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잇 -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지구 온난화 충격보고
비외른 롬보르 지음, 김기응 옮김 / 살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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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요란한 경고와 관련서적을 많이 읽은 탓에 ‘세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밥을 먹고, 차를 운행하고, 전자제품과 조명의 전원을 켜며, 물품을 택배로 구매하면서 까지도 항상 조바심과 불안감에 시달린다. 평범한 내가 이럴 진데 특히 ‘환경운동’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더 할 것인가. 환자라구?


내가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전혀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하다는 것일까. 아님 나와 같이 행동하거나 더 심한 탄소배출원이 가득한 이 지구의 앞날을 걱정하는가. 도덕적이지 못한 나의 행동에 대한 자책을 느끼는가. 자연이 주는 것만 얌체같이 받아서 날름 먹고는 다시 돌려주는 것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으니, 이런 불균형이 마침내 인간에 대한 자연(신)의 앙갚음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수많은 예언과 경고를 근거로 한 불길한 느낌일뿐인가.


나는, 오늘도 별일 없이 잘 산다. 하지만 후세와 당장 나의 가까운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인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일부러 생각을 안하려 한다. 그깟 미래쯤, 지금 이 순간 내가 행복해야 할 것 아닌가.


조각난 얼음위로 걸을 곳조차 없어서 차가운 물위로 떠다니다 죽음을 맞는 북금곰, 이미 잠기기 시작한 낮은 섬나라를 탈출해서 이주할 곳을 부지런히 찾고 다니는 몰디브의 대통령, 천적이 없어 득세하는 모기떼와 이로 인한 말라리아 창궐, 물과 식량의 부족해서 죽어가는 검은 대륙의 아이들, 잦아지며 그 위력을 더해가는 태풍과 장마, 베어지는 나무들과 드러나는 벌건 흙, 중장비의 굉음 속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사라져가는 사냥감으로 굶는 피그미족.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아마존이 사라지는 속도와 지구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비례할 것이고, 항공기의 운항횟수가 잦아지면 대기권내 생성된 구름들로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고, 석유(주요 구성원이 탄소이므로)의 이용도가 높을수록 탄소배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나는 벌목업자도 아니요. 이산화탄소를 엄청나게 배출하는 공장주도 아니고, 비행기도 신혼 여행 때 한번 타봤을 뿐이고. 그러니 나와는 관계없는 것이 아닌가. 비록 나의 행동이 탄소를 배출하여 발자국을 남기지만 그것은 극히 미미하여 지구에 끼치는 영향으로 포함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곧 나의 가족. 가족이 우리 주변, 우리 동네, 우리 지역, 종래로 대한민국 정도만 되더라도 이야기는 완전히 틀려진다. 하나가 모여 여럿 되는 힘은 얼마 전 촛불시위나 축구하나로 뭉쳤던 2002년 월드컵 때를 머리에 떠올려도 된다. 어차피 2013년이면 의무감축국에 해당되어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해야 할 일. 지금부터 배출가스 감축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경제도 안 좋은 이때에 이 비용 너무 아깝지 않은가. 심지어 우리의 영원한 우방 미국도 참여를 거부했다는데. 우리는 왜 해야 하나.


스스로를 ‘회의적 환경주의자’라고 부르는 저자는 이런 인간적 갈등의 ‘틈새’를 공략한다. 엄청난 비용의 투자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미치는 것이 극히 미미하여 경제적 관념으로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것이라고 말한다. 교토의정서를 수정 또는 폐기하여(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결론으로 미루어 보건데) 새롭게 협약하고 이를 통해 ‘돈’을 다른 시급한 사업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물론 지구를 구하는 일이 제일 중하니, 지구를 구하고 사람을 구하는 일에 써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북금곰을 0.06마리 살릴 수 있는 고비용 온실감축보다 규제를 통해서 사냥당하는 49마리를 구하는 것이 능률이며, 태풍과 홍수로 인한 피해는 근원적 ‘토목사업’을 통해 처방하며, 창궐하는 말라리아모기는 모기장의 보급과 DDT(나는 이 부분에서 정말 뒤로 넘어갔다. 자신의 집에는 한 방울도 못 뿌릴 거면서 불쌍한 아프리카인들은 괜찮다는 논리인가)로 손쉽고 빠르게 해결 할 수 있다는 것.


물 부족에 대한 수리시설 확충과 식량공급. 그 외 사회 기반시설 확충으로 인류에게 다가오는 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빙하가 녹아서 올라가는 해수면의 수준은 미미하며 대륙위의 빙하가 완전히 녹아야 환경운동가들이 주장하는 수위만큼 올라가는데, 지금의 근거 자료로 보아서는 어림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느껴지는가. 위의 ‘처방’은 약점이 있다. 그것도 치명적인. 근원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각종 리포트와 기사, 학술자료들을 총 동원하여 교토의정서의 비경제성과 ‘불편한 진실’의 미국 정치인 ‘앨 고어’를 겨냥한다. 잘 정돈된 주장의 흐름은 누구도 거역하기 힘들만한 힘이 있다. 특히 내가 명확한 논거를 가지지 못할 경우엔 더 하다. 저자는 각주만 백 페이지에 달할 만큼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서서히 읽는 이의 마음을 파고든다.


그리고, ‘완전한’반대가 아닌 상대에 대한 인정과 새로운 방향제시는 급진(?) 환경주의자들의 전적인 반대를 차단하는 효과를 지닌다. 이 책을 읽고 동감하는 이들의 결집력을 약하게 하긴 해도 말이다.


경제, 기후학, 정치 전반의 자료. 특히, 자신의 전공인 통계를 통해서 주장을 꿋꿋이 펼쳐 간다. 그의 주장은 옳다. 돈 ’적게’ 많은 사람을 ‘당장’ 구해내는 것이 왜 중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근원적 처방’이 아니라는 약점 외에도 미래의 1인당 국민소득의 상승과 같은 부가 현재의 소외되어 있는 제3국의 약자들을 치유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과 같은, 무리한 그의 주장에 대한 논란은 있다.


당장 2013년부터 온실가스감축에 대한 의무를 지게 되는 우리는 이에 대한 고민은 아직(?) 별로 없는 듯하다. 강바닥을 긁어내고 보를 쌓고, 제방에 ‘공구리’를 처바르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냥 놔두는 게 훨씬 낫다는 근거자료가 설득력을 얻고 있고 이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으니 그만 두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좀, 그럴듯한 논거와 자료를 가진 ‘학자’는 우리 정부엔 없는가. 그렇다면 배웠으면 좋겠다. 공부라도 해야 ‘설득’을 할 거 아닌가. 그냥 삽만 들이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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