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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백과사전 - 광수의 뿔난 생각
박광수 글.그림 / 홍익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박광수님 카툰 에세이는 평소 여기저기서 많이 듣고, 봐와서 알고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책으로 읽어보기는 처음이다, 아기자기한 글씨체로 인기있던 박광수님의 이번 새로운 책, 나에게 처음으로 안겨진 책,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펼쳐 보기 시작한다. 책 제목처럼 책의 내용은 백과사전 형식으로 ㄱ,ㄴ,ㄷ,ㄹ, 순으로 하나하나 단어, 의미들을 카툰과 광수님 특유의 재치로 풀어놓았다.
처음으로 접한 박광수님의 카툰에세이였지만, 절대 가볍기만 하지 않은 그리고, 가끔은 문득문득 의미를 되새겨 보게되는 이야기들로 의미있는 책이였다. 단어 하나하나를 생각하면 우리가 모두 일상적으로 고정관념을 갖고 알고있던 단어들을 광수님은 조금은 색다르게, 그리고 정곡을 찌르는듯, 풀이를 해 놓았다. ' 아, 어떻게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할수있지?' 라는 생각을 읽는내내 했던것 같다. 광수님의 어릴적 경험과 추억을 통해 단어의 뜻에 더욱 영양분을 보충해 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읽다보니 와닿는 글귀들이 많아 플래그잇을 더덕더덕 붙이기 바빴다.
내일(Tomorrow) - 젊은이에게는 너무 멀고, 노인에게는 너무 가까운,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동의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김없이 다가오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는 미지의 시간 (p 65) 늘 우리는 항상 매번 반복되는 '내일'이라는 의미를 무심히 어쩌면 무관심하게 다른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의미없이 보내버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한다, 정말 이 글귀에서처럼 어느 누군가에게는 다가오지 않을 소중한 내일이 될수도 있는 그 소중하고 절박한 '내일'을 말이다.
마음(mind) -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조차도 모르는 내 몸속의 의문부호, 수천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의문부호의 실체를 알기 위해 연구해 왔으나 너무도 변화가 무쌍해서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는 공포의 전설을 가지고 있다 (p 112) 늘 나의 적은 내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머리와 마음이 늘 서로 다르게 행동하는 바람에 늘 고통을 받는건 내 자신이 아닐까? 정말 수많은 의문부호를 가지고 있는 내 자신의 마음속을 훤히 꿰뚫어 볼수 있는 마법이라도 지녔음 하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인연(relation) - 하필이면, 기필코, 끝내 그렇게 된 사람들의 단초.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인연은 운명이라 부르고 자신에게 불리한 인연은 악연이라 부른다 (p 208) 아, 이 글귀에서 많은 생각과 내 자신에게 많은 질타와 반성을 하게 했다, 인연이라는 단어를 깊이, 그리고 신중히 생각해본적이 거의 없었던것 같아, 그냥 이 글귀처럼 내게 이익이 되고, 내가 필요로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인연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붙였던게 아닐까? 정작 나는 그 외에 사람들에겐 그렇치 못한 사람들에겐, 어떤 단어로 늘 곁에 두었던 것일까? 친구든 지인이든, 세상의 길 위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만 나는 그런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표를 붙이듯, 인연과 악연이라는 부류로 확실히 선을 그어놓고 정말 진실된 사람에게도 '악연'이라는 돌을 던지지 않았는지, 깊이, 또 깊이 생각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책(book) - 글자를 깨알같이 수놓은 수면제, 그밖에도 베개, 라면냄비 받침대, 화가 날때 돌멩이나 야구공 대신, 처음 만난 여인에게는 유식함을 나타내는 악세서리로, 아무튼 종이로 만든 것 중에서 가장 용도가 다양한 물건이다. 하지만 역시 참삶의 길을 묻는 자에게 지혜를 가르쳐주는 책의 본래 목적으로 사용할 때 제일 좋은것 (p242) 어렸을때는 책벌레 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틈틈히 책을 읽었었던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바쁜 일상 탓에 핑계아닌 핑계를 대며 일년에 한,두권도 읽지 않았던 수년의 시간들이 있었다. 지금은 다시 책을 가까이 하려 노력하기도 하지만, 책이야 말로 진정한 내 자신을 발전시키고 내 마음의 휴식처가 될수있는 제일 가까운 친구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정말 글귀처럼 수면제 역할도, 라면냄비 받침대로, 많은 곳에 이용되지만, 책만이 지닌 지혜와 휴식을 주는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되길 나 또한 간절히 바란다.
책을 읽다보니 '진심' 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 중 광수님의 마음(생각)의 글귀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말하다 보면 지금 하는 얘기가 진심인지 나 자신에게 묻다가 뒷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 때도 있고, 누군가와 급속히 가까워지면 나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뭔가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질 때도 있다. 나 스스로에게 조차 이 지경이니 남들이 내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순수하게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지.......(p 231) 나 또한 내가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도 내 스스로 너무 가식의 가면을 쓰고 진실된 말을 하는지 말하면서도 내심 당황한 적이 적지 않다. 나만 이런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난 정말 이중인격자 일까? 왜 내 마음을 진실되게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 하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었다. 정말 그래서 타인이 , 내 친구들이 진실된 마음을 전할때도 나의 이런 성격으로 인해 오히려 그 진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거짓'이라고 내 마음속으로 단정지어 결론을 내리고 생각하며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건 아닌지, 이런 못난 불치병을 고치지 못하면 평생 이런 삐딱한 시선으로, 삐딱한 마음으로 내 주변 지인들에게상처를 주게 될까 두렵다.
악마의 백과사전을 읽는동안 카툰을 보면서 피식피식 웃기도 했고, 광수님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광수님에 대해 조금은 더 알수 있었던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늘, 일상적으로, 고정관념을 갖고 바라보던 사물과 단어, 그리고 여러가지 의미들을 광수님의 시선으로 생각으로 풀이한 것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이 세상을 고정관념과 상식을 가지고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카툰 에세이라고 하면, 그냥 가볍게 심심할때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뜻밖에 많은 것을 얻은것 같다. 그리고 수많은 질문들을 내 자신에게 하게 만들었던 마법같은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