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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도 알수있듯 이 소설을 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판타지물이라고 해서 어쩌면 나는 잠시 '해리포터'같은 소설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왠지 우리나라가 배경이 아닌 외국의 멋진 곳을 베이스로 깔고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결국 내가 생각했던 상상속 이야기와는 달랐지만. 책 소개로만으로만 본다면 조금은 어려울수도 조금은 난해하지 않을까 하는걱정도 들었다. 내게는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주제를 다뤘으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의 시작이 참 독특하다 싶었다. 자신의 소개, 주변 이야기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어쩌면 본론에 들어가기 전 독자들이 조금은 이해하기 쉬울수 있도록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듯하다. 책사냥꾼. 어쩌면 낯선 이 단어, 어쩌면 조금은 흥미로운 느낌의 단어이기도 직업이기도 하다. 주인공 반디는 책사냥꾼을 그만두고 헌책방을 운영하던중 미도당의 총수 윤선생에게 '베니의 모험'이라는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되고 이 책을 찾던중 전설로 내려오는 단 한권의 책 '세계의 책'과 연결됨을 비밀을 풀게된다. 하지만 그런 책 사냥꾼으로써의 윤선생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친구들과의 배신과 같은 일들과 많은 고통과 회의감에 빠지기도 한다. 과연 또다른 비밀의 책들을 찾아가면서 그들의 끝은, 그 결과는 어찌될지 궁금해진다.
이 책 속에는 꽤 많은 알수없는 책이야기들이 나온다. 책 속의 책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 나도 알수가 없었다. 상세하게 설명되는 책 줄거리라든지, 출판년도, 저자등등 이게 실제 존재하는 책들일까 하는 궁금함이 떠나질 않았다. 나름대로 책을 꽤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난 어렵고, 난해한 , 그리고 꼭 한번쯤 필독해야하는 필독도서들을 회피해온 까닭일수도 있겠지. 사실 책 사냥꾼의 반디에게만 몰입해서 읽어내려갔지만 꽤 많은 내가 몰랐던 출판계의 현실과 그리고 서점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의 현실에서도 느낄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려주며 문제를 지적하는듯 하다. "물론 동네 서점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터넷 서점도 한 몫하겠지. (중략). 책을 읽는 사람이 없다는게 가장 큰 이유 아니겠어? (P.163) 어렸을때는 대형서점보다 동네 작은 책방들이 많았었다. 그곳에서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책방에서 책을 고르는 재미 또한 쏠쏠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 어느곳이든 쉽게 동네 작은 책방을 찾아보기가 힘든듯 하다. 그리고 그 많던 책 대여점 또한 서서히 사라지는듯 하다. 바쁜 현실에 그리고 편리해진 인터넷 서점등으로 나 또한 관심이 없던,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지냈던 작은 기억이 떠오른것 지금의 이 부분의 글귀를 읽었기 때문인듯 하다.
책을 좋아하면서도 책을 다 읽고 난후에 100% 만족감을 느낀 책은 몇권이나 될까? "내가 찾는 그런 책은 이제 세상에 없어(P.206)" 이라는 글처럼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오감을 완전히 포만감으로 채워준 책은 없었던것 같아.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책 한권을 읽고 오래오래 기억되며 나의 관념과 시각과 시점을 모두 바꿔준 그런책이 있었던가? 내가 평생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을지 모르겠지만, 살아가는 동안 읽는 책중에 딱 한권이라도 그런 책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책에게도 삶이 있다. 작가가 아버지라면 장정가는 어머니다. 인쇄소는 자궁이다. 누군가 표지를 여는 순간 책은 책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어떤 책은 끝까지 다 읽히지 못하고 자신의 비밀을 간직한채 서가에 잠들어 있다. 어떤 책은 책장마다 무수한 삶의 흔적을 지닌다. 어떤 책은 복되게도 여러 주인을 섬긴다. 물과 불과 칼과 햇빛과 습기와 벌레와 짐승이 책을 병들게 하거나 해친다. 책의 가장 큰 적은 사람이다. 무지한 한 사람은 한 권의 책에 상처를 내고 무지한 100명의 사람은 다락방에 책을 넣고 잊어버리고 무지한 1만 명의 사람은 도서관을 불태운다. 책은 죽을때 소리를 낸다.(P.212) 나는 얼마나 많은 책들을 소홀히 대하고, 무관심하게 방치해 두었는지, 또한 얼마나 쉽게 폐휴지로 버렸는지, 내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드는 글귀었다. 이 책 한권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이 소모되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성이 베어있는지, 거기까지 내 스스로는 차마 생각못했던것 같다. 이제라도 묵혀둔 , 그리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힘겨워하는 나의 책들을 다시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여러분들은 어떨지 이 글을 읽고 독자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결국, 책 사냥꾼 반디에게는 어떤 결말과 결과가 주어지는지 책의 마지막을 읽으면 모두 알수 있을것이다. 한편으로는 허무감도 들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 책의 이야기는 단지 판타지, 책을 사냥하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만이 아닌 , 구하기 힘든 책, 어쩌면 내가 쉽게 읽고 지금은 판매되지 않는 절판된 책들을 찾아 헤메는 현재의 많은 독자들이 '책 사냥꾼'이 아닐까 생각한다. 왠지 어렵게 읽히고 힘들듯하여 오랜시간 붙잡고 있던 책이였지만. 생각보다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깨달음을 준 한 권의 소설이였다. 작가가 얼마나 많은 책들을 접하고 이 한권의 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대로 읽는 독자인 '나'로 하여금 내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기분이였다. 4년동안 이 책을 위해 노력했다던데 정말 대단한 인내심과 노력과 정성이 아닐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