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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문학살롱 - 그들은 어떻게 고전에서 경제를 읽어내는가 ㅣ 한빛비즈 경제학자 시리즈 3
박병률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학부 전공이 경제학이기에 괴짜경제학, 경제학카페, 경제학콘서트 등 경제학 단어만 들어가면 꼭 구입하지만
실제적으로 심도 있게 읽어보고 고민하는 활동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박병률님의 책은 그런 부분에서 제게는 큰 귀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소설에서 이런 내용을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자분의 개인적인 내공에 굉장히 경탄하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살펴볼까요?
'읽기 어려웠던 고전과 경제학이 술술 풀린다' 문장이 보이십니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원전을 100% 읽는 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최소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동물농장, 운수 좋은 날 .. 다시 한번 읽어볼까.'
그 만큼 간략하지만 그 소설들의 줄거리를 간결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소설이 의미하는 시대상과 배경들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명쾌하고 매력적입니다.
예를 든다면 김유정님의 '봄봄'을 언급하는 마지막 글에서 '점순은 누구의 편을 들었을까, 정답은 소설 말미에 있다' 라는 맺음말에서 바로 '봄봄'을 읽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습니다. (바로 네이버 검색으로 해결 ㅡㅡ;)
책의 중반부가 넘어갈 즈음 문학작품을 즐기지 않는 저로서도 이 책에서 소개되는 36개의 문학은 왠지 읽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기술하는 줄거리의 탄탄함도 훌륭하지만 그 문학의 배경을 설명하거나 연결하는 역사적, 경제학적인 식견이 탁월합니다.
중간 중간 제가 '와~ 이게 이렇게 연결되나'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몇 가지만 언급해 보겠습니다.
폐병으로 스물 다섯에 요절한 나도향님의 '물레방아'는 탄력성과 연결이 됩니다.
탄력성이란 A가 1퍼센트 변화할 때 B가 몇 퍼센트 변화하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를 말한다. 이를 B의 A에 대한 탄력성이라 한다.
경제학원론이 아니더라도 대중적인 경제학 서적에서 한번 즈음은 접해볼 수 있는 탄력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물레방아'의 이방원의 처가 배신하는 것을 '사랑의 재력탄력성'으로 설명해 봅니다.
돈의 변화에 비해 사랑의 변화가 더 많다면 탄력적일 테고 변화가 적다면 비탄력적일 것이다.
이방원의 처는 사랑의 재력탄력성이 1보다 컸나 봅니다. 이방원을 배신하고 결국 이방원에 의해 죽게 되지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재력탄력성이 1보다 큰가요? 1보다 작다면 어떤 요인에 의해 탄력적인가요?
영화배우 조형기님의 수작 '뽕'도 나도향님의 작품인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얼마나 문학에 문외한인지 깨닫게 되는 책입니다.
4부로 나눠진 책에서 4~5개의 문학을 넘기도 전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와 이번 작품은 무엇과 연결시킬 셈인가?'
내가 언제나 와 줄 수 없으니 이제 너는 너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데미안
'데미안'은 심리학의 동조효과와 흡사한 밴드왜건 효과와 연결됩니다.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해야 하는데, 높은 가격으로 자신을 계급화 시키고 하는 싶은 허영심과 과시욕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입니다.
'달과 6펜스'에서는 기회비용이 언급되고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인센티브로 연결됩니다.
인생의 성공이란 자기가 인생의 뜻을 어떻게 보느냐로 결정되는 일이다. - 달과 6펜스
함께 잘 살아가고 싶다는 도덕적, 사회적 인센티브,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픈 내재적 인센티브가 작용한 것이다.
너무 좋은 내용이 많아서 더 이상 각론을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됩니다.
문학이나 경제학 중 어느 한 분야에만 관심이 있으셔도 필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충분히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립스틱 효과는 가격이 싸면서 소비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상품이 잘 판매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경기불황기에는 립스틱 외에도 고급커피, 초콜릿 등이 잘 팔리는데 저렴하면서도 자신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 들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백미는 모든 챕터마다 끝에 언급되는 '행간 속 경제읽기' 입니다.
한국 소설들이 일제강점기 속의 씌여진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나 해외 문학들과 연관된 산업혁명, 세계대전 등의 역사적 사실의 언급이 작품의 이해도를 한껏 높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 나 좀 교양력이 상승한 것 같은데..' 하는 착각이 들 정도 입니다.
최근 개인적으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관심이 높은 관계로 책에서 언급된 행복 관련 문장으로 후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폴 새무얼슨은 행복을 간단명료하게 정의했다. 행복= 소비/욕망이라는 것이다. 욕망보다 소비가 많으면 행복하다는 것이다.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뒤에는 소득이 늘어나는데 비례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 레이어드 가설과 이스털린 역설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면 행복할까요. 기본 욕구만 충족되면 행복은 마음의 문제일까요.
정답은 저도 알 수 없지만, 책의 문학들을 보면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식민지와 전쟁으로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결되지 못했던 시대에서 무엇이 행복의 장애물이 되었고 어떻게 사람들은 절망했었는지.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