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이 책이 지금의 나와 잘 맞은거 아니냐고 할지 몰라요

하지만 아니에요

이 책은 좋은 책이에요

 

나를 참 잘 달래주었어요


빨래의 뽀송뽀송한 내음, 그 빨래를 흔들어주는 바람
오늘은 하루 종일 하얗고 기분 좋은 빨래 냄새를 맡았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 하루 참 행복했어요

 

 

 



 
[밑줄긋기]
외로움은 변화의 용광로일 가능성이 높다.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길이 갈라질 테니까. 변화는 나 아닌 누군가가 되려고 할 때가 아니라, 나 스스로가 되려고 할 때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것일 게다. 그러니까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은 변화가 필요할 때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는 자질이기도 하다. p.173


외로움은 콘텐츠의 다른 이름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쌓아놓은 그 모든 것들이, 더 나은 해석을 거쳐 무엇인가 보람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싶어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p.2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의 연쇄 살인범 X파일 - 살인범과 사형수, 그 불편한 진실
양원보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결혼하기 전 서울에서 여동생과 자취하고 있을 때, 나는 한시도 마음 편히 동생의 귀가를 기다려본 적이 없었다. 동생이 일을 마치고 집에 올 시간이 되면 버스를 내려서 집까지 잘 오고 있는지, 뒤에 따라오는 사람은 없는지, 어찌나 걱정을 했는지 동생이 귀찮아할 정도였다. 때마침 서울 강남 그것도 그 분주한 강남역 한복판에서도 장기 인신매매가 있었다는 소문을 들은 터라, 내가 사는 곳이 안전한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나 걱정을 했었다. 여자들이 살기 어려운 세상이기 때문이다. 범죄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성으로 시작해 어린이, 노약자들이 줄을 이었고, 내가 주목했던 것은 희생자라는 이름 아래 제일 앞에는 언제나 여성들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2012년 사형존폐론에 관한 한 여론조사에서 69.6%가 사형제도 존속을 찬성한다는 결과가 있었다. 그렇다면 책의 비율은 어떠할까?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의 서적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과반수가 찬성하는 사형 존치 입장의 책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한시적으로 사형제를 찬성하는 비율이 조금 더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과반수가 넘는 지지를 받는 입장인데 대놓고 주장하는 이의 입장을 듣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던 와중에 이 책처럼 사형제도의 찬성 입장을 지극히 직설적으로 풀어낸 책은 처음이었다. '살인범과 사형수, 그 불편한 진실'이란 부제를 달고, "이제는 사형을 집행할 때다"라는 강력한 프롤로그로 책의 시작을 알린다. 이 때문에 책을 출간해 줄 출판사 찾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구나. 출판사에서 이 소재를 꺼려했기 때문이었구나를 아는 순간이다. 책 내용은 당대 주요 사건들을 모은 터라 예전에 읽었던 경찰 기자가 썼던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에서 나왔던 사건 파일과 비슷하지만, 주요 형사사건 중에서도 사형 판결에 관한 사건들을 나열했다. 그리고 연쇄살인범만의 행각과 처벌, 그들이 받은 판결에 초점을 맞췄다. 사형수가 된 연쇄살인범들, 그리고 무기징역 또는 그 이하의 형량을 받은, 사형 판결을 받았어야 하는 연쇄살인범들까지.

 

 

 

 

 

 

책날개에 적인 작가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다. "옛날부터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해선 안 된다'라는 말보다 '죄는 죄가 없고 사람이 문제'라는 말에 더 끌렸다. 사형을 반대해야 그럴싸한 지성인처럼 보이는 줄 아는 사람들을 불편해했다." 라는 돌직구. "이 책은 분노와 증오를 위한 기록이다. 관용과 화해 같은 건 없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궤변임을 보여줄 것이다."(p. 27)까지. 직선으로 날라와 시원하게 꽂힌다. 백지연의 TV 시사 [끝장토론]에서도 사형제도에 관한 방송분만큼은 챙겨봤었을 정도로 이 이분법은 토론하기에 흥미로운 소재임이 틀림없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집행이 없는 잠정 사형 폐지 국가이지만, 중간에 사형제가 부활될 뻔한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2010년 초 조두순-강호순 사건 등 잇단 강력 사건이 계속되자 분위기가 급속히 형 집행 재개로 기울었다. 아동 성폭행범-연쇄 살인범을 엄벌하라는 국민 여론이 고조되자 법무부는 일부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을 대통령에서 건의했다. 하지만 유렵연합이 "사형을 집행하면 협상은 없던 걸로 하겠다"고 협박해 오면서 막판에 무산됐다. p.285)


계속해서 밑줄 문장을 적어보자면,

(더 안타까운 건 정부의 법 집행이 작동을 멈추자 재판부의 법봉마저 솜방망이가 돼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사람을 1명 죽여도, 아니 안 죽여도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을 남발하던 사법부가 이제는 사람을 1명 죽여도, 아니 3명을 죽여도 반성하거나 동종 전과가 없다면 무기수로 감형해 주고 있다. 살인마들에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그러지 말라는데, 그렇게 못하겠다는데 판사들이 한없이 아량을 베풀고 있다. p.25)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성폭행을 저지른 형량보다 낮은 형량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p.25)

(이쯤 되면 사형의 의미에 대한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사형은 나와 당신, 우리가 맺은 약속이다. 나나 당신 둘 중 한 사람이 어느 미치광이에 의해 살해되면 살아남은 쪽이 그자를 응징해 억울함을 풀어 주겠다는 것이다. p.26)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만큼의 죄를 지어야 사형을 당하게 되는지 알지도 못한채 무조건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부르짖죠. p.258)

(사형을 받아야 할 극형범들이 무기징역을 받고 있다. 범죄피해자의 가족들은 관대한 법원의 판결에 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복수하겠다는 차원을 넘어 흉악 범죄는 단죄된다는 선례를 남겨야 다른 사건의 유족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p.69)


(사형수를 먹고 재우는 데 나라돈을 쓰는 건 언제나 뜨거운 논쟁거리다. 더 황당한 건 그러 사형수 대부분이 무위도식하고 지낸다는 사실이다. 사형수에게 나랏돈 쓰는 게 문제인 건 돈이 아까워서이기도 하지만 그 매커니즘이 너무 몰인간적이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살인 피해자 유족들에게서 돈을 거둬 살인 가해자를 먹여 살리는 꼴이다. 엄연히 법으로 정한 사형 집행도 회피하는 국가가 가족을 죽인 살인자를 먹여 살린다고 세금까지 걷어 가는 건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다. 270) 

 

 

 

 

 

 

 

 

 

또한 생각할 거리도 주는데, 술에 의한 심신미약, 전과 없는 초범, 깊은 반성, 불우한 가정환경 작량감경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술이나 마약에 의한 심신미약을 더 강력히 처벌하는 나라도 있는 반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감경사유이다. 2013년 6월 시행된 성폭력 특례법 개정으로 성폭력만큼은 '음주 또는 약물에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범죄를 한 경우 형법상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긴 했지만 영 퍼뜩치 않다.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작량 감경 사유이기에 이제껏 솜방망아질 해왔던 판결이 이에 따를지, 이 조항 이외에 다른 죄목에까지 더 확대 적용될 수 있을지 영 미덥찮기만 하다. 음주에 따른 심신 미약은 감경 사유가 아닌 엄연한 가중사유이다!   


아래는 번외로 적어놓고 싶었던 부분이다. 우리나라에는 생활고를 비난하여 자식과 동반자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에 관한 저자의 시각을 옮겨놓는다.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의 옳지 않음이다. 언론에선 부모와 자식이 같이 죽는 걸 두고 습관적으로 동반 자살이라고 부르는데, 원치 않게 세상과 작별해야 하는 자식들 입장에선 기가 찰 일이다. 그들은 죽음을 선택한 적이 없다. 그들 입장에선 어디까지나 살해를 '당한' 것이다. 단지 살인자가 부모였을 뿐이다. (...) 아무리 부모가 죽인다 한들 죽음을 선뜻 받아들이는 자식은 없다. "고아로 자라면 불행할 것"이라는 것도 부모들의 착각일 뿐이다. 범죄학에서는 이를 '이타적 비속살해'라고 부르는데, 서구보다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 훨씬 발생빈도가 높다고 한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와 달리 가족주의가 강하고 부모가 자녀를 별개의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자기 부속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p.92)  

송혜교 주연의 영화 [오늘], 전도연 주연의 [밀양]이 생각나는 대목도 있었다. 사형수의 거의 대부분은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감옥에 온 뒤로 대부분 종교에 귀의했다. 다른 수형수도 아닌 오직 사형수만이 귀의하는 확률이 높고 교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감형을 바란 목적 있는 시작이 아닌가? '속죄하면 모두 용서받는다'는 종교인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그들이 하는 속죄의 대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속죄는 그대들의 신이 아닌 피해자를 위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용서는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에게만 받아야 하는 것이다. 평생 용서받지 못한다 해도.   



 
2008년 헌법재판소에 사형은 위헌이라며 위헌소송을 낸 사람이 사형수라는 사실을 아는가? 2007년 4명의 젊은이들을 바다로 집어넣고 1심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오종근은 자기에게도 인권이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냈다. 그 결과 2010년 2월 25일, 5:4로 사형은 여지없이 합헌이었다(2010.2.25 2008헌가23). 1996년 7대 2로 합헌 결정이 내려진 지 13년 만에 다시 합헌 결정이 났지만, 이를 제청한 이가 다른 이도 아닌 사형수라는 사실은 찝찝하게 남아있다.   



사형제도 존치를 찬성하면 무자비하고 감정적인 사람이고, 반대하면 인권을 생각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저 '죄는 죄가 없고 사람이 문제'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을 뿐이다. 그리고 살인마라는 존재 자체부터 시작해 인간에 본질에 대해 의문을 가진 것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확신의 함정 -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
금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디케의 눈]으로 유명하고, '감수'에도 여럿 이름을 올린 금태섭 변호사의 책이다. 이 책은 '독서 에세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법과 정의에 대해 저자가 읽은 책(소설)과 영화 속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고, 한마디로 정답을 말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묻는다.

저자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를 통해 '성매매 특별법을 위한 변론'이란 강한 의견을 표출하는가 하면, "힘들더라도 조금 더 신중하고, 조금 더 효율적이고, 조금 더 인간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며 답을 미루기도 한다.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를 금태섭 변호사의 독서일기로 풀어낸 목차를 나열해본다.



[확신의 함정] 독서목록



1. 흉악범에 대한 사형
존 그리샴의 [가스실]
-읽다가 떠오른 질문: 금태섭 변호사는(저자는) 사형제 폐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형 판결은 판사의 소관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검사가 사형 구형을 하지 않는다면 판사가 재량 최고형량을 내릴 수 있겠는가? 솜방망이를 든 판사의 결정도 문제지만, 사형을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그 자신이 사형제를 반대해 무기징역 또는 그 이하 징역을 구형하는 인정 많은 검사도 문제이다. ​

2. 성범죄는 거세가 답? 
앤서니 버지스 [시계태엽 오렌지]


3. 아동성폭행범
A.M. 홈스 [앨리스의 최후] 


4. 연쇄살인범은 처음부터 악마의 종족인가
앤 룰 [내옆의 이방인]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5. 성폭행은 여자가 자초한 것일까?
조이스 캐럴 오츠 [강간, 사랑 이야기] 


6. 선도하겠다는 의도로 체벌이라는 수단을 사용해도 좋은가
체벌을 해서라도 아이들의 잘못을 교정하고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올바른가
페터 회 [경계에 선 아이들] 


7. 맞으면서 크는 아이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그럼으로써 점점 더 심한 폭력의 세계로 빠져드는 아이들의 세계를 그린 책 윌리엄 골딩 [파리대왕] 


8. 자백, 정말 믿을 수 있을까
허위자백으로 진범이 나타났음에도 사형당하게 된 상황을 묘사한 존 그리샴 [고백] 


9. 혁명? 개혁? 제3의 길, 살인?
아라빈드 아디가 [화이트 타이거]
노예의 반란을 일반적인 불법행위와 같이 볼 수 없는 이유는 저항권이란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10. 간통죄는 왜 유지되는가 
너새니얼 호손 [주홍글씨]

11.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마약사범, 알콜중독, 도박'은 왜 금지되어야 하는 것일까, 스스로의 몸과 정신을 파괴하는 행위는 다른 사람이 관여할 수 없는 권리의 영역일까?
마약 판매상이 될뻔한 전직 기자의 이야기 제스 월테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12. 품 안의 자식과 성인의 기준
로맹 가리 [새벽의 거리]
자식을 끝까지 자신의 울타리에 두려하면 결국 비극적으로 끝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된다.
자식을 금치산자를 만드는 사회, 보호의 대상은 곧 무능력자


13. 성매매 특별법을 위한 변론
도구에 불과한 삶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마]
잠재적 성폭력 범죄자의 성욕을 해소해주기 위해 성매매 여성이 필요하다는 논리, 이보다 더 인간을 수단이나 도구로 보는 시각이 있을까요? p.139


14. 나는 나를 증명해야하는가
에밀 아자르 [자기앞의 생] 


15. <율리시스>도 한때 음란물이었다 
외설이냐 예술이냐 장정일 [내게 거짓말을 해봐] 
​예술을 법으로 제단할 수 있는가


16. 서구,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다
마르잔 사트라피 [페르세폴리스]


17. 언니를 위해 존재하는 생명
조디 피콜트 [쌍둥이별: 마이 시스터즈 키퍼]
몸에 대한 결정권은 부모가 아닌 자신에게 있는데 형제자매를 돕기 싫다고 한다면 법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까?


18. 과학은 정답일까?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진실들
마이클 크라이튼 [공포의 제국] 


19. 힘으로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있는가
살만 루슈디 [악마의 시] 


20. 당신 같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베른하르트 슐링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우리 모두의 책임, 죄책감, 불편함을 안고 사라져주기를 원한 것 아니었을까? 사회 전체가 저지른 일을 몇몇 개인에게 환원시키고 잊어버리려고 한 것은 아닐까?  


21. 정치범, 대역죄인의 다른 이름
E. L. 닥터로 [다니엘서] 
 

22. 유신의 추억
주노 디아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독재 시절에 대한 향수의 불편함
 

23. 음모론 대 국론통일
돈 드릴로 [리브라: JFK 암살범에 관한 기록] 


24. 모든 전쟁은 범죄다
조지프 헬러 [캐치-22] 
 

25. 테러범에겐 법정이 따로 필요없다?
살만 루슈디 [광대 샬리마르]
 


26.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 자들에게
공산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한 아서 케슬러 [한낮의 어둠] (p.261-262)

 




저자가 소개한 26개의 목록 중에 읽은 책이 한 권도 없었다. 그중에서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쌍둥이별: 마이 시스터즈 키퍼], [자기앞의 생], [나를 보내지마], [주홍글씨], [파리대왕], [경계에 선 아이들], [강간, 사랑 이야기], [다섯째 아이], [시계태엽 오렌지] 이렇게 10권을 위시리스트에 추가했다.  

 

 

 

 

 

 


저자의 검사 시절 잘못 풀어준 범죄인에 대한 자기 책망으로 법률가로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어떤 것이 정의인지 고민할 때, 저자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은 이론적인 해설이나 훈계조의 가르침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라고 했다. 소설이나 영화 혹은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보면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일도 나름의 모순을 가지고 있고, 그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눈이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이다. 모든 이야기에는 양면성이 있고 나름의 딜레마가 있다. (_머리말 참고) 해결하기 어렵고 복잡한 모순 속에서 조금씩 진실에 접근하는 즐거움을 저자가 이야기를 통해 나누어주었고, 나는 독자로서 그 즐거움을 함께 했다. 그 즐거움이 책소개와 함께여서 배가 되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읽고 싶은 한국 베스트 단편소설
김동인 외 지음 / 책만드는집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세계고전문학은 챙겨 읽는 당신, 우리나라 고전은 얼마나 읽어봤는가?

이 책은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의 시기에 발표된, 시대의 아픈 역사를 대변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13편의 단편들을 엮은 것이다. 가난한 현실의 고단함을 풍자와 해학으로 묘사함으로써 재미를 유발하는 작품과,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랑이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가슴 아릿한 감동을 주는 작품등이 수록되어 있다. _출판사 서평

 


 당신은 아마도 읽은 책을 과시하거나 혹은 그저 구절을 인용하려 할 때,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인용해도, 김유정의 <동백꽃>은 입에 올리지 않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꺼낼지언정,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잘 모를 것이다. 우리나라 고전소설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세대들은 의외로 중-고등학생들이 아닐까? 하지만 그들이 단어 하나하나에 깃든 숨은 의미와 한줄의 주제는 안다고 할지라도, 우리나라 고전문학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고전이라고 하니 <청산별곡>의 희귀한 상형문자의 나열들을 해석하느라 진이 빠졌던 기억, 떨리는 가슴으로 모의고사 시험지를 펴고 어떤 지문들이 출제됬는지 확인하며 아는 한국 단편소설들이 나왔을 때 기뻐하며 먼저 풀었던 기억이 났다. <운수좋은날>, <B사감과 러브레터>, <벙어리 삼룡이>, <봄·봄>, <동백꽃> 처럼 다시 읽으니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 단편들이 있는가 하면, 삼일 동안 읽으려고 해 봤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의 <날개>같은 작품도 있다.  

 

 

나도 이 리뷰를 쓰고 나면 우리나라 고전은 잊어버리고 다시 세계고전문학을 손에 들지도 모르겠다. 그런다면 <봄·봄>에서 삼년 째 점순이와의 혼례를 안 올려주는 장인어른의 만행에 콧똥(콧방귀의 방언)을 '흥'하고 뀌었던 '나'가 나를 향해 콧똥을 뀌겠지? 이 모두 구(舊)경의 구경거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수의 고독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La Solitudine Dei Numeri Primi』Paolo Giordano

 

 

그들은 늘 같이 다니지만 이야기는 별로 나누지 않았다. 서로의 침묵에 안도하고 유대감을 느끼며 각자의 심연에 침잠했다. p.89

 

 

본래의 색깔로 돌아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한순간 두려움에 목이 콱 막혔다. 그러나 곧 쓸데없는 걱정은 날려버렸다. 그녀는 어떤 행동을 하든 결코 돌이킬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늘 확고해 보여야 한다는 게 끔찍했다. 알리체는 마음속으로 그것을 '결정의 무게'라고 불렀다. 그녀는 그것 또한 아빠가 수년간 그녀의 뇌 속 깊이 주입한 성가신 것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또래 아이들의 거리낌 없음, 젊음이 영원할 거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갈망했다. 열다섯 살다운 생기발랄함을 원했지만 그것을 손에 넣으려 애쓰는 사이 그럴 수 있는 시간이 달아나고 있다는 데 생생한 분노가 일었다. p.109

 

 

곧 익숙해질 거야. 나중엔 눈에 보이지도 않을걸.

어떻게? 항상 거기 있을 텐데. 내 눈에 보이는 곳에.

바로 그러야. 그러니까 오히려 안 보이게 될 거야. p.154

 

 

마티아는 세상을 거부하는 마음으로, 알리체는 세상에 거부당하는 기분으로 견뎠지만, 차츰 그 두 가지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불완전하고 비대칭적인 우정을 쌓아 갔다. 오랜 부재와 지나친 침묵으로 이루어진 두 사람의 우정은 학교 담장이 조여와 질식할 것 같을 때, 유일하게 숨 돌릴 수 있는 순수하고 텅 빈 공간이었다 p.157

 

 

 소수(素數)는 오직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진다. 소수는 모든 수가 그렇듯 두 개의 수 사이에서 짓눌린 채, 무한히 연속하는 자연수 안에 고유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다른 수보다 한 발 더 앞서 있다. 소수는 의심 많고 고독한 수다. 그 때문에 마티아는 소수에서 경이를 느끼곤 했다. 때로는 소수들이 실수로 그런 수열에 놓여, 목걸이에 꿰인 진주들처럼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때는 소수 역시 다른 평범한 수들처럼 되고 싶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그럴 수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학 1학년 때 마티아는 소수 가운데 좀 더 특별한 수가 있다는 걸 배웠다. 수학자들은 그들을 '쌍둥이 소수'라고 부른다. 쌍둥이 소수는 근접한, 거의 근접한 두 수가 한 쌍을 이루는데, 그 사이엔 항상 둘의 만남을 방해하는 짝수가 있다. 11과 13이라든가 17과 19, 또는 41과 43 같은 수들이 그렇다. 인내심 있게 계속 세어 나가면, 이 쌍둥이 소수들이 점점 희소해지는 걸 발견하게 된다. 오직 기호로만 이루어진 고요하고 규칙적인 세계에서 길을 잃은 채 더욱 고립된 소수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그때까지 만난 쌍둥이 소수들은 우연의 산물이며, 결국 그들의 진정한 운명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이 밀려온다. 그래서 더 세어볼 마음이 들지 않아 그만두려는 찰나 서로 꼭 붙어있는 한 쌍의 쌍둥이 소수를 만나게 된다. 수학자들 사이에선 계속 수를 헤아리다 보면 언제나 다음 쌍둥이 소수가 나타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비록 발견될 때까진 어디에 위치하는지 단언할 수 없지만.

 마티아는 자신과 알리체가 그런 사이라고 생각했다. 외로이 방황하는 두 소수, 가깝지만 실제로 서로 닿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쌍둥이 소수. 알리체에겐 그런 생각을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고백하는 상상만으로도 손가락에서 수분이 한 층쯤 증발해버려 적어도 십 분은 아무것도 만질 수 없었다.

 2760889966649. 그는 뚜껑을 다시 닫고 펜을 종이 옆에 내려놓았다. "이조 칠천육백팔억 팔천구백구십육만 육천육백사십구." 그는 큰 소리로 그 수를 읽었다. 혀가 꼬일만큼 복잡한 문장을 입에 완벽하게 익히려는 것처럼 한 번 더 작게 중얼거렸다. 마티아는 그 수를 자기 것으로 정했다. 세계 역사를 통들어 어느 누구도 그 수를 생각해본 적이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아마 그 순간까지 그 수를 종이에 적어본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소리 내어 읽은 이는 더더군다나 없었을 것이다.

 잠시 머뭇거리다 두 줄 아래에 2760889966651이라고 썼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건 알리체 거야. 이 두 개도 쌍둥이 소수일지 몰라, 마티아는 생각했다. p.173

 

 

그는 마티아가 자기 주위에 파놓은 심연을 존중할 줄 알았다. 오래전에 그것을 뛰어넘으려다 그 안에 빠지고 말았으니까. 이제는 그 심연 가장자리에서 허공에 다리를 흔들며 앉아 있는 것에 만족했다. p.226

 

 

c.v.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