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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꿈 맨발의 여행자 - 낯선 이름의 여행지 동티모르의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달콤한 이야기
박성원 지음, 정일호 사진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평점 :
배우 박희순씨의 영화가 곧 개봉예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박희순씨, 그래서인지 왠지 낯익지만 잘 모르는 나라 '동티모르'라는 곳에 조금 관심이 생겼다. 저자 이름이 남자 이름이라서 난 당연히 남성작가인가? 하는 고정관념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거 왠걸? 여자 작가시구나. 조금은 가볍게 조금은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내전이라는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는 나라라는 동티모르, 저 자는 동티모르의 곳곳을 다니며 일상을 끄적이는 일기처럼 그때 그때의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일들을 짧은 글과 사진들로 채워 나갔다. 가난함 때문일까?, 어린 아이들이 거리로 나와 소소한 물건들을 팔며 장사를 한다. 엄마가 새벽에 삶아주신 계란을 팔러 나온 아이, 학교를 안가는 토,일요일에 시내들 돌아다니며 계란을 판다고 한다. 사진속 아이는 정말 맑은 눈동자로, 돈을 모아 대학 갈 거라며 조금은 수줍은듯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뭔지 모르게 잠시 사진속 소년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보니 그냥 마음이 아려오면서 코끝이 찡해진다.
우연히 길을 거닐다 대문앞에 앉아있는 아르수 아저씨와의 만남, 아저씨의 표정은 아무런 희망도 없는듯, 모든걸 놔버린듯한 슬픈 눈으로 한곳을 응시하고 있고있다. 경찰이었던 아르수 아저씨는 인도네시아가 침공했을때 싸우다 총상을 입고 피신 후 돌아와보니 자신이 경찰이란 이유만으로 어머니가 죽임을 당하고, 아내는 떠나고, 친척들까지 죽임을 당했다. 이젠 가진것 없이 고향으로 돌아갈수도, 반겨주는 이도 없는 ,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듯한 사진속 아르수 아저씨의 표정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의 나에게 까지 전해지는듯하다.
이렇듯 저자가 발길이 닿는곳마다 , 그리고 만난 사람들은 그들만의 상처와 그들만의 행복이 있는것 같았다. 우리처럼 풍족하고 어쩌면 부족할것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지만 항상 무언가를 끝없이 원하며 더욱 갈망하고 무언가를 더욱 채우려하는 욕심은 끝이없는데, 아무것도 가진것없이, 하지만 욕심을 내려하지 않는 , 해맑고 순진한 동티모르의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내 자신의 그동안 얼마나 편하게 살아오면서도 끊임없이 욕심을 내고 투정을 부리며 살아왔는지 내심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동티모르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중 동티모르가 너무 좋아 이곳에 죽으면 묻히고 싶다는 아브라함 아저씨, 작은 마을인 소모초에 살며 마을사람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해주며 지내는 '지구촌 나눔운동'의 일원인 24세의 한국인 예원씨, 묵직하고 조용한, 하지만 마음은 정말 따뜻하신 이탈리아가 고향인 루이스 신부님, 책을 덮고나니 저자가 만난 몇몇의 인물들이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간다. 꼭 내가 그 사람들을 만난듯 내 머리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사진속의 사람들과 아이들, 모두가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밝게 웃는 모습과 대비되는 어두운 무표정한 슬픔에 가득찬 표정들의 사람들이 내 머리속을 꽉 채운다. 왠지 꿈속에서 동티모르라는 곳을 여행하고 온듯한 느낌이랄까, 내 생에 이곳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만약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내 마음에 콕콕 박힌 몇몇 책속 인물들을 꼭 만나보고 싶어진다.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 그들의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고운 심성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백년후에도 천년 후에도 순수한 미소를 보내는 사람들의 나라,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소중히 여기는 나라로 남기를 희망합니다. (에필로그 中)
나 또한 저자의 말처럼 이곳이 지금처럼 마음만은, 순수함만은 잃지 않는 나라이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