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만들기의 발상 한림신서 일본학총서 81
다무라 아키라 지음, 강혜정 옮김 / 소화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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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만들기라는 용어를 처음 듣게 된 것은 전북 진안이라는 작은 촌동네에 처음 발을 딛게 된 때였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정착 하겠다고 마음먹고 찾아간 그 곳에 무연고자의 관내 정착을 돕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으니 나에겐 하늘이 준 기회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이름하여 ‘마을 간사’라는 제도 이었는데 처음 내가 정착을 원하는 마을에 적응하는 데에 적격이겠다는 생각으로 신청하였고, 합격하여 무려 이년간이나 그 직에 머물렀다. 물론, 귀농 귀촌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던 것이고, 젊은 축인 나의 경우엔 글로 쓰지 못할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는 것도 있지만 생계비 보조와 같은 간사 월급과 마을사업에 외부인으로서 함께 한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다.


도움 주러 온 사람이라는 인식이 경계의 눈초리도 받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촌부들은 옛날 지도소에서 나온 이들처럼 대하니 나 역시도 어쩔 바를 모르기도 했다. 이런 과정도 서로를 이해하고 친교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덕분에 마을 분들의 대부분과 쉽고 빠르게 인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일부와는 허물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결과로 외부인이라면 쉬울 수 없는 적정규모의 토지를 구하고 그 곳에 집도 지으면서 살게 되었다.


한때 마을 만들기에 참여한 마을 간사의 증언으로 이해 할 만한 내용이지만 대부분의 마을 간사가 나와 같은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다. 극히 소수의 경우이고 마을 만들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제 5년이 채 되지 않으니 걸음마 단계라고 봐야 하는데 지역의 토호들과 기득권세력의 일부는 이를 문제 삼기도 한다. 정해져 있는 예산의 활용 시에 굳이 이렇게 성과도 보이지 않는 곳에 투자를 해야 하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적극적인 활용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고 앞으로의 미래도 불투명하기 그지없다.


전국적으로 소규모 공동체의 활용을 위해 차용하는 것이 ‘마을 만들기’이며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동단위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예술, 교육과 같은 분야의 활용이 최근 괄목해 질만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이 단시간 내에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라 100년을 바라보면서 해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과연 지금 이 땅에서 100년을 바라보는 이가 있을까 의문스럽긴 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땀 흘리는 이들이 있어서 미래는 밝은 것이다.

이곳의 마을 만들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꽤 익숙해 져서 마을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자원을 이해하며, 토론과 교육을 통해 협동하는 마을 구성원들이 마을 만들기를 하고 있다.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알차고 미래가 보이는 작은 일들을 꾸준히, 한발자국씩 찍으며 나아간다는 생각이면 좋을 것이다.

이런 마을 만들기의 원조는 일본이다. 물론 일본에서만 있는 공동체의 움직임은 아닐 것이고 용어의 유래를 보면 그러하다는 것이다. 이 ‘원론’적인 이해를 얻고자 하는 이라면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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