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법의 설탕 두 조각 ㅣ 소년한길 동화 2
미하엘 엔데 지음, 유혜자 옮김 / 한길사 / 2001년 5월
평점 :
<마법의 설탕 두 조각> 미하엘 엔데
‘네’와 ‘아니요’ 사이에 존재하는 것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의 저자는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로 익히 알려진 미하일 엔데이다. 미하일 엔데는 독일에서 연극 배우이자 평론가이면서 기획자이자 작가로 살았으며, 그의 작품은 4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되는 한편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특히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는 청소년 판타지 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은 앞 작품보다는 국내에서 덜 알려졌지만, 역시 ‘미하엘 엔데’라고 할 만큼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 작품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렝켄이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 엄마와 아빠에게 요정에게서 받은 마법의 각설탕을 먹이고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을 그리고 있다. 그 이후 잘못을 뉘우친 렝켄이 시간을 되돌리고 엄마와 아빠의 말을 조금도 거역하지 않자, 그 이유를 알게 된 렝켄의 부모는 렝켄이 원래대로 돌아오도록 돕는다. 인상적인 것은 가장 마지막 장면이다. “렝켄은 부모님의 말씀을, 부모님은 렝켄의 말을 무턱대고 반대하지 않고 꼭 필요할 때만 그렇게 했습니다.”
반성을 한 건 렝켄만이 아니다. 렝켄의 부모도 ―비록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었다고는 해도― 렝켄이 그렇게까지 하도록 몰고 간 데 대한 반성이 있었다. 그 결과가 ‘무턱대고 반대하지 않고 꼭 필요할 때만’이라는 절충안이다. ‘꼭 필요한 때만’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서로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된다.
내 의견을 말하고 상대의 의견을 들은 다음, 내가 납득하거나 상대를 설득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을 ‘토론’이라고 한다. 즉,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은 부모와 자식이, 어른과 아이가, 강자와 약자가 토론의 필요성을 느끼고 배우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교훈적인 이야기라고 해서 딱딱한 것도 아니다. ‘요정의 집을 알려주는 경찰관’이라거나 ‘빗물 거리’처럼 아기자기한 이름, ‘옥상에 펼쳐진 호수’와 같은 소재들이 환상적 세계를 구성한다. 저지르기는 쉽지만 주워 담기는 어렵다는 교훈 역시 모터보트와 얼어붙은 호수로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무엇보다 마법의 각설탕을 먹은 부모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렝켄이 그러하듯 ‘네’라고만 할 수밖에 없는 독자에게 은밀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네’라고도 ‘아니요’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일방적인 대답이라면 그 사이에서 골이 생겨나고 점차 깊어져 실제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마법의 설탕을 줄 수 있는 요정을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상대와의 대화와 경청을 잊지 않는 편이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