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부모 되기
로이스 R. 멜리나 지음, 이수연 옮김 / 궁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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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 번식의 본능은 인간에게도 분명히 있다. 너무 동물과 가까운 비유이긴 해도 실상 이를 통해서 수많은 아기가 태어나고 100년으로 한정되어 있는 당대의 삶을 자식대를 통해서 이어 나간다. 본능으로 설명하기엔 복잡다단한 요즘의 삶은 ‘모두에게 축복받는 결혼을 통해서 이루어진 부부가 아이를 낳는다’ 라는 제도를 부정하는 예외를 낳고야 만다. 이를 통해서 나온 ‘부모가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지금 이 사회에서는 기껏 ‘사회문제’로 감시나 시설에서 관리를 받고 있거나, 길러줄 부모를 찾는 인생최대의 선택을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당하게(?) 된다.

끔찍하지만 시설에서 양육되는 아이들은 올바른 사회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 통계다. 관계에 대한 어려움과 ‘사랑’과 ‘애정’의 결핍이 가져오는 증오는 사회를 향한 공격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좋은 것은 그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이다. 고아원이라 불리던 시설에서도 얼마든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나 다수에게 평온하고 따뜻한 가족과 같은 사랑을 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어려움은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나 몰라라 고개 돌리는 것은 비겁한 행위이며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제도의 개선으로 더 이상 ‘기를 수 없는 아기’의 탄생을 줄이고 시설과 해외로 수출되어 낯선 땅에서 어렵게 길러질 아이들을 우리 품으로 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당위는 실상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온갖 편견과 혈족주의 앞에 무참히 난도질당하기 쉽다. ‘입양아는 배신한다’, ‘크면 낳은 부모를 찾아간다’와 같은 흔한 오해도 좋은 마음을 가진 예비부모의 마음에 큰 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요즈음은 ‘공인’이라고 불리는 연예인, 사회단체 인사,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입양과 이를 통해 전하는 행복의 메시지를 통해서 아이 없는 부부나 혹은 아이 있는 부부까지도 입양을 선택하는데 덜 주저할 수 있다. 눈을 돌려서 꼼꼼히 그들을 관찰하면 얼마든지 낳지 않아도 양육의 기쁨과 오히려 아이가 주는 사랑에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하는 것이 좋다. 일단 옆집부터 시작한 동네와 부모님, 친지 형제자매 등에게 상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잘 따져서 결정해야 하며 이에 대한 결정의 기준은 부모로서 자신의 ‘가슴’이 얼마나 아이를 원하고 있고 또 책임을 져서 잘 기를 자신이 있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마음의 준비가 다 된 경우엔 관련 교육을 받고 또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입양선배들에게 조언을 얻고 정보를 나누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중앙입양정보원 사이트나 포털을 통한 관련 카페는 전국 각지에서 입양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사는 이야기들이 공유되어 있으니 예비부모들이 참고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실재 입양한 아이의 성장에서 본인의 입양사실을 언제 어떻게 알게 되는 것이 좋은가 이다. 많은 문학작품이나 미디어가 입양사실을 안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는 대부분 자신을 ‘데리고 온’ 부모와의 갈등으로 이어지는데 이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공개’로 입양을 할 것인지 ‘비밀’로 할 것인지도 잘 선택해야 한다. 입양사실을 입양아를 포함한 주변에 공개하는 것을 공개 입양이라 하고 요즘은 ‘공개입양’이 선호되고 통계로 본 결과도 비밀입양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본인이 성장기부터 ‘입양’의 정의에 점차 익숙해지고 부모의 변함없는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이 친부, 친모가 아니었다는 급작스러운 충격에 적응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입양을 어려워하고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낳아서 기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내가 책임을 져야 하고 올바르게 자라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정작 어디서든 ‘사랑’만 있으면 잘 자라날 아이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부모로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은 인위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세상으로부터 비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임무는 아이들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을 만큼 유능하고 자신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저자가 글 마지막에 적은 입양에 관한 위의 말이 다가오는 것은 ‘지나침’에 대한 경계이다. 그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잘 봐 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12년간 관련 업체에서 해외입양관련 업무를 해 왔고 본인의 막내 초등학생을 입양한 엄마로서 관심을 두고 번역한 책에 대한 후기로 책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할까 한다.

   
  매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요보호아동은 1만 명 가까이 된다. 작년의 경우 9,284명이 발생하였고 그중 해외입양으로 1,250명 국내 입양으로 1,306명이 가정을 찾았고 위탁양육으로 보호 결정된 아동은 2,838명(대부분이 친인척과 연결), 시설보호를 받게 된 아동은 4,964명이다. 아직도 요보호아동의 상당수가 가정이 아닌 시설에서 지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아동복지의 현 상황이다. 지금 저출산이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최근 입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건강한 아이, 예쁜 두세 살 여아에게만 집중되고 있어 실제적인 입양확대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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