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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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에 걸맞게 재미있었다. 다만 중간에 트릭에 집중하면서 인물 심리를 얕게 다루어 아쉬웠다. 트릭이 지나치게 잘 풀려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가나코의 꿈이었나 싶기도 했다. 문명이라 일컫는 도시에서 존재성을 잃고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두 여성의 입장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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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밀란 쿤데라 전집 9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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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속에 갇힌 정체성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쓴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이다. 체코에서 태어난 밀란 쿤데라는 사회주의를 비판하다가 출판 금지 조치를 받으면서 1975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이후 1989년 공산 통치가 끝나고 체코 민주화가 이루어지자 본국에 임시 귀국하여 꾸준하게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 정체성1997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정체성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연인이 있는 여자가 알지 못하는 남자로부터 연애편지를 받는다는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어디까지가 환상이고 실재인지 혼란스러운 결말에 이르면 해석이 난감해지기 쉽다. 거듭 읽어야 다양한 키워드가 품고 있는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정체성시선은 그 중 주제와 가장 가까운 키워드로 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줄곧 시선을 강조한다. “우리 발걸음 하나하나가 통제되고 녹화되는 이 세계, 커다란 백화점에서는 카메라가 우리를 감시하고, 사람들끼리 쉴 새 없이 부딪치고, 심지어 섹스를 한 뒤에도 다음 날 연구소 직원이나 설문 조사원으로부터 받는 질문을 피할 수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감시에서 벗어나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을까?” CCTV 같은 기계뿐 아니라 사회제도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평생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현대인에게 타인의 시선은 정체성을 형성하는 필연적인 요소인 셈이다.


변하지 않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정체성이 유지되는 동안은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 샹탈은 두 번 그런 시기를 맞는다. 첫 번째는 전 남편과 수년간 결혼 생활을 지속한 과거이고, 두 번째는 이혼하고 장마르크라는 연인을 만나 동거하는 현재이다. 그러나 정체성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으면 삶은 매뉴얼화되고 사람은 권태에 빠진다. “그녀는 모험도 없고 모험에 대한 욕망도 없는 상태의 행복을 음미했다.” 모르는 남자에게 연애편지를 받으며 새로운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샹탈의 권태는 깨지고, 정체성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연인인 장마르크는 샹탈을 과거의 존재로 되돌리고 싶어 한다. 샹탈의 변화는 곧 장마르크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시선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타인의 시선이 변하지 않는 일이 가능할까. 샹탈의 변화는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현대사회의 또 다른 특징인 관계의 단절을 이 책에서는 가족의 해체(부부), 연대의 상실(친구), 무관심(직업)으로 차례차례 짚어준다. 관계가 단절되면 기존의 시선을 상실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선을 획득한다. 그 과정에서 정체성이 변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나 빠르게 쏟아지는 불특정 다수의 시선 앞에서 샹탈은 정체성이 흔들리다 못해 급기야 자신의 이름마저 잊어버리고 만다. 살아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실종자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체성이 지나치게 오랜 시간 고정되는 것만큼이나 급격한 변화 역시 존재를 죽음과 같은 권태로 이끈다.


꿈에서 깨어난 샹탈은 장마르크로부터 눈길을 떼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접촉을 거부한 채 오직 보기만 할 거라고. 신뢰할 수 있는 타인의 시선을 붙잡으려는 샹탈의 두려움은, 정체성을 찾으러 애쓰는 현대인들의 절박함과 닮아 있다. 마지막에 샹탈과 장마르크를 들여다보는 는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하여 틀 안에 가두는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듯하다.


상징을 약간만 덜어줬다면 읽기가 편했을 듯싶지만, 복잡한 결을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는 성찰이 분명히 소설 속에 존재한다. 특히 체코에서 프랑스로, 사회주의에서 민주주의로, 큰 변화를 경험한 밀란 쿤데라이기에 그가 말하는 정체성은 더 깊은 의미를 가진다. 서사로만 보면 연애소설로 끝났을 이야기에, 이토록 복잡한 미로를 얹어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밀란 쿤데라의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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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2016-12-2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잡한 결을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는 성찰이 있다‘ 라는 문장에 어떤 의문이 해소 되었습니다. 깊은 성찰이 담긴 리뷰 감사히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아이 독깨비 (책콩 어린이) 22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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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이> R.J.팔라시오

아이에게 주어진 최고의 가치

 

아름다운 아이라는 제목이 얼마나 역설적인지는 책을 한 장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고작 10세의 나이에 어거스트는 자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고개를 돌려버리는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다. 그 반대다. 이 책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차별을 말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지니고 태어난 어거스트는 열 살이 될 때까지 학교에 가지 않았다. 부모의 설득으로 학교에 가게 된 어거스트는 편견에 가득 찬 시선 속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중간에 좌절하기도 하고 갈등도 있었지만, 어거스트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한 학년을 무사히 마친다. 그리고 종업식에서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의 박수를 받으며 메달을 받는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학교생활이 어거스트에게는 힘겨운 도전이었다. 아이들은 어거스트를 못난 존재로 보았고, 어른들은 어거스트를 불쌍한 존재로 보았다. 그런 시선들 속에서 어거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오롯이 세우는 것뿐이었다. 그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고,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어거스트는 생물학적 최초의 접점인 가족과 사회학적 최초의 접점인 친구의 도움으로 세상의 매서운 시선을 이겨낸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시간과 도움이 주어진다고 해도 견디는 건 본인이다. 어거스트의 저항은 언제나 고통을 품고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렇기에 그 몸짓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무릎 꿇는 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가 있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길게 뻗은 로키산맥 해발 3,000미터 지대에서 사는데, 폭풍과도 같은 매서운 바람을 맞아 반듯하게 자라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것처럼 구부정하게 옆으로 자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린은 바로 이 무릎 꿇는 나무로 만든다. 나무의 재질이 견고해서 소리의 공명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고통의 시간을 이겨낸 어거스트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아이가 된다.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 그것은 아이에게만 희망을 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른에게도 큰 자부심을 안겨준다. 어려운 환경의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는 사회란 제대로 된 사회일 테고, 그 사회는 어른들이 만든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어거스트는 아무리 큰 박수를 받아도 부족하다.


아이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공부도 효도도 봉사도 아니다. 바로 성장이다. 아이들의 성장이야말로 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맞지 않아도 될 바람을 일부러 맞게 해서는 안 된다. 감동은 한 번으로 족하다. 어른들이 편견과 차별을 끊임없이 지워나갈 때, 아이들은 더더욱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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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설탕 두 조각 소년한길 동화 2
미하엘 엔데 지음, 유혜자 옮김 / 한길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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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설탕 두 조각> 미하엘 엔데

아니요사이에 존재하는 것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의 저자는 모모끝없는 이야기로 익히 알려진 미하일 엔데이다. 미하일 엔데는 독일에서 연극 배우이자 평론가이면서 기획자이자 작가로 살았으며, 그의 작품은 4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되는 한편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특히 모모끝없는 이야기는 청소년 판타지 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은 앞 작품보다는 국내에서 덜 알려졌지만, 역시 미하엘 엔데라고 할 만큼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 작품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렝켄이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 엄마와 아빠에게 요정에게서 받은 마법의 각설탕을 먹이고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을 그리고 있다. 그 이후 잘못을 뉘우친 렝켄이 시간을 되돌리고 엄마와 아빠의 말을 조금도 거역하지 않자, 그 이유를 알게 된 렝켄의 부모는 렝켄이 원래대로 돌아오도록 돕는다. 인상적인 것은 가장 마지막 장면이다. “렝켄은 부모님의 말씀을, 부모님은 렝켄의 말을 무턱대고 반대하지 않고 꼭 필요할 때만 그렇게 했습니다.”


반성을 한 건 렝켄만이 아니다. 렝켄의 부모도 비록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었다고는 해도렝켄이 그렇게까지 하도록 몰고 간 데 대한 반성이 있었다. 그 결과가 무턱대고 반대하지 않고 꼭 필요할 때만이라는 절충안이다. ‘꼭 필요한 때만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서로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된다.


내 의견을 말하고 상대의 의견을 들은 다음, 내가 납득하거나 상대를 설득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을 토론이라고 한다. ,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은 부모와 자식이, 어른과 아이가, 강자와 약자가 토론의 필요성을 느끼고 배우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교훈적인 이야기라고 해서 딱딱한 것도 아니다. ‘요정의 집을 알려주는 경찰관이라거나 빗물 거리처럼 아기자기한 이름, ‘옥상에 펼쳐진 호수와 같은 소재들이 환상적 세계를 구성한다. 저지르기는 쉽지만 주워 담기는 어렵다는 교훈 역시 모터보트와 얼어붙은 호수로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무엇보다 마법의 각설탕을 먹은 부모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렝켄이 그러하듯 라고만 할 수밖에 없는 독자에게 은밀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라고도 아니요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일방적인 대답이라면 그 사이에서 골이 생겨나고 점차 깊어져 실제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마법의 설탕을 줄 수 있는 요정을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상대와의 대화와 경청을 잊지 않는 편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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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글쓰기 특강 - 생각 정리의 기술
김민영.황선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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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위한 책이자 독서를 위한 책. 독서와 글쓰기 그 중간 즈음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는 매우 친절한 책이다. 독서만으로는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서평의 필요성을 알려주고, 첫 글자를 적는 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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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5 16: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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