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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쏘다 ㅣ 우리시대의 논리 12
서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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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판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소송 당사자, 여기서 소송 당사자는 전직 대학교수였습니다. 이 대학교수가 쏜 석궁에 맞아서 병원에 실려 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 기자: 서울고법 민사2부 박홍오 부장판사가 오늘 오후 7시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우성아파트 자택 앞에서 피습 당했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에 왼쪽 아랫배를 맞아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박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쏜 사람은 성균관대 해직교수인 김명호 씨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김 씨는 80cm크기의 석궁을 가지고 박 판사 아파트 엘리베이터 옆 계단에 숨어 있다가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박 부장판사를 향해 석궁 1발을 쐈습니다.
김 씨는 박 부장판사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비명을 듣고 달려온 박 판사의 운전기사 44살 문 모씨에게 현장에서 붙잡혀 경찰에 인계됐습니다.
-2007년1월15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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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온 나라를 떠들썩 하게 했던 뉴스였다. 판결에 불만을 품은 전직 교수가 부장판사의 자택에 잠복하다가 귀가길에 있는 판사를 석궁으로 쏘았다는 뉴스는 도대체 왜 그랬느냐 보다는 사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정신나간 사람으로 비춰졌다. 이후 시사프로그램을 통해서 사건의 진위를 추정하면서 교수에게 동정과 공감의 여론이 늘어났다. 하지만, 불쌍함, 재수없는 이로 생각되는 정도였지 그 이상은 아니었다.
요즈음 관공서에 가면 흔한 풍경중에 하나는 일인시위다. 집시법에 둘이상이 모여서 행동하는 것을 규제하기 때문에 홀로 시위하는 문화가 점점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지방법원은 물론이고 서울 대법원앞에서도 재판결과에 불만이 있거나, 공정하지 못함을 항의하는 시민의 나홀로 피켓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위 뉴스에 나온 사건은 세간의 관심을 유난히 많이 끌었다. 일반인도 아니고 교수 씩이나 되는 사람이 교양과 세력은 어쩌고 홀홀단신 범죄자처럼 흉기로 판사를 위협한것도 그렇거니와 판결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다 그렇게 행동하기라도 한다면 사법부의 검사, 판사가 남아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 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후로는 그런 테러가 없었고 조용히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사법부의 범죄가 전직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 터졌다.
이후에 나온 ‘부러진 화살’은 그런 의미에서 또 한번 세간의 관심을 모으게 되었다. 형식이야 그렇다 해도 사법부에 대한 한 인간의 비판과 도전을 극히 딱딱한 사건과 구술 위주로 엮었기 때문이다. 이 파급효과는 크다. 다큐멘터리가 영화보다 더 설득력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사 법부 비판의 화살은 ‘석궁테러’의 주인공 성대 수학과 김명호교수이다. 그가 쐈던 화살은 그의 말대도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며 곧 불의에 대한 정의의 항전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 강직하면 부러진다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라면 저렇게 싸웠을까 하고 몇 번을 되물어도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그럼 어땠을까. 아마 애초에 자신이 속한 집단에 ‘공정성’을 이유로 반기를 들기 조차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설사 실수로 그랬더라도 바로 선배들과 상사들에게 사과하였을 것이다. 혹여 잘못되어 법정까지 갔더라도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지 못함에 대해 사법부를 향한 활을 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감히 말이다. 그것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을 뻔히 알기때문이며 속담인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을 누가 구지 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에 상황에 맞추어 불러올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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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그것이 정직한 일이고 옳은 일이라 하더라도 개인에게 감당할 수 없는 희생을 강요할 때에는 어찌해야 하는가. 김 교수처럼 그 후 10년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인간적 모멸로 점철된 삶을 살아야 한다면, 우리는 과연 그런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정직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을까.’-저자의 서문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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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김명호 교수는 너무 바른 사람이었다. 실패를 모르고 살아온 인생에 자신이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세상속에 살았고, 그리고 자신의 연구 외에는 다른곳에 신경쓰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자기가 속한 학교의 입시 채점을 맏으면서 한 문제의 오류를 지적하자 대학에서는 학교의 위신을 생각해서 넘어가자라는 말로 지적을 무마하려 한다. 그런데 이에 분이난 김교수는 문제를 외국까지 보내서 자신이 속한 학교의 교수들을 질타하고 수학교수들의 협의회에도 보내서 사건을 확대하는데 이른다.
결국, 조교수로 임용될 예정이었던 김교수가 학과 교수들의 반대로 탈락하고 이를 불의로 본 김교수는 ‘법’으로 바로잡을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사법부 조차 개인보다는 권력에 기우는 것이 사실 아닌가. 우리가 상상하는 그대로 사법부는 김교수에게 패소를 안겨주었고, 곧 항소와 일인시위, 단식등으로 사법부에 항의하다가 고법판사에게 석궁으로 ‘시위’하여 전국민의 뉴스거리로 확대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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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양식이라는 것은 법원에 호소하는 방식이어야 하는데, 김명호 교수는 법원 자체를 치고 있거든요. 어찌 보면 본인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김명호 교수는 한국 현실에 대해 약삭빠르지 못한 사람이거든요. 안그랬으면 자기 살길 찾았을지 몰라요. 자기 체면 차리면서 성대 수학교수로 살아남았을지 모르죠. ......김교수는 해방 50년간 사라져 간 사람들의 한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고, 우리는 김명호 교수를 통해 현대사의 기막힌 한 부분을 보고 있는 거예요.’ -본문 중 최갑수교수의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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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판결은 김 교수에게 큰 가르침을 주자는 사법부의 훈육이었다. 저자가 꼼꼼히 기록한 재판 내용을 보자면 법을 잣대로 판결하는 사법부의 판사가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이며 유연한 잣대가 강한자와 권력에 기우는 것이 당연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저런식으로 우리가 불합리하게 내려진 재판이 진행되었겠구나 라는 탄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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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법부는 김명호라는 한 수학자에게 4년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형량을 부과함으로써 자신들에게 도전한 사람이 얼마나 가혹한 운명을 경험해야 할지를 보여 주었다. 죄질이 아주 나쁜 재벌들과 그 자녀들은 사회에 봉사 많이 하고 가정교육 잘 받았다며 내보내는 판결을 생산해내는 곳도 대한민국 법원이고 판사들이다. 그런 그들이 오늘 우리를 판결한다.‘- 본문 ’결론‘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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