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용이 지나가는 때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새벽녘이 될 수도 있고, 식사시간을 제외한 모든 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아를 기르는 부모라면 알 것이다. 애 재우는 시간이 자신의 자유시간이라 하고싶은 일을 몰아두었다가 한다. 그런데 시끄러운 소음에 아이가 깨면 그녀의 자유시간도 완전히 날아가 버린다.

오늘은 한마디 하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진숙은 오기만 해봐라 하며 이를 갈고 기다렸다. 소리만 났다하면 바로 달려 나갈 채비를 하고 있던 것이다. 아이가 아직 깨기 전 이른 아침부터 개 짖는 소리가 요란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는데, 아이의 울음소리가 방에서 들려왔다. 씨발. 낮게 읊조리며 진숙은 신던 신을 벗어버리고 방으로 달려갔다.


   
  응, 그래, 우리아가. 엄마가 간다. 엄마가. 울지 마.  
   

 


맹렬하게 짖는 개들을 더 놀리기라도 하는지 더 짖어대는 개들에게 아무리 조용하라고 소리 질러 봐야 소용이 없었다.

이미 포기하고 아이를 달래느라 젖을 내놓은 진숙은 아이가 다시 눈을 감자 살며시 이불위에 내려놓았다. 개 짖는 소리도 멈췄다. 이 인간이 꺼졌나. 함 나가서 한마디 해야 다음부터 조심이라도 하려나. 하긴, 바보가 말을 알아듣기나 하겠어? 이미 새벽부터 논에 물대러 나간 남편은 아침 먹으러 들어올 때가 되었는데 무소식이다. 진숙은 곧 남편이 올 것 같으니 국이라도 데우기 위해 가스레인지에 불을 댕겼다.


다시 개들이 짖어댔다. 에이 씨팔. 불을 놔둔 채 방으로 달려갔다. 아이는 아직 깨지 않았다. 미간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급하게 옆에 있는 이불로 아이 머리 주변을 둘렀다. 그런다고 해서 덜 들릴 소음이 아니었다. 차라리 깨라. 방 한쪽에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영용이 닭의 모이를 주고 있었다.


   
  아저씨이잇  
   

 


큰 소리로 영용을 부르는 진숙. 하지만 영용은 대답이 없었고,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다시 교회 쪽으로 걸어 나갔다. 개들의 짖는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영용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두 개가 침묵했다. 마치 스위치를 넣으면 불이 켜지고 다시 누르면 꺼지고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숙은 잠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창을 닫고 뒤돌아보니 아이의 얼굴이 두꺼운 이불에 덮여 있었다. 진숙은 깜짝 놀라 이불을 걷어 내고 아이의 숨을 확인하고자 귀를 아이의 입쪽에 댔다. 긴장이 풀려서 눈을 감았다 뜬 진숙은 코를 벌렁거렸다. 무슨냄새지? 아...차. 하는 순간과 동시에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가는 진숙. 된장찌개는 이미 바닥에서 노릇노릇 타들어가고 있다.


   
  아~씨. 이게 무슨냄새야.  
   

 


현관에서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그녀의 남편 해진이다. 머리가 덥수룩하고 수염도 제멋대로인 남편이 장화를 앉아서 벗으며 한마디 더하려다 찌푸린 진숙의 얼굴과 마주치자 머뭇거린다.

   
 


영용이 땜에

왜?

아씨, 몰라. 닭 모이 주러 왔나봐. 또.

근데?

애 깼잖아. 그래서 찌개 타버렸어.

뭔 소린지. 밥이나 먹게.

김치밖에 없는데

 
   




밥상 앞에 앉은 해진과 전기밥솥에서 밥을 고봉으로 퍼서 쟁반위에 얹는 진숙. 아이는 깼다가 잠든것같지 않게 쌔근거리며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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