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안녕 아기동물 사진 그림책 1
유키 모이라 글, 후쿠다 유키히로 사진, 이선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인터넷상에서 제목과 표지 사진만 보고 단번에 주문한 책이다. 도움을 얻을 독자 리뷰 한편 없었지만, 사진을 잘못 찍건 책을 엉터리로 만들건, 도저히 해칠 수 없는 '물범 자체의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믿었기에...막상 책을 받아보니, 세상에! 사진도 훌륭했고 만들기도 참 잘 만든 책이었다. 물범은 역시나 변함없이 근사하고... 이거야 정말 완벽한 그림책이 아닌가.

'완벽하다'는 표현이 좀 거슬리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북극해의 빙산 위에서 이루어지는 물범들의 탄생만큼 완벽한 것이 어디 흔한가. 매년 2월마다 인간들 모르게 행해지는 기적. 그림책의 얼굴을 한 이 다큐멘타리 사진집은 그 기적의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한장 한장의 사진들은 모두 탄생을 자아낸다. 한 덩치하는 녀석들이 이처럼 귀여워도 되는 걸까? (아기 물범은 몸무게가 하루에 2kg씩 늘어난다는데!) 막 태어나서 얼음 위를 뒹글고 있는 모습, 아무 생각없이 뒤집어 있는 모습, 눈을 잔뜩 맞고도 세상 모르고 자는 모습, 그리고 처음으로 잠수 연습하는 모습. 너무도 너무도 사랑스럽고 대견하다. 게다가, 그 배경의 북극 하늘과 빙산은 왜 이리도 깨끗한건지... 사진만 보고있어도 마음이 시리다.

각각의 사진들도 훌륭한데, 이 사진들이 모여 정말 멋진 스토리를 들려준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놀라움이다. 남쪽 빙산으로 내려온 엄마 물범들은 새끼를 낳고 2주간 돌보며 훈련을 시킨 다음, 아기들을 남겨둔 채 다시 북쪽으로 돌아간다. 홀로서기를 통해 엄마 물범들이 있는 북쪽으로 돌아가는 것은 남겨진 아기 물범의 몫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결국 아기를 떠나 보내야만 하는 법. 엄마와의 이별 후, 빙산 위에 흩어진 아기 물범들의 모습에 정말 가슴이 아려온다. 이런 이야기는 '신이 지어낸 스토리'라고 해야 맞겠지... 동물 사진들에 사람들이 억지로 스토리를 만들어 붙인 책들과는 다른,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얼마전 <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라는 사진책을 본 적이 있다. 많은 이들이 그 책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난 사람들이 도대체 왜 그 책을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사진들을 다큐멘타리 사진이라고 표현하는데도 동의할 수 없었다. 실제로 티피는 동물들과 사이좋게 지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극도로 연출된 그 '달력 사진'들은 아이와 동물들의 순수한 관계마저 훼손하고 있었다. 생명도, 영혼도 없는 사진들...

<엄마, 안녕>의 생명이 담긴 사진들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왜 사람의 모습이 빠지면, 자연은 이토록 아름다운걸까. 지구 온난화로 물범들이 새끼를 기르는 빙산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책 뒷쪽의 설명을 읽으며, 그런 의문은 더욱 커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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