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미래 - 탈냉전 상상의 계보 (1945~1972)
장세진 지음 / 푸른역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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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는 중입니다. 너무 좋은 책인데, 왜 이렇게 묻혀 있는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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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꽃반지
김성동 지음 / 솔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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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무거운 소설이다. 하지만 그 시대, 그들의 삶이 문학화의 형태라도 전승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뜻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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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다는 것 - 음악으로 듣는 너의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18
이기용 지음, 이유정 그림 / 너머학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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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인디밴드 허클베리 핀의 리더 이기용. 허클베리핀이라는 밴드도 이 책으로 알게 됐고, 그들의 노래 <사막>도 유튜브로 처음 들어봤다. 가사가 의미심장.(빨치산을 모티브로 가사를 썼다고) 
너머북스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 18번째 책이다. 두껍지는 않지만 곱씹어볼 대목이 많다. 군데 군데 저자가 경험했던 에피소드들도 마음을 덥힌다. 듣는 것과 관련한 경험담을 보면서 저자는 이 책을 써야할 운명이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경쟁사회에서 '듣는 힘'이 약해진 이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사실 한국사회는 '듣는 것'에 약한 게 아닐까. 남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흔하다. 헌데 책을 보면서 내가 요즘 지나치게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본다.

책 후반부에 미하일 엔데의 모모의 한대목이 나온다. 모모의 '듣는 힘'을 나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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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과 인간 - 아인슈타인에서 김정은·트럼프·문재인까지
정욱식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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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북핵 문제는 북한의 대남적화 야욕 때문에 생겨났고, 25년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시간끌기와 거짓말 때문에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언론들이 이런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편향적 판단과 사실왜곡을 섞어 만든 ‘신화’에 가깝다.        
 ‘한반도의 천형(天刑)’인 핵문제는 한국전쟁 단계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적 맥락을 살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인식을 갖기 어렵다. (그때부터 봐야 ‘천형’임을 실감할 수 있기도 하다.) 단편적인 언론 보도만을 접해서는 왜곡된 인식이 고착화될 위험성이 크다. 특히 북핵 협상의 결정적인 국면에서 판을 깬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은 기성 언론의 보도만으로는 알아채기 어렵기도 하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가 지난 8월 출간한 <핵과 인간>(서해문집)은 북핵문제에 대한 파편적이고 편향된 인식체계를 교정하는데 안성맞춤의 교재다. <핵과 인간>은 핵이 현대사에 어떤 작용을 해왔는지, 국제 정치질서를 어떻게 바꿔왔는지를 인류의 핵개발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훑는다. 특히 한반도 핵문제에 대해서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팩트들이 무수히 등장해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다. 예를 들면, 우리는 한국전쟁 때 맥아더가 원자탄 공격을 주장해온 사실은 알고 있지만,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4년 5월 개성에 대규모 핵공격을 준비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존 덜레스 국무장관은 1953년 2월 11일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적극적으로 핵무기 사용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핵공격 대상도 거론했다. 바로 개성이었다. (중략) 1953년 5월 20일 NSC에서 아이젠하워는 1년 후인 1954년 5월을 실행일(D-day)로 잡았다. 1년 후를 기약한 데는 대규모 핵공격을 강행하기 위해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했고, 소련군의 개입 등 확전에 대비하려면 핵무기를 비롯한 충분한 군사력을 갖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56~157쪽) 

한국전쟁 휴전 이후에도 미국은 정전협정을 위반하면서까지 핵무기를 한반도에 밀반입한다. 1958년 1월부터 핵대포와 어네스트존이 한국에 배치됐고, 이듬해인 1959년에는 사정거리 1100km의 마타도르 핵 순항미사일도 배치된다. 미국이 남한에 대량 핵무기를 배치하자 북한은 ‘적 껴안기’ 전술에 돌입했다. 군사력의 70% 이상을 평양-원산 이남으로 결집시켜 미국이 아군 피해 가능성 때문에 핵공격을 어렵게 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대규모 남침 징후로 간주되면서 군비 경쟁와 군사적 긴장을 더 고조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미국이 박정희 정권의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1976년부터 대북 핵공격이 포함된 팀스피리트 훈련을 실시한 것도 북한이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한 주요 배경이다. 한반도 핵문제는 서로 갈등·대치하고 있는 대립물(남북미)의 상호작용을 균형 있게 봐야 제대로 된 인식에 도달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핵과 인간>은 북핵 사태가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의 경과에 대해서는 더욱 촘촘하게 다룬다. 미국 내 강경파들의 ‘농간’에 의해 사태가 수시로 꼬였음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1992년 1월 한·미 양국이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하기로 하자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 체결은 한반도 국면을 바꿀 만한 중대 결정이었다. 그러자 ‘북한이 핵무기 1~2기를 만들 수 있는 10㎏ 안팎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는 추정을 미국 CIA가 들고 나왔다. 북한이 IAEA에 신고한 플루토늄 추출량 90g과 차이가 커 북한이 몰래 핵무기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미 양국이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 방침을 번복하면서 정세가 악화됐다. 이 의혹은 2008년 5월 북한이 제출한 원자로 재처리시설 가동일지를 미 국무부가 분석한 결과 북한의 최초 신고가 정확한 것으로 판명나면서 16년 만에 풀린다.   

“부시 행정부 당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2011년 11월에 출간한 회고록 <더 이상의 영광은 없다>에서 ‘북한이 제출한 1만8000쪽 분량의 문서에는 1976년부터의 운전기록이 담겨 있었다’면서 이에 대한 보상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것은 ‘시도할 가치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중략) 이렇게 플루토늄 불일치 논란이 일단락되면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불렀던 부시는 임기 말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결단을 내렸다. 1992년 북한의 플루토늄 최초 신고가 정확했다는 것을 부시 행정부가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 (321쪽) 

저자는 이밖에 미국이 제기했던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비밀 핵무기 개발 의혹, 시리아 흑연감속로 건설 지원설 등에 대해서도 ‘근거 박약’임을 논증한다. 

“(고농축우라늄과 관련해) 부시 행정부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중략) 켈리를 수행했던 잭 프리처드와 김동현의 증언 역시 마찬가지다. 프리처드는 2003년 11월 20일 한 세미나에서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와 달리, 미국 대표단은 북한 외무성 직원은 물론 어떤 이에게도 고농축우라늄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통역을 맡았던 국무부 통역관 김동현 역시 ‘켈리가 강석주에게 증거를 보여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당사자들의 증언은 미국이 증거를 제시하고 북한이 결국 이를 시인했다는 당시의 보도가 잘못된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 (402쪽)

하지만 미국이 제기한 북한 핵관련 의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대북 불신을 고질화하는 단골재료로 쓰여왔다.  

“대신 북한은 영변 핵시설 사찰을 허용했다. 북한은 보고서에서 실험용으로 한 번 추출한 플루토늄 90g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 결과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은 훨씬 많았다. 북한의 은폐 기도는 무기 개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한·미는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를 선언했고, 1993년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1차 북핵 위기가 촉발됐다.” (2018년 9월 28일자 조선일보 <워싱턴 리포트>)

저자 정욱식은 이 책을 쓰기 위해 비밀 해제된 미국 문서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문서, 외국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까지 광범위하게 분석했다. 후반부 북핵에 관한 기술들은 “북한에 기만당했다”는 신화로부터 우리가 깨어나도록 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충실하다. 오늘날 한반도 핵문제를 역사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진정한 의미의 한반도 비핵화를 설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지적 인프라’로 평가할 만하다.    

<핵과 인간>은 북핵 문제 외에도 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동서냉전과 데탕트 등을 핵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살펴본다. 핵이라는 ‘절대반지’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패권을 좌우해 왔음을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무기로서의 핵뿐 아니라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핵과 관련된 것이라면 거의 모든 것을 망라해 다루고 있다.  

주석을 뺀 본문만 674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문재인·트럼프·김정은이 이끌고 가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핵과 인간>은 싱가포르 북미 공동선언의 의미를 이렇게 짚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이래로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한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독성이 강한 토양, 즉 북미 간 적대관계 및 한반도 정전체제는 거의 손대지 않으면서 북핵이라는 독버섯만 뽑아내려고 했다는 데 있었다. 이러다 보니 독버섯의 뿌리가 뽑히지 않거나 다른 곳에서 자라는 일이 반복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독성이 강한 흙을 걷어내고 새로운 흙을 뿌리기로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독버섯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도록 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독성을 ‘불신’으로, 새로운 흙을 ‘신뢰’로 바꿔 읽으면 의미가 쉽게 다가온다. 저자 정욱식의 지론대로 핵은 ‘관계의 산물’인 것이다.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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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여지도 - 두 발과 땀으로 써내려간 21세기 대한민국 노동의 풍경
박점규 지음 / 알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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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르포르타주’가 빈약하다는 생각을 평소 해왔다. 2월에 소설가 장강명을 인터뷰하면서 그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그 역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서 반가웠다. 


장강명은 르포문학이 빈약한 이유로 현장취재가 쉽지 않다는 점과 현장에서 채집해서 스스로 텍스트를 만드는 훈련이 없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꼽았다. 현장취재가 쉽지 않은 이유로는 타인에게 질문하거나 소통하기 어려운 어려운 언어체계와 권위주의 문화를 들었다. 그는 그래서 "그나마 현장을 접하기 쉬운 기자들이 책을 많이 쓸 필요가 있다"면서 "신문사에 있는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책을 쓰라'고 권한다"고 한다.   


장강명 = “취재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나보죠. 교육도 우리는 정전을 보고 빨리 소화해서 텍스트를 보고 답하는 식이지 않나. 미국학생들은 다음주에 발표를 위한 리서치를 해오라고 하면 우리 보기엔 생뚱맞은 발표를 한다. 하지만 직접 가서 보고 자기 손발과 눈을 이용해 텍스트가 아닌걸 텍스트로 만드는 훈련이 있다. 두번째로는 젊은이가 명함없이 뭘가서 질문하고 하는게 쉽지 않다. 상당히 고리타분한 사회니까.”


-취재원들도 사실은 기자가 아니면 잘 안만나주기도 하지 않나.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사회이. '어린애가 나한테 물어봐?' 이렇게 질문 자체를 비판이나 공격으로 간주한다. 별로 질문하지 않는 사회이니 두세번 같은거 물어보면 화내고. 질문하는 프로토콜도 상당히 복잡해서 조금 삐끗하면 건방진 놈 소리를 듣게 된다.”


-한국어의 호칭도 존대도 그렇고 소통하기 어려운 구조이지 않냐.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안되는 나라인데 그게 이런 취재를 막는 한 원인. 대한민국의 여러가지 나쁜 것의 밑바닥에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문제도 있는 거 같다.” (2월6일 경향신문 편집국에서 인터뷰중 나눈 대화)




나온지 2년쯤 된 책이긴 하지만 박점규의 <노동여지도>는 ‘노동르포’의 가능성을 보여준 책이다. 2014년 3월 ‘삼성의 도시’ 수원에서 시작해 2015년 4월 ‘책의 도시’ 파주까지 1년2개월 간 전국 28개 지역을 발로 뛰면서 쓴 책이다. 자동차 부품사, 조선소, 병원, 증권사, 출판사, 공항, 호텔, 패스트푸드점 등 다종다양한 일터에서 땀을 흘리는 이들을 기록했다. 


책에는 아픈 노동현실과 악덕 사업주만 그려져 있는게 아니다. 부도난 회사를 인수해 노동자 자주관리회사로 운영한지 10년만에 회사를 흑자로 돌린 청주의 버스회사 우진교통, 자신을 낮추고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병원장을 만나 새롭게 태어난 파주의 공공병원도 등장한다. 노동을 존중하고 협력파트너로 여긴다면 경영상의 어려움 쯤은 능히 극복할 수 있음을 증언한다.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을 정도로 출판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리 많이 팔리지는 못했다. 인터뷰 때 물어보니 “<직업여지도>라고 이름을 붙였다면 더 팔렸을지 모르겠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이란 단어가 갖는 장벽을 실감했다”고 했다. 르포가 빈약해 거대담론만 넘쳐나는 한국사회에서 이런 류의 르포들이 활발하게 나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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