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라해도 무방할 이른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내리 쏟는다. 찐다. 쪄. 아니, 내리 누른다. 이런 날씨라면 되지도 않는 아무런 말이나 지껄여도 상관없을 듯 하다. 구름이 하나도 엎는 말간 하늘에 내리쬐는 강한 빛은 살아있는 것은 무엇이든 태워버릴 기세다. 눈으로 어디 괴목(槐木)이나 있다면 냉큼 달려서라도 그늘 밑에 몸을 뉘고 싶었다.


뙤약볕을 머리에 이고 영용은 오늘도 사택 뒤에 작게 만들어진 닭장으로 향한다. 파리인지, 모기인지, 벌인지, 아니면 딱정벌레인지 윙윙대는 소리에 눈에 잡히지도 않는 작은 것들을 향한 손짓을 해댄다. 위협적이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교회 뒤, 비스듬한 언덕위에 새로 지은 목조주택 앞에 묶여 있는 개 두 마리는 교회로 향하는 언덕길 초입부터 영용의 발길이 닿자마자 마치 그네들의 바로 앞에서 위협이라도 하는 듯이 심하게 짖기 시작했다.  

 

백여 미터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개 짖는 소리에 밖을 내다보는 것도 지쳤는지 그 집의 주인은 굳게 닫힌 현관문으로 기척이 전혀 없었다. 멈출 생각이 없이 짖어대는 와중에 영용은 개들을 향해 몇 번 발 구름을 하며 헤헤거렸고 그럴수록 개들은 더 사납게, 극렬하게 짖어댔다. 개들을 놀리는 게 재미있다 하더라도 할 일은 해야 했다. 통에 들어있는 작은 바가지에 모이를 담아서 닭장에 달린 작은 각목을 못으로 박아 짠 문을 열었다. 닭이 달아날 새라 한손으로 훠이 안쪽으로 몰아넣고는 모이통에 적당한 양을 맞추어 재빠르게 사료를 부었다. 그리고 급하게 문을 닫고 밖에서 작은 꼬챙이를 걸어 잠갔다.


물을 주려면 사택으로 들어가야 한다. 뒷문은 항상 열려있다. 목사님은 어둑해질 무렵 문을 걸어 잠그고, 새벽기도가 끝나면 문을 열어서 닭을 한 번 돌아보는 것이 취미였다.

영용은 물을 받기 위해 그 문을 열고 안쪽에 있는 주방으로 향했다. 보일러실을 지나서 문을 열면 주방이고 왼쪽으로 돌면 싱크대가 있다.


에이, 누가 엎어놨어


바닥에 떨어진 양은 냄비와 플라스틱 밥공기. 수저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부엌 안쪽으로 난 통로를 흘깃 거린다. 평소 같으면 벌써 나와서 영용 왔어 하며 반겨주던 목사님이 오늘은 어쩐 일인지 아예 보이질 않는다. 집안은 마치 하얀 분을 흠뻑 뒤집어 쓴 것처럼 고요하고 적막하기만 하다. 표정의 변화 없이 바닥의 냄비를 주워들어서 싱크대의 수전꼭지를 들어올린다. 쏴아 물소리가 양은냄비를 울리고 어디선가 진짜 파리한마리가 영용의 팔꿈치 위에 앉았다. 이 씨. 팔을 들며 한쪽팔로 휘두르던 영용의 움직임을 비웃기라도 하듯 파리는 사뿐히 영용의 머리로 앉았고, 그러는 동안 받았던 물은 다 엎어져 다시 받아야 했다. 머리에 앉았던 파리를 쫒은 영용은 다시 냄비에 물을 받아서 성큼성큼 사택을 나서 닭장으로 향했다.


목사가 방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영용이 드나든 뒤로 한나절이 지난 시간이었다. 강장로가 발견했다. 다음 주 노인회 봉사를 준비하기 위해 목사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여러차례 했다. 묵묵부답 신호만 가고 받지를 않아서 교회로 가 봤다가, 사택으로 왔다가 집안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서 집안으로 들어갔다가 침대 아래 엎어져 누워있는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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