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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는 과학이다
박문일 지음 / 한양대학교출판부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며칠 전 잘 아는 후배 하나가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려왔다. 축하한다는 인사 다음으로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태교 정말 열심히 해라! 태교 진짜 진짜 중요해!!!'
임신 기간 중 시중에 나온 왠만한 태교관련 서적은 거의 다 읽으면서도, 태교의 중요성에 대해 반신반의 했었다. 그러나, 막상 아기를 낳고 이 녀석의 기질을 파악하는 순간부터 나는 태교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말았다. 아무리 갓난 아기라도 자신의 기질적인 특성은 금새 드러내고 마는 법... 장점에서 단점까지, 임신 기간 중의 내 행태가 어찌 그대로 복사되어 있는지!
어차피 표본 수도 적고(달랑 한명!), 엄마의 자식에 대한 평가는 객관성을 잃기 마련이라 구구절절 실례를 들어 설명하지는 않겠다. 다만, 엄마의 강력한 육감이 '태교는 진짜 진짜 중요해'라는 메세지를 보냈다고만 말하겠다. 그리고, 육감 따위는 못 믿겠다는 분들께는... 이 책 <태교는 과학이다>를 권하고 싶다.
사실, <태교는 과학이다>는 내가 읽은 태교 관련 서적 중 가장 재미없는 책이었다. (책의 저자 분께는 죄송스러운 이야기지만, 이 책은 이공계 전공자들의 글솜씨에 대한 나의 편견을 심화시키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태교 서적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재미가 있을수록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 최고봉은 '스세딕 태교법' 관련 책들이다.) 다시 말하자면, 가장 재미없는 이 책이 가장 과학적인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말이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서술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왜 전통적인 태교법이 큰 의미를 지니는가를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설명해간다. 마음을 편히 가져라, 좋은 것만 보아라, 하는 어른들 말씀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통해 검증해 간다. 설렁설렁 태교를 하던 나도 이 책을 읽은 후엔 조금 더 몸가짐을 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후배에게 갖고 있는 태교 책들을 빌려주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순간적으로 이 책을 포함시킬까 말까를 망설였다.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 이 책만은 다시 한번 읽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평생 빌려준 책 돌려받은 기억이 없기에..) 그러나, 이렇게 잔머리를 굴리면서 태교만 열심히 하면 뭘하나. 후배에게 기꺼이 이 책도 물려주련다. 둘째 아이 때 다시 한권 사지 뭐. 이미 낳아버린 자식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둘째 때는 '진짜 진짜' 태교를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냥 참고로 말하자면, 이 책의 저자 박문일 교수는 탤런트 채시라씨의 분만 당시, 욕조 옆에서 수중 분만을 주관하셨던 바로 그 의사 선생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