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백과사전 - 광수의 뿔난 생각
박광수 글.그림 / 홍익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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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박광수님 카툰 에세이는 평소 여기저기서 많이 듣고, 봐와서 알고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책으로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아기자기한 글씨체로 인기있던 박광수님의 이번 새로운 책, 나에게 처음으로 안겨진 책,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펼쳐 보기 시작한다. 책 제목처럼 책의 내용은 백과사전 형식으로 ㄱ,ㄴ,ㄷ,ㄹ, 순으로 하나하나 단어, 의미들을 카툰과 광수님 특유의 재치로 풀어놓았다.

 

처음으로 접한 박광수님의 카툰에세이였지만, 절대 가볍기만 하지 않은 그리고, 가끔은 문득문득 의미를 되새겨 보게되는 이야기들로 의미있는 책이였다. 단어 하나하나를 생각하면 우리가 모두 일상적으로 고정관념을 갖고 알고있던 단어들을 광수님은 조금은 색다르게, 그리고 정곡을 찌르는듯, 풀이를 해 놓았다. ' 아, 어떻게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할수있지?' 라는 생각을 읽는내내 했던것 같다. 광수님의 어릴적 경험과 추억을 통해 단어의 뜻에 더욱 영양분을 보충해 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읽다보니 와닿는 글귀들이 많아 플래그잇을 더덕더덕 붙이기 바빴다.

 

내일(Tomorrow) - 젊은이에게는 너무 멀고, 노인에게는 너무 가까운,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동의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김없이 다가오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는 미지의 시간 (p 65) 늘 우리는 항상 매번 반복되는 '내일'이라는 의미를 무심히 어쩌면 무관심하게 다른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의미없이 보내버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한다, 정말 이 글귀에서처럼 어느 누군가에게는 다가오지 않을 소중한 내일이 될수도 있는 그 소중하고 절박한 '내일'을 말이다.

 

마음(mind) -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조차도 모르는 내 몸속의 의문부호, 수천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의문부호의 실체를 알기 위해 연구해 왔으나 너무도 변화가 무쌍해서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는 공포의 전설을 가지고 있다 (p 112) 늘 나의 적은 내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머리와 마음이 늘 서로 다르게 행동하는 바람에 늘 고통을 받는건 내 자신이 아닐까? 정말 수많은 의문부호를 가지고 있는 내 자신의 마음속을 훤히 꿰뚫어 볼수 있는 마법이라도 지녔음 하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인연(relation) - 하필이면, 기필코, 끝내 그렇게 된 사람들의 단초.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인연은 운명이라 부르고 자신에게 불리한 인연은 악연이라 부른다 (p 208) 아, 이 글귀에서 많은 생각과 내 자신에게 많은 질타와 반성을 하게 했다, 인연이라는 단어를 깊이, 그리고 신중히 생각해본적이 거의 없었던것 같아, 그냥 이 글귀처럼 내게 이익이 되고, 내가 필요로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인연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붙였던게 아닐까? 정작 나는 그 외에 사람들에겐 그렇치 못한 사람들에겐, 어떤 단어로 늘 곁에 두었던 것일까? 친구든 지인이든, 세상의 길 위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만 나는 그런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표를 붙이듯, 인연과 악연이라는 부류로 확실히 선을 그어놓고 정말 진실된 사람에게도 '악연'이라는 돌을 던지지 않았는지, 깊이, 또 깊이 생각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책(book) - 글자를 깨알같이 수놓은 수면제, 그밖에도 베개, 라면냄비 받침대, 화가 날때 돌멩이나 야구공 대신, 처음 만난 여인에게는 유식함을 나타내는 악세서리로, 아무튼 종이로 만든 것 중에서 가장 용도가 다양한 물건이다. 하지만 역시 참삶의 길을 묻는 자에게 지혜를 가르쳐주는 책의 본래 목적으로 사용할 때 제일 좋은것 (p242) 어렸을때는 책벌레 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틈틈히 책을 읽었었던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바쁜 일상 탓에 핑계아닌 핑계를 대며 일년에 한,두권도 읽지 않았던 수년의 시간들이 있었다. 지금은 다시 책을 가까이 하려 노력하기도 하지만, 책이야 말로 진정한 내 자신을 발전시키고 내 마음의 휴식처가 될수있는 제일 가까운 친구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정말 글귀처럼 수면제 역할도, 라면냄비 받침대로, 많은 곳에 이용되지만, 책만이 지닌 지혜와 휴식을 주는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되길 나 또한 간절히 바란다.

 

책을 읽다보니 '진심' 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 중 광수님의 마음(생각)의 글귀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말하다 보면 지금 하는 얘기가 진심인지 나 자신에게 묻다가 뒷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 때도 있고, 누군가와 급속히 가까워지면 나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뭔가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질 때도 있다. 나 스스로에게 조차 이 지경이니 남들이 내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순수하게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지.......(p 231)  나 또한 내가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도 내 스스로 너무 가식의 가면을 쓰고 진실된 말을 하는지 말하면서도 내심 당황한 적이 적지 않다. 나만 이런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난 정말 이중인격자 일까? 왜 내 마음을 진실되게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 하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었다. 정말 그래서 타인이 , 내 친구들이 진실된 마음을 전할때도 나의 이런 성격으로 인해 오히려 그 진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거짓'이라고 내 마음속으로 단정지어 결론을 내리고 생각하며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건 아닌지, 이런 못난 불치병을 고치지 못하면 평생 이런 삐딱한 시선으로, 삐딱한 마음으로 내 주변 지인들에게상처를 주게 될까 두렵다.

 

악마의 백과사전을 읽는동안 카툰을 보면서 피식피식 웃기도 했고, 광수님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광수님에 대해 조금은 더 알수 있었던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늘, 일상적으로, 고정관념을 갖고 바라보던 사물과 단어, 그리고 여러가지 의미들을 광수님의 시선으로 생각으로 풀이한 것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이 세상을 고정관념과 상식을 가지고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카툰 에세이라고 하면, 그냥 가볍게 심심할때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뜻밖에 많은 것을 얻은것 같다. 그리고 수많은 질문들을 내 자신에게 하게 만들었던 마법같은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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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임팩트 맨 -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1년 프로젝트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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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쉽게 접할수 없는 조금은 독특한 주제를 가진 에세이가 눈에 띄었다. 여행에세이, 일상 에세이들은 많이 봤지만, 환경에 대한 에세이는 개인적으로 처음 접하는것 같아, 누구나 알고있지만, 누구도 쉽게 실천할수 없는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생활, 어떤식으로 콜린 베번은 이 힘든 프로젝트를 실행할지 살짝 궁금해진다.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사는 역사 저술 작가인 콜린은 한 겨울의 뉴욕의 기온이 21도까지 올라가는 여름  날씨 같은 기이한 현상에 심각성을 느끼고 이 계기로 인해 환경에 '임팩트'를 주지 않는 1년동안의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 혼자서는 할수없는 일이기에 매번 순차적으로 바꿔 나갈때마다 아내의 동의를 구해야 했고, 어린 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만큼 콜린에겐 더욱 여러가지 해야할 일들이 많이 생겼다. 플라스틱, 일회용, 종이 등을 절대 쓰지 않는것을 시작으로 포장된 모든 물건들을 구입하지 못할뿐더러, 테이크아웃 음식 또한 마음대로 먹지 못해, 매번 식사를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정성이 필요했다. 이것들은 모두 아내의 몫이 아닌 남편 콜린의 몫이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문화는 외식 문화가 발달되 있다보니, 우리나라처럼 집에서 식사하는 것보다 외식이 주 를 이루는것 같다, 그런 콜린 부부에게 매 끼니때마다 음식을 해먹는다는건 정말 대단한 인내가 필요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정도 첫번째 단계에 적응되고 익숙해지면 이런 식으로 하나씩 다른 프로젝트를 추가해 실천해 나갔다.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유기농 식단의 식생활과, 엘리베이터와 자동차 등의 이용을 금하고, 대신 자전거 매니아가 되고, 전기를 끊었다. 콜린은 이렇게 하나하나 바꿔 나가면서 거기에 대한 부가 설명 또한 상세하게 해주었다,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현재 우리 별(지구)이 지금 어느 상황에 어느정도 심각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한국사람이다 보니 뉴욕 속의 환경오염 이야기를 읽으며, '그럼 우리 나라는 어느정도 일까?' 라는 궁금함 또한 생겼다, 콜린의 일상 생활에서의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글을 읽으면서 솔직히 크게 내게는 와 닿지 않았던것 같다.미국을 기준으로 미국의 문화와 식생활 식으로 글을 써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혹시 한국사람이 이런 책을 쓰고 이런 프로젝트를 실천함으로써 겪었던 경험을 내가 읽는다면 조금 더 가까이 심각함을 더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도 점점 환경오염으로 봄, 가을이 사라진듯, 여름과 겨울의 두 계절만 남아있는것 같다, 지진이 나고, 눈사태 폭설에, 이상기온 등의  이야기를 여러 매체를 통해 볼때마다 ' 아, 이러다 정말 우리 별이 사라지는것 아닐까?' 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올때도 있다. 내가 어릴때는 이정도로 심각하지 않았었는데, 점점 세계는 발전하고, 그만큼 모든 생활들이 편리함을 위주로 변해가다보니 또한 일회용들과 자가용의 이산화탄소, 전기 과다사용 등으로 인해 우리의 몸과 생활은 편해지면 편해질수록 우리 별은 죽어가는건 확실한것 같다. 이 책을 시작하기전 추천사에서 이런글을 읽었다.

2010년의 지구는 곳곳에서 몸살을 앓는다. 급속도로 늘어나는 커피 소비량 때문에 나무에서 이산화탄소로 산화될 운명의 일회용 컵들이 한반도를 뒤덮고 에너지 소비량이 절정에 달해 겨울철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자원 과소비 사회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라는 글귀에 나 또한 곰곰히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환경전문가도 그렇다고 콜린부부처럼 환경오염에 관해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책속에 나오는 몇몇 낯선 용어들과 여러 환경오염의 수치들을 가리키는 숫자들을 보다보면 이게 어느정도 심각한지, 현재 어느정도까지인지 크게 와닿지도 잘 이해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건, 우리 별이 죽어가고 있다는 거다, 우리가 자신을 아끼듯 조금이라도 우리 별에 관심을 갖고 작은 것부터 환경을 위해 그리고 지구라는 별을 위해 작은 노력을 한다면 그 하나하나가 언젠간 빛을 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실천은 그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올바른 것이니라. 그대는 실천의 결과를 목적으로 삼지 말 것이며, 나태에 심취하지도 말라 (p 98) 나 하나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환경에 영향을 주지않는 프로젝트를 한다고해서 이 크고 넓은 지구가 달라질꺼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실천함으로써, 그 길이 올바른 길임에 보람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뿌듯함이고 기분좋은 올바른 프로젝트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일년동안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를 실천한 콜린베번 부부에게 정말 마음으로 박수를 주고싶다, 쉽지 않은 프로젝트에 모든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자신으로 인해 우리 별이 죽어가고 있음을, 알리려 했던 그의 노력은 우리 모두가 반성하고 한번쯤 꼭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곧 영화도 개봉한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꼭  보러 가야겠다. 아마 직접 영상을 통해보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더욱 피부로 ,마음으로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들린 커피 전문점에서 '환경의 날'을 행사로 천으로 만든 '슬리브'를 무료로 증정하고 있었다, 우연히 방문했다가 얼결에 받은 슬리브였다. 사실 환경의 날인지도 모르고 받은거라, 조금은 무심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지만, 이젠 일회용 슬리브 대신, 이번에 무료로 받은 천으로 만든 슬리브를 매일 들고다니면서 사용해야 겠다. 이렇게 나도 우선 아주 작은 실천부터 나도 해볼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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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꿈 맨발의 여행자 - 낯선 이름의 여행지 동티모르의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달콤한 이야기
박성원 지음, 정일호 사진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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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희순씨의 영화가 곧 개봉예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박희순씨, 그래서인지 왠지 낯익지만 잘 모르는 나라 '동티모르'라는 곳에 조금 관심이 생겼다. 저자 이름이 남자 이름이라서 난 당연히 남성작가인가? 하는 고정관념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거 왠걸? 여자 작가시구나. 조금은 가볍게 조금은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내전이라는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는 나라라는 동티모르, 저 자는 동티모르의 곳곳을 다니며 일상을 끄적이는 일기처럼 그때 그때의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일들을 짧은 글과 사진들로 채워 나갔다. 가난함 때문일까?, 어린 아이들이 거리로 나와 소소한 물건들을 팔며 장사를 한다. 엄마가 새벽에 삶아주신 계란을 팔러 나온 아이, 학교를 안가는 토,일요일에 시내들 돌아다니며 계란을 판다고 한다. 사진속 아이는 정말 맑은 눈동자로, 돈을 모아 대학 갈 거라며 조금은 수줍은듯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뭔지 모르게 잠시 사진속 소년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보니 그냥 마음이 아려오면서 코끝이 찡해진다.

 

우연히 길을 거닐다 대문앞에 앉아있는 아르수 아저씨와의 만남, 아저씨의 표정은 아무런 희망도 없는듯, 모든걸 놔버린듯한 슬픈 눈으로 한곳을 응시하고 있고있다. 경찰이었던 아르수 아저씨는 인도네시아가 침공했을때 싸우다 총상을 입고 피신 후 돌아와보니 자신이 경찰이란 이유만으로 어머니가 죽임을 당하고, 아내는 떠나고, 친척들까지 죽임을 당했다. 이젠 가진것 없이 고향으로 돌아갈수도, 반겨주는 이도 없는 ,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듯한 사진속 아르수 아저씨의 표정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의 나에게 까지 전해지는듯하다.

 

이렇듯 저자가 발길이 닿는곳마다 , 그리고 만난 사람들은 그들만의 상처와 그들만의 행복이 있는것 같았다. 우리처럼 풍족하고 어쩌면 부족할것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지만 항상 무언가를 끝없이 원하며 더욱 갈망하고 무언가를 더욱 채우려하는 욕심은 끝이없는데, 아무것도 가진것없이, 하지만 욕심을 내려하지 않는 , 해맑고 순진한 동티모르의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내 자신의 그동안 얼마나 편하게 살아오면서도 끊임없이 욕심을 내고 투정을 부리며 살아왔는지 내심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동티모르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중 동티모르가 너무 좋아 이곳에 죽으면 묻히고 싶다는 아브라함 아저씨, 작은 마을인 소모초에 살며 마을사람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해주며 지내는 '지구촌 나눔운동'의 일원인 24세의 한국인 예원씨, 묵직하고 조용한, 하지만 마음은 정말 따뜻하신  이탈리아가 고향인 루이스 신부님, 책을 덮고나니 저자가 만난 몇몇의 인물들이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간다. 꼭 내가 그 사람들을 만난듯 내 머리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사진속의 사람들과 아이들, 모두가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밝게 웃는 모습과 대비되는 어두운 무표정한 슬픔에 가득찬 표정들의 사람들이 내 머리속을 꽉 채운다. 왠지 꿈속에서 동티모르라는 곳을 여행하고 온듯한 느낌이랄까, 내 생에 이곳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만약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내 마음에 콕콕 박힌 몇몇 책속 인물들을 꼭 만나보고 싶어진다.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 그들의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고운 심성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백년후에도 천년 후에도 순수한 미소를 보내는 사람들의 나라,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소중히 여기는 나라로 남기를 희망합니다. (에필로그 中)

나 또한 저자의 말처럼 이곳이 지금처럼 마음만은, 순수함만은 잃지 않는 나라이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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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여행처럼 - 지금 이곳에서 오늘을 충만하게 사는 법
이지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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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을 보면서, 처음엔 여행을 갈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집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 다른 여행 에세이와는 다르게 흔한 사진하나 제대로 있지도 않고, 그냥 소제목 사이사이 조그마한 흑백 사진들이 전부였다. 사진보단 글이 모두 채워진 그런 에세이였던 것이다. 책 표지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책제목 '언제나 여행처럼' 위에 작은 글씨고 '지금 이곳에서 오늘을 충만하게 사는 법' 이란 글귀가 적혀있다. 음, 아마 현재를, 그리고 오늘을 여행처럼 사는 법을 말하는 것인가?

 

저자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권태로워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십수년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런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와, 정말 부럽다, 나도 아무것에도 얽메이지 않고 무작정 대담하게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라 하면 내겐 아직 국내여행이 전부인, 그나마 아주 짬짬히 시간 맞는 친구들과 함께 했던 여행이 전부였었다. 하지만 저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처음에는 부러움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저자의 여행기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생명의 위험에 처했던 여러 상황과, 원시림 같은 곳에서 식인 더위와, 말라리아 등 육체적인 고통을 겪었던 경험담을 읽을때면 여행이 마냥 신나고 즐겁고 늘 자유로와 보이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마냥 찌든 일상을 탈피하고픈 마음에 여행을 갈망한다. 하지만 여행후에는 뭐가 달라지는걸까? 오히려 더욱 더 다시 또한번의 여행이 간절해 지는것 아닐까? 오히려 큰 후유증만 남을것이다.

 

나는 도시라는 공간의 상징적, 문화적 체계 안에서 살아왔다. 그 속에서 안정되게 살아 왔지만 그것이 지루하고 갑갑해질때, 상징체계가 사라진 드넓은 자연 속의 생명력을 원했다.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자유인 셈이다. 또한 그 자연속에서의 생활이 힘들어질때, 문화적, 상징적 체계로 둘러싸인 도시로 '컴백'할수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또 자유로움을 느꼈다 (p123) 생각해보면 나 자신도 늘 반복되는 일상에 어쩌면 지루하고 권태로움을 느껴 여행의 간절함을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힘든 여행길이 된다면, 지금 현실의 편안함에 감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 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저자가 말하고 싶은 마음은 무엇인지 왠지 잘 이해를 못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십수년의 여행기를 통해 늘 여행만이 자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기도 하며, 일상에서 자신의 마음먹이에 따라 얼마든지 늘 여행하는 마음처럼 일상을 즐길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 얘기해 주는것 같았다. 나 또한 늘 스트레스와 삶의 고달픔은 여행을 통해서만 해결할수 있다고 늘 남들과 별다를것 없는 생각을 해왔지만, 무조건 여행만이 내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여행을 다녀와도 다시 똑같은 일상은 반복되며 그 반복되는 일상속에 우리는 또 권태로운 삶과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낼 테니 말이다.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은 단지 '현재를 즐기는 것' 이 아니라, 현재에 몰입해 그 속에서 자신을 훨훨 불태우는 것이다. 현재가 고통이라면 그 고통 속에 몰입하여 거기서 희열을 찾아내는 것이 카르페 디엠이다(p51)이 말처럼 늘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이것 또한 멋진 일상의 여행이 아닐까?

 

이제는 일상을 즐기는 방법, 현재를 늘 설레이는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생활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것 같다. 늘 불평많고, 투정 많았던 나의 지난 시간들이었지만, 어쩌면 이것 또한 다른 사람들에겐 배부른 투정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친구를 만나거나 영화를 보거나,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 먹거나, 이 모든것이 '일상의 여행' 이니 말이다. 그런 시간 만큼은 최선을 다해 더욱 즐겨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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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괜찮니 - 사랑 그 뒤를 걷는 자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
최예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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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이상하게 사랑에 관한 책들을 은근히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아마 너무 오랫동안 메말라버린 내 감성과, 더이상 뛰지 않는 내 심장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우연히 이 책을 인터넷서점에서 먼저 발견했다. 책 소개에서 설명한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의 작가님이 낸 책이라 하니 더욱 호감이 갔다. 매일 매일 듣는 광팬은 아니였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 늘 고정되는 그리고 그 시간대에 찾게되는 라디오 주파수 였었다.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목소리의 정지영 언니가 읽어주는 <사랑이 사랑에게>라는 코너는 정말 잔잔히 흐르는 음악과 함께 환상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내 마음을 말랑여 주었던 코너였다. 제일 기다려지기도 했고, 사연 깊은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가끔은 마음이 아파 오기도 했던, 그런 정지영언니의 '스위트 뮤직박스'가 개편을 하면서 10년의 긴 여행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게 아쉽고 허전하기만 하던 차에 이 책을 접하니 그렇게 방가울수가 없었다.

 

<사랑아 괜찮니> 이 책은 짝사랑으로 시작해, 삼각관계, 후회, 권태기, 이별 편으로 크게 나뉘면서 그 속속들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코너들 속의 얘기들은 모두 가지각색, 각각의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짝사랑도 참 다양한 여러가지의 모습이 있었다. 상대방의 배려과 친절함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준 이야기나, 친구의 여자, 혹은 남자친구를 몰래 사랑하게 된 이야기등,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참 사랑에도 많은, 수많은 사연들이 숨어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연인과 함께했던 추억이 뭍은 장소를 찾는 부분을 읽을때면, ' 아~ 나도 이런 마음 이었는데, 나도 이럴때가 있었는데..' 라며 공감하기도 하고, 마음이 찡해지기도 했다.

 

연애 초창기에는 불타오르던 연인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더이상의 '두근거림'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권태기로 들어서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열정을 쏟아붓던 두 사람도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무심해지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연인들이 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많은 연인들이 오랜시간을 함께 하다가 결국은 어떻게 이별을 말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는 커플들이 생겨나는것 같다. 늘 습관처럼 만나 밥을 먹고 별 다른 대화없이 그냥 무디게 손잡고 다니면서 이런 저런 핑계로 서로의 만남을 회피하고, 다른 이성이 눈에 들어온다면, 이건 확실히 권태기가 맞겠지? 이런 과정을 서로 극복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각자의 길로 돌아서게 되는 것 같다.

 

뭐, 권태기로 인해 이별하는 커플도 많겠지만,이별편 에서는 어쩔수 없는 이별, 부모님의 반대, 다른 이성에게 마음이 빼앗긴 이유로, 혼자 속앓이 하다 짝사랑으로 혼자만의 이별을 하는 안타까운 이별의 이야기들도 책 속에 녹아있었다. 이런 저런 사랑과 권태기, 이별의 다양함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말하나 저렇게 말하나 결국 끝은 똑같은 걸까?, 두 사람이 영원히 평생 설레임으로 두근거림으로 자신의 소울 메이트를 얻는다면 그 사람은 정말 하늘에서 내린 선물을 얻은 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기에, 모든 사랑이 똑같지 않기에, 사랑함으로써 아픔이 있고, 눈물이 있고, 고통은 있다. 그게 어떤 사연으로 어떤 이유로의 고통이고 슬픔인지 모두 제각각의 마음속 사연이 있겠지만,  결국 느끼는 감정은 똑같을 테니까.

 

늘 메마른 감성이라고, 두근 거림은 내겐 없는 것 같다며, 생각해 온 내 마음도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옛 추억이 떠오르며 마음이 아련해지는건, 아마 아직도 내 심장은 뛰고 있다고 내 마음이 내게 전해주는 메세지 같은게 아닐까? 그냥 내겐 '사랑'이란 단어가 유치하고 사치스럽게만 느껴졌는데,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건, 정말 하늘이 준 내게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책을 집어든 당신의 사랑이 어느 계절을 살고 있든, 부디 많이 아프지 않기를, 부디 다시는 사랑 같은거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는 않기를, 부디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 걸지는 않기를, 이 책이 당신에게 아주 짧은 찰나라도 '위로'가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 -p6,  들어가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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