은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추세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석유없는 미래의 충격에 대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제로에너지 하우스부터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조리기, 빗물을 활용하는 설비등 개인적인 노력이 국가적 지원을 앞지르고 있는 요즈음에 실상 움직이는 모든 것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이 에너지의 근원이 대부분 ‘석유’라는 것이 문제인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태양광, 풍력, 조력, 지중온도차 발전 등을 전국의 공터마다 설치하여 펼쳐 놓는다면 지금 쓰는 수준의 에너지를 얻을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가 분명하다. 아마 몇십분의 일 수준이라면 몰라도 현재 탄소를 배출하면서 얻는 에너지의 엄청난 양을 감당하기엔 그들의 발전수준이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결론은 지금 쓰는 수준에서 현저히 적은 양의 탄소배출을 하는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웬만하면 가공된 손실이 많은 에너지원을 이용하는 것 보다 가공되지 않고 손실이 별로 없는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촬영하면서 인간이 동력이 되는 것이 본인에게도 지구에게도 가장 적절하고 현명한 일이라는 것을 세계 곳곳의 실험적이며 진보적인 실천가들의 ‘기구’들을 소개하며 설득에 힘을 싣는다.

자전거로 시작할 수 잇는 실천은 비싼 에너지 들여가며 기계에 의존해 제자리뜀이나 하고 달리지 않는 싸이클로 근육을 키우는 헬스클럽의 시스템을 비웃는다. 두다리는 이동하기 위해 존재하고 세포는 이를 통해서 적절하게 몸의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한다라는 이치를 생각하면 보통 40킬로미터를 하루에 걸었던 선조들과 달리 기껏 500미터 정도를 이동하는 오늘날의 인간들이 심각한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퇴화하는 세포와 근육들이 장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에는 각종 성인병으로 등장하여 죽음을 재촉하게 된다는 이론은 매우 설득력있게 들린다. 에너지 펑펑 써가며 운동을 할 것이 아니라 그 ‘인간동력’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자는 것이 책이 가진 의도다. 홍콩의 ‘캘리포니아 피트니스센터’는 운동기구에 발전기를 달아서 전기를 만들고 이것으로 조명과 각자가 보는 TV의 전력을 조달한다. 조깅을 하고, 집에서 페달을 밟아 30분정도 운동하면 50W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 뱃살로 음악을 듣고, 컴퓨터를 사용하고, 세탁기도 돌린다.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석유중독에서 벗어나 운동으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일은, 당신 머릿속에 들어있는 당위적 에너지 절약의 개념이 체험적 실천으로 바뀌는 순간 체험하게 될 카타르시스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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