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의 논리 - 동경대학 지 시리즈 2 도쿄대학 知시리즈 4
고바야시 야스오 외 엮음, 유진우 외 옮김 / 경당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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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는 오래되었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것 같다 -_-)a

학부생들 세미나할 책 찾아보다 생각나서 봤는데 서평이 하나도 없길래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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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동경대 인문계열 1학년 교양수업용으로 기획된 책이다. 여러 교수님들이 강의식으로 쓴 책인대 각 주제가 예를 통해 알기 쉽게 제시되고 있다. 정말 책 제목답게 잘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스럽다.  당연한 것이, 일본 대학생들을 위해 쓴 책이니까. 우리 것의 필요를 느낀다.

(고대의 경우, 내가 졸업할 때 즈음-_-부터 바뀌어서 교양과목을 교수님들이 강의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지의 기법"에 해당하는 논문작성법 책은 있다. 그러고 보니 각 주제에 관련된 교양과목들이 개설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기획된 책이 있어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누구보다 일선에서 가르치시는 분들이 많이 느끼실 텐데 말이다.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는 교양과목을 맡아도 주로 자신이 전공한 분야로 커리큘럼이 쏠리게 마련인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이 책이 들어가 있는 마이 리스트를 보니깐 논술 관련이 많은 거 같은데, 맞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 나온 예와 논리를 하나씩만 써먹어도 아주 수준높은 논술문을 쓸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이 아주 높은 건 아니지만, 나이를 먹어도 도무지 이런 내용을 체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리 쉬운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쉽게 제시되고 있지만, 매우 중요하고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주제들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특히 사고의 다양성, 다성음악의 풍부함을 보여주려 한다. 그 점이 좋다. 더블바인드, 모노 가타리 같은 장들이 특히 재미 있었다. 인문학, 특히 철학 입문용으로도 좋다.

하여튼 강력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시리즈가 다 좋지만, 특히 "지의 논리"와 "지의 윤리"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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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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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얼어버린 꽃잎처럼 말이다.

시간의 꽃을 보진 못했지만, 그렇게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 속에서 진정 살아 있음을 느낀 순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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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의 기발한 상상의 세계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러하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 속에서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 정도의 서평과 독후감들을 보면, 뭐랄까, 묘한 아이러니를 느낀다.

베스트셀러란 게, 책 내용이야 어쨌든, 유행처럼 일단 많이 팔리고 지나가면 된 거 아닌가. 스테디 셀러로 남아주면 더 좋고 아님 말고. 

한 번 일깨워주고 나서 지나가버리면 그만이다. 모모가 돌아왔을때 다시 만났던 어른들, 아이들을 기억하는가? 그들은 모모와의 시간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렇게 살아갈 뿐이었다. 모모가 얼어있는 시간의 꽃의 방을 열지 않았더라면? 

이야기는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 주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는 '현실' 속에 서 있다.

잠시의 여운을 안고 다시 똑같은 삶을 살아간다......는 게 대다수 아닐가. 실제로 다른 누군가가 모든 사람의 시간을 찾아주는 일은 기대하기 어려울 테니까.    

 

모모의 반대편에는 회색신사 출판사 책들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시가 연기를 멋지게 내뿜으면서, "성공하고 싶은가?" 묻는다.

그 중에 우선순위에 따른 시간관리는 핵심에 해당된다.

 

선택은 모모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다.

거지 차림을 한 왕자로 살 것인가, 왕자옷을 입은 거지로 살 것인가.

"기기는 기기일 뿐이야"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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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4 - 그리스도의 승리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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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독교인이지만, 기독교가 국교화되는 것만큼 기독교를 변질시킨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독교가 권력과 손잡고 주류가 되는 순간부터 '조다가도 조치안타' -ㅅ- 

교리싸움으로 서로를 죽이기까지 하고, 약한 세력은 폭력적으로 역사에서 배제시키는 싸움판 어디에 '그리스도'가 있단 말인가. 증오로 가득찬 눈 속 어디에도 사랑은 없다. (지금의 중국처럼, 비주류로 억압당할 때가 가장 기독교가 빛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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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원래 이런 이야기를 쓰려 했던 게 아닌데;; 시오노 나나미의 글쓰기에 대해 언급하려고 했건만 제목을 떠올리다 보니깐;;

내용 이전에, 전부터 느끼던 거지만, 글을 좀 간략하고 명료하게 써주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다. 왜 자꾸 했던 얘기 또하고 또하고 그러냐;; 그리고 이 14권은 유난히도 느슨한 느낌이 든다. 제국의 향방을 결정한게 암브로시우스라고 하면서도 그 문제를 좀 깊이있게 파고들지 못했다. '목자' 앞에 '양'이 꼼짝 못한다든지, 세례를 받았으니깐 하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다른 분도 지적했지만, 무게있는 '로마사'는 아닐지라도,

이렇게 많이 팔리는 '로마인 이야기'가 있으니 감사할 노릇이다. 안읽는 거 보담 백배낫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한니발 때와 율리우스 카이사르 때가 제일 재미있었던 거 같다.

리뷰가 유난히도 허접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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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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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서라면 대략 시험에는 나올 것 같지만 재미는 없는 책 정도로 생각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 번역되어 소개될만하고, 그랬다는 게 자랑스러워질 정도의 책이다.

이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다니ㅡㅜ   (다 읽고 나서 바로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1"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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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미술을 좋아한다 했었어도, 지금까지 보아온 것들은 절대다수가 서양의 것이었다.

우리 그림은 박물관이나 갤러리에서 보아도 그냥저냥 스쳐갈 뿐이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진정 감탄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서양 미술사를 읽다보면 20세기 이후(추상미술 이후)가 되면 좀 재미가 없다. 손보다 머리를 더 많이 쓰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것에 참으로 감탄하였고 서양미술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를 접하게 되었다. 도판을 보며 오주석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 "세계 최고의 호랑이 그림", "세계 최정상급 인물화"라는 표현이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다.

처음으로 감탄한 것은 김홍도의 <무동>이다. 이런 , 전혀 본 적이 없다. 선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마티스가 선으로만 그린 그림들이었는데, 김홍도의 이 선들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서양의 붓과 기법으로 이처럼 무동을 그려낼 수 있을까?

그림 하나하나를 말하자면 너무 길다. 느낀 점을 세 가지만 말해보련다.

1. 그림에서 느껴지는 .

다른 것들도 많지만,

<이재초상>을 보라. 200여년의 시간을 넘어 온몸으로 전해져 오는 저 기운.

이런 어른 앞에서는 자연히 무릎꿇고 앉게 될 것 같다. 요즘 시대에 이런 분을 만나보지 못했다. 도판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가오는 그림이라니.

표지그림으로도 나온 <송하맹호도>. 저릿저릿 느껴지는 범의 "포스". 이것에 비하면 일본냄새 풀풀나는 아무개 화백의 호랑이는 고양이에 불과하다. (이 김홍도라는 사람은 어찌 이렇게 여러 종류의 그림을 다 잘 할 수 있는지 불가사의하다.)

2. 형상화의 방식 : 구상 속의 추상.

그 그림이 그냥 그 모양을 재현하기 위한 게 아니다. 저자의 말대로 '寫眞'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진을 좋아하지만 이 '사진'에 대한 말씀은 깊이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또한 구체물 속에 숨어 있는 깊은 뜻, 그것은 단지 상징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일월오봉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재 초상>의 옷깃 하나에도 추상이 춤을 춘다. 단지 '다른 무언가를 가리키는 것'으로서의 상징을 훨씬 뛰어넘는 깊은 뜻과 세계가 거기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는 극사실주의와 상징으로 가득하지만, 이렇게 특정 빛에 의한 명암을 배제하면서도 인물의 옷깃 하나하나에까지 추상이 살아 숨쉬지는 않았었다. 

정선의 <금강전도>를 보면서 음양오행을 같이 음미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달라보일 것인가. <주상관매도>같은 표현 방식은 어떤 서양회화에서도 본 적이 없다. <마상청앵도>를 보면,  진행과 멈춤, 모든 것이 잠시 정지한 듯 하면서도 거기서 울려나오는 선비의 단정하고 담백한 정신세계가 어찌 그리 잘 표현되었는지.

 

3. 지금, 우리 것은 어디에 있는가.

그의 강의를 듣다가, 문득 우리나라 지폐들를 꺼내보았다. 갑자기 그렇게 조잡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전혀 포스가 느껴지질 않는다. 그냥 이이, 이황 선생이 쪼그라진 할아버지 같다 - _-;

김아무개 화백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고, 예술에 미친 일본의 영향에 대해 무지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이렇게 훌륭한 우리 것이 지금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이어지고는 있는지 주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 책 강력 추천이다. 빌려보지 말고, 돈주고 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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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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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350여개의 리뷰가 있는데 또 보탤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조금 다른 각도로 접근할 수 있을까.

(참고로 나는 Harper Torch사의 영문판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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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랍권에 반년 정도 있어보았다. 이집트엔 3주 정도 있었다.

하지만 난 이 책에서 아랍의 느낌을 거의 받을 수가 없었다. 읽으면서 작가가 어디 출신일까 궁금했었는데, 알고보니 역시나 거리가 먼 쪽이었다. 오히려 나는 기독교적인 배경을 느꼈다. (대충 이국적이면서도, 사실은 익숙한 기독교 느낌이라는 점에서 '뭐야, 미국인을 염두에 둔거냐-_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쳐갔었다.)

좌라락 나열을 해보자면,

보물찾기 여행이라는 다분히 동화스러운 모티브..(아랍배경 때문인지 천일야화를 잠시 떠올렸었다..)

주인공은 스페인의 양치기, 점보는 집시 할머니(뭐냐, 그 해몽은;;), 아브라함을 회고하는 멜기세덱, 이슬람 5대의무를 인용하는 크리스털 상점 주인, 현자의 돌을 찾는 영국사람ㅡㅅㅡ, 요셉을 인용하는 사막부족장, 수천개의 우물이 있는 오아시스-_ -a, 이집트 아가씨, 피라미드, 연신 복음서를 인용하는 사막의 연금술사.. 이런 등장인물들에..

'모든 것은 하나다', '만물은 신의 현상일뿐', '우주의 영혼' 등의 고대 철학적인 이야기들,

'잃어버린 꿈을 찾아라.', '꿈은 이루어진다', '꿈을 이루기 위해 헌신하라.'는 어찌보면 동화적인 교훈이지만 한편으로는 현대 자기계발서? 같은 메시지..

바람과, 태양과 대화하는 소년... 당최 우주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게 자연과 대화한다는 식이라는 게 약간 당황스럽다..

무언의 기도라는 신비적인 영성의 단계...

사실은 원점에 있었던 거다는 식의 상투적인 '보물'위치..

나로서는 이 모든 게 이리저리 뒤얽힌 이야기였다.

 

스페인에서 건너왔으면 해안을 따라 가는 게 더 쉽지 않을까(지금도 해안도로가 있다)...같은 건 놔두고라도,

나로선, 뭐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충분히 돈도 있는데 그냥 파티마(아~ 이 흔한 이름이여)와 살기 좋은 데 가서 사는 것과 '보물'을 찾아서 파티마 데리러 가는 것이 뭔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이 소설은 보물을 찾는 것과 보물 찾으러 가는 사이에 배우는 것들 간에 강조 초점이 좀 불분명하다) 좀 더 부자가 된다? 연애결혼 문화도 아닌데 그 사이에 파티마가 아줌마되었으면 어쩔건가? 또 하나 의아한 건, 돌아가는 길에 전혀 파티마에게 들르지 않고 그냥 스페인으로 갔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짓인가. 가장 문제인 건 이미 '소년'시절에 Personal Legend를 다 이루고 나면 나머지 생애는 뭐하면서 살건가? 걍 보물로 부자로서 예쁜 마누라랑 오래오래 살았다 이건가?

일단 나는 노골적으로 교훈적인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미치 엘봄의 'Five People You Meet In Heaven'은 교훈적이지만 참으로 감동적이어서 다읽고 깊은 여운이 남았는데, 이 책은 .....그저 그렇다-_ -  그냥 전형적인, 그러면서도 약간 뒤죽박죽인,  옛날식 이야기이다. 좋았다는 사람도 많은데 이렇게까지 얘기해서 유감이다;;  그래도 나는 자기계발서들을 더더더욱 싫어하기 때문에, 이렇게 문학적으로 형상화된 형태라는 건 훨씬 낫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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