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이문재, 푸른곰팡이-散策詩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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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빛이 우체통을 오래 문지른다
그 안의 소식들 따뜻할 것이었다...."
그 구절이 참 좋다 했다.
그 두 줄이 참 마음에 든다했다.
바알간 노을빛 쬐 온기품은 우체통..
가만가만 그 안에서 따뜻하게 익어갈 사연들..
강변 퇴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그녀의 나지막한 읊조림에
그 풍경, 눈에 그려지는 듯해서
오는 길, 나도 잠시 따뜻했다.
그 따뜻함에 물기가 어렸다.
시인의 '우체통'에 대한 詩語의 첫기억은
내게 그렇게 남아있다.
그게 언제쯤이었을까...
작년.. 아님 재작년...
봄밤, 아니 가을의 초입쯤이었나...
저물녘 차 안에서 들었던
싯구절 하나....
가만가만 차오르던
마음의 풍경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