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 Babee Books
삼성출판사 편집부 지음 / 삼성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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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직 책을 읽기엔 어리기만 한 7개월짜리 우리 아기는, 내용보다는 책이라는 '물건' 자체에 더 호기심을 갖고 있다. 자기가 손으로 넘기면 책장이 넘어가기도 하고, 넘어간 책장 속엔 알록달록 다른 그림이 등장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심심하면 부~욱 찢어도 보고, 아니면 아작아작 씹기도 하고.

일찍부터 책과 친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라고 아기 주변에 이 책 저 책들을 쭉 깔아놓곤 한다. 그러다 보니 역시 두꺼운 보드북이 최고다. 색상은 선명하고 맑은 원색일수록 좋고...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Babee Books 시리즈는 그런대로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크기도 자그마해서 아기 스스로 책을 넘기기도 좋다. 사진들도 예쁘게 잘 찍힌 사진들이고, 삽화도 깔끔하고, 인쇄 상태도 좋고...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으니...!

이 책을 만드신 분들이 너무 과욕을 부리시는 바람에 오히려 발생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폭신폭신하고 사랑스러운 아기책을 만드려고 표지를 스폰지처럼 도톰하게 만드는 과장에서 표지 모서리는 너무 뾰족해지고 만 것이다. 안쪽 책장들은 모서리가 둥글게 처리가 되었는데 왜 표지만 이런지 모르겠다. 조금 자란 아기라면 모르겠지만, 아직 돌이 안된 손동작이 서툰 아기들은 이 모서리에 찔리면 상당히 아플 것이다. 만일 눈에라도 찔린다면... 으... 상상도 하기 싫다.

그래서, 이 책을 보여줄 땐 항상 옆에서 조심조심해가며 책장을 넘겨준다. 모서리가 둥근 다른 책들은 아기 혼자서도 잘 갖고 노는데 말이다. 내용면에서는 크게 아쉬운 점이 없지만, 생김새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삼성출판사에서 계속 이 시리즈를 만드실 예정이라면 더 늦기전에 제본 형태를 바꿔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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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는 과학이다
박문일 지음 / 한양대학교출판부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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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며칠 전 잘 아는 후배 하나가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려왔다. 축하한다는 인사 다음으로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태교 정말 열심히 해라! 태교 진짜 진짜 중요해!!!'

임신 기간 중 시중에 나온 왠만한 태교관련 서적은 거의 다 읽으면서도, 태교의 중요성에 대해 반신반의 했었다. 그러나, 막상 아기를 낳고 이 녀석의 기질을 파악하는 순간부터 나는 태교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말았다. 아무리 갓난 아기라도 자신의 기질적인 특성은 금새 드러내고 마는 법... 장점에서 단점까지, 임신 기간 중의 내 행태가 어찌 그대로 복사되어 있는지!

어차피 표본 수도 적고(달랑 한명!), 엄마의 자식에 대한 평가는 객관성을 잃기 마련이라 구구절절 실례를 들어 설명하지는 않겠다. 다만, 엄마의 강력한 육감이 '태교는 진짜 진짜 중요해'라는 메세지를 보냈다고만 말하겠다. 그리고, 육감 따위는 못 믿겠다는 분들께는... 이 책 <태교는 과학이다>를 권하고 싶다.

사실, <태교는 과학이다>는 내가 읽은 태교 관련 서적 중 가장 재미없는 책이었다. (책의 저자 분께는 죄송스러운 이야기지만, 이 책은 이공계 전공자들의 글솜씨에 대한 나의 편견을 심화시키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태교 서적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재미가 있을수록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 최고봉은 '스세딕 태교법' 관련 책들이다.) 다시 말하자면, 가장 재미없는 이 책이 가장 과학적인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말이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서술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왜 전통적인 태교법이 큰 의미를 지니는가를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설명해간다. 마음을 편히 가져라, 좋은 것만 보아라, 하는 어른들 말씀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통해 검증해 간다. 설렁설렁 태교를 하던 나도 이 책을 읽은 후엔 조금 더 몸가짐을 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후배에게 갖고 있는 태교 책들을 빌려주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순간적으로 이 책을 포함시킬까 말까를 망설였다.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 이 책만은 다시 한번 읽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평생 빌려준 책 돌려받은 기억이 없기에..) 그러나, 이렇게 잔머리를 굴리면서 태교만 열심히 하면 뭘하나. 후배에게 기꺼이 이 책도 물려주련다. 둘째 아이 때 다시 한권 사지 뭐. 이미 낳아버린 자식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둘째 때는 '진짜 진짜' 태교를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냥 참고로 말하자면, 이 책의 저자 박문일 교수는 탤런트 채시라씨의 분만 당시, 욕조 옆에서 수중 분만을 주관하셨던 바로 그 의사 선생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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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안녕 아기동물 사진 그림책 1
유키 모이라 글, 후쿠다 유키히로 사진, 이선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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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서 제목과 표지 사진만 보고 단번에 주문한 책이다. 도움을 얻을 독자 리뷰 한편 없었지만, 사진을 잘못 찍건 책을 엉터리로 만들건, 도저히 해칠 수 없는 '물범 자체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믿었기에...막상 책을 받아보니, 세상에! 사진도 훌륭했고 만들기도 참 잘 만든 책이었다. 물범은 역시나 변함없이 근사하고... 이거야 정말 완벽한 그림책이 아닌가.

'완벽하다'는 표현이 좀 거슬리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북극해의 빙산 위에서 이루어지는 물범들의 탄생만큼 완벽한 것이 어디 흔한가. 매년 2월마다 인간들 모르게 행해지는 기적. 그림책의 얼굴을 한 이 다큐멘타리 사진집은 그 기적의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한장 한장의 사진들은 모두 탄생을 자아낸다. 한 덩치하는 녀석들이 이처럼 귀여워도 되는 걸까? (아기 물범은 몸무게가 하루에 2kg씩 늘어난다는데!) 막 태어나서 얼음 위를 뒹글고 있는 모습, 아무 생각없이 뒤집어 있는 모습, 눈을 잔뜩 맞고도 세상 모르고 자는 모습, 그리고 처음으로 잠수 연습하는 모습. 너무도 너무도 사랑스럽고 대견하다. 게다가, 그 배경의 북극 하늘과 빙산은 왜 이리도 깨끗한건지... 사진만 보고있어도 마음이 시리다.

각각의 사진들도 훌륭한데, 이 사진들이 모여 정말 멋진 스토리를 들려준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놀라움이다. 남쪽 빙산으로 내려온 엄마 물범들은 새끼를 낳고 2주간 돌보며 훈련을 시킨 다음, 아기들을 남겨둔 채 다시 북쪽으로 돌아간다. 홀로서기를 통해 엄마 물범들이 있는 북쪽으로 돌아가는 것은 남겨진 아기 물범의 몫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결국 아기를 떠나 보내야만 하는 법. 엄마와의 이별 후, 빙산 위에 흩어진 아기 물범들의 모습에 정말 가슴이 아려온다. 이런 이야기는 '신이 지어낸 스토리'라고 해야 맞겠지... 동물 사진들에 사람들이 억지로 스토리를 만들어 붙인 책들과는 다른,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얼마전 <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라는 사진책을 본 적이 있다. 많은 이들이 그 책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난 사람들이 도대체 왜 그 책을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사진들을 다큐멘타리 사진이라고 표현하는데도 동의할 수 없었다. 실제로 티피는 동물들과 사이좋게 지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극도로 연출된 그 '달력 사진'들은 아이와 동물들의 순수한 관계마저 훼손하고 있었다. 생명도, 영혼도 없는 사진들...

<엄마, 안녕>의 생명이 담긴 사진들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왜 사람의 모습이 빠지면, 자연은 이토록 아름다운걸까. 지구 온난화로 물범들이 새끼를 기르는 빙산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책 뒷쪽의 설명을 읽으며, 그런 의문은 더욱 커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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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 1 - 애장판
라가와 마리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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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출산이라고 남들 안하는 산전검사까지 받았던 주제에, 난 여전히 철없는 엄마다. '소중한 아기가 찾아왔다'는 사실은 뼈저리게 느끼지만,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은 때때로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다. 아직 신생아였을 때엔, 우는 아들을 달래다가 '울지마, 준연아! '누나'가 안아줄께'라고 말이 헛나온 적도 몇번 있었다. 아기가 이 말을 알아들었다면 정말 기가 막혀 울음을 뚝 그쳤을 일이다.

<아기와 나>를 읽게된 배경에는 이런 나의 철없음이 자리잡고 있다. '아기와 나!' 요즘 내 생활을 이 제목보다 더 집약적으로 표현해줄 문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정말 24시간 내내 뗄래야 뗄 수 없는 끈끈한 관계 '아기와 나!' 이 만화책은 진정 나를 위한 만화책이구나 싶었다. 한술 더 떠서 주인공 '진이'와 나를 무의식 중에 동일시하며 '그래, 진이는 도대체 아기를 어떻게 키우나 보자'하는 심정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 만화책을 한권 한권 읽어가며, 나는 역시 '스스로 때때로 착각하듯' 더 이상 어리지도 젊지도 않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진이가 아기를 기르며 씨름하는 부분은 그런대로 재미있었지만, 진이의 친구 관계나 학교 생활 부분이 나오면 한없이 지루해지는 것이었다. 친구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 싸움, 화해와 우정... 이런 내용들이 예전처럼 짜릿 짜릿하게 느껴지질 않았다. 그러다 겁이 덜컥 났다. 지금도 이러는데, 우리 아들이 초등학생이 될 무렵이면, 그 녀석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나 할 수 있을까...

어느새 새로운 이들과의 새콤달콤한 만남보다는, 이미 자리잡힌 안정된 관계를 다지는데 더 신경을 쓰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인간'이라는 것이 더 이상 대단한 자극으로 느껴지지 않는! (물론 '아기'라는 엄청나게 강력한 자극제를 만난 직후의 일시적인 증세일 수도 있다.)

결국, 만화책을 읽는 내내 '신이' 등장 부분만 열심히 보고 다른 부분은 대충대충 훑어보았다. 아기도 잘 기르고, 여자아이들에게 인기도 많고, 친구들 사이에서 의리도 있는 완벽한 녀석 '진이'는, 한편으론 으젓해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좀 징그럽다는 생각도 해가며...

문득, 이 책의 광팬들이 '왜 늙은 아줌마가 리뷰를 올리고 난리야'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제 나도 그토록 사랑하던 '만화계'를 떠나야 할 때가 된 것일까? 그러긴 싫은데.. 아들 준연이와 같이 만화책 보며 깔깔 웃는게 나의 소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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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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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미 많은 분들이 독자 리뷰를 통해서 이 책을 칭찬하신 마당에, 비슷한 의견을 하나 더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싶던 말이 다른 분들의 리뷰에 거의 다 들어있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의 리뷰라서 그런지 독자 리뷰들도 대부분이 '재미있고 유익했다'. 바로 이 책이 그렇듯이...)

그래서, 꼭 하고싶은 말 한마디만 하려한다. 많은 분들이 스티븐 킹의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이 책은 스티븐 킹의 소설들을 알고 읽을 경우, 열배는 더 재미있는 책이다. 물론 스티븐 킹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더라도 여전히 훌륭한 책이겠지만, 그의 소설의 매력을 아는 이들이 읽는다면 문장 하나 하나의 의미가 정말 생생하게 와닿는다.

내 경우엔 이 책은 정말 샘물같은, 단비같은 책이었다.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대책없이 부풀어 오르던 수많은 '궁금증'들, 그에 대한 해답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소설의 결말을 미리 정해놓을까? 이렇게 생생한 인물들은 어떻게 만들었지? 혹시 그의 어린시절도 악몽과 공포가 가득했던 건 아닐까? 이렇게 쉬지 않고 책을 내는 데, 소재 고갈로 괴롭던 적이 없을까? 그는 돈 때문에 책을 쓰는 걸까? 그는 어떤 책을 읽을까? 하다 못해, 그는 재미있는 사람일까? 아니면 무서운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들...

스티븐 킹은 그에 대한 답변들을 정말 속시원하게 알려준다. 어떤 답변들은 허탈했지만 충분히 즐거웠고, (어릴적 베이비시터 엉덩이에 깔리던 기억이라니...하하) 어떤 답변들은 너무 심각해서 정색을 하고 책을 읽었다. (마약 중독이 심했을 땐, 구강청정제까지 마셨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답변 하나 솔직담백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래, 그는 이런 식으로 그의 멋진 소설들을 만들어냈구나.' 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그의 소설들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다시 한번 그 소설들을 '사랑하게' 만든다.

한마디만 하려던 것이 너무 길어졌다. 그러나, 결국 내가 하고픈 말은 한마디다. '달랑 이 책만 읽지 말고, 그의 소설과 함께 읽으시라!' 소설들을 먼저 읽고 이 책을 나중에 읽는 편이 더 좋겠지만, 이 책을 먼저 읽어버리신 분들도 늦기 전에 그의 소설 한 두편은 꼭 읽어보시길. 그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진정 무얼 말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을테니까.

(최근 소설 중에는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를 가장 권한다. 다만, 이 소설도 <쇼생크 탈출>, <미저리> 처럼 영화보기로 대신 하진 마시길. 영화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는 소설에 비하면 정말 '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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