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인도로 철퍼덕! - 민사고 오자매 일단 저지르고 본 레알 배낭여행
민사고 오자매 지음 / 두리미디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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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이라기보다는 왠지 아동 도서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표지가 참 인상적이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지만, 왠지 제목에 끌려 선택했던 책이기도 하다. 스무살, 이제는 어렴풋한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져 버린 나의 스무살! 이 책을 읽다보면 나의 20살도 몽글몽글 빛바랜 낡은 사진처럼 떠오를까? 괜시리 그녀들의 대단한 도전(?)이 살풋 궁금해지기도 한다. 사실 나 또한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로망이 있으니까. 내가 인도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건 아마 류시화님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라는 책을 나도 스무살 초반쯤에 우연히 서점에서 눈에 띄어 구입해 읽으면서부터 그 이후로 오랫동안 어렴풋이 나의 마음속에 '한번쯤 떠나고 싶어지는 그곳'이 되어버린듯 하다. 대리만족 이라할까? 내가 떠나지 못함에, 내가 가보지 못함에 늘 에세이로써 욕구충족을 하는듯 하지만. 어린 5명의 소녀들의 여행기는 어떨지 설레임 한가득이다.

  

민사고 오자매! 고등학교의 절친한 5명의 소녀들 그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후 한달의 배낭여행을 준비한다 바로 그곳 '인도'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한 달 동안 떠난 인도 배낭여행. 처음 인도 여행 얘기를 꺼냈을 때 친구들과 선생님들 대부분이 "미쳤니? 인도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데! 아직 어린애 티가 줄줄 나는 여자애들끼리 어떻게 간다는 거야? 말도 안돼!" 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의 만류를 무시하고 키만 한 배낭을 하나씩 짊어진채 2010년 2월 28일에 델리행 비행기에 올랐다(8쪽)'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나이에 이런 결정을 하는 건 참 무모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였다면, 주위의 만류에 얇은 귀를 팔랑거리며 "그런가... 너무 위험한가... 음 다시 생각해볼까...? "하며 어쩌면 여행을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녀들! 참 겁없는 당찬 소녀들이구나!

 

가만히 읽어나가다 보니 '델리' 라는 지명이 참 눈에 익었다. 얼마전 보았던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임수정이 여행중 만난 한 한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졌던 그곳 이여서 그런가 아니면, 종종 볼수있는 인도 음식점 이름과 비슷해서 인가?(웃음) '처음 가본 뉴델리역은 정말 무서웠다. 역 안에 들어서자마자 파리 수백마리가 얼굴에 날아 들었고,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쓰레기 천지에 어디에선가 지린내가 진동하고, 릭샤왈라들이 외국인 여행객들을 붙잡으려고 달려들었다(11쪽)' 류시화님의 책에서는 참 감성적이고 묘한 느낌의 인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자매의 여행기를 읽다보니 그녀들의 리얼한 여행 이야기에 나의 상상은 조각조각 산산 조각이 나 버리는듯하다. 더럽고, 바가지 씌우기 천국에, 촉박한 기차시간에도 "No problem!"을 외치는 인도인들을 보며 참 , 느긋하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낯선 곳에서 맞지않는 음식에 설사에 구토에, 열병에 이 소녀들의 여행은 오로지 고달프고 힘들고 지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낯선 타지에서 그것도 문명이 제대로 발전되지 않은 인도에서 , 몸의 고달픔은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는듯, 몇번씩이나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다는 오자매의 글에 '얼마나 고생스럽고 힘들면...'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왠지 에세이집이라기보는 기행문에 가까운 느낌이 들기도 하고,  여행에세이의 포인트라 할수있는 사진들이 너무 작거나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늘 말하지만 '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의 사진'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의 사진들은 작고, 조잡스럽고, 장난스러운 느낌 이라고 해야할까? 책을 읽으면서도 글귀에 맞는 사진들이 좀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참 많이 남기도 한다. 아직 어린 소녀들이 쓴 이야기들이니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완벽할수 없음은 이해 해야겠지, 사람 냄새나는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은 참! 리얼한 인도 여행기를 보여준다. 그 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진다. 늘 인도에 대한 갈망과 무한한 환상을 가지고 있던 나의 상상들을 무참히 깨트려 주었으니까!

 

이 겁없는 소녀들의 두려움 없는 도전이 부럽기도 하고, 온갖 스트레스와 조잡한 고민들로 흘려보낸 나의 스무살이 후회스럽기도 했으며, 나이를 훌쩍 먹어버린 지금도 나의 앞길이 두려워 앞선 걱정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또한 넓은 시야를 가지지 못함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냥 가볍게 읽어야지 하며 집어들었던 책이였는데, 의외로 오래전 나의 스무살의 모습을 오버랩할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다. 깊이 있는, 감성적인, 또는 무언가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면 스치듯 가볍게 읽고 싶은 책이 필요할때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귀여운 소녀들의 엉뚱 발랄한 인도 여행기를 보고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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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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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3주일 동안 꼴랑 이 한권의 책을 들고 참 오래도 버틴듯하다. 조금 바쁜듯 안바쁜듯 밖으로만 나다닌 탓에 책을 등한시 한 것도 없지않아 있지만, 그렇다고 책을 읽는시간동안에 몰입하기에도 참 힘겹고 어려웠던 것 또한 한 이유이다. 책의 재미를 떠나 요즘 내 정신세계가 자꾸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다보니 잡스럽고 복잡스러운 마음탓에 책을 눈으로 읽으면서도 활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몇번의 똑같은 문구를 계속 반복해 읽어나가기도 했으니까! 우선 이제서야 이 책을 끝낼수 있음에 홀가분한 마음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긴 시간을 잡아먹은탓에 이야기의 흐름이 뚝뚝 끊겨 긴장감이나 몰입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 긴 호흡을 유지한채 책 한권을 읽는다는건 어쩌면 책의 스토리를 한 편의 영화처럼 객관적으로 볼수있는 관점을 가질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긴 호흡이 아닌 토막토막 짧막짧막 나뉘어진 내 기억속에서 인물들의 모습이나 스토리를 연결해 나가자니 버겁기만 했다.

 

작년 초쯤일까? 우연히 책카페에서 입소문으로 잘 알려진 <밀레니엄> 시리즈, 구판으로 모두 이미 소장하고 있음에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해왔었는데, 이번에 웅진에서 새로이 재판을 하게되어, 그리고 새로 출간되 새로운 표지의 밀레니엄을 만나니 왠지 빨리 읽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사실 이번 기회에 3부작을 모두 읽으려했지만, 나의 계획과는 달리 결국 3주라는 기나긴 시간동안 꼴랑 1부의 1권을 겨우 마쳤으니, 말은 다한듯 .. 1부 2권을 모두 읽고 리뷰를 쓰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함에 우선 1권만 읽고 내 마음대로의 서평을 끄적여 볼까 한다.  한창 요즘 라디오에서도 , 미디어 매체 등등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밀레니엄 광고를 들으면서 읽기 전에는 왠지 공포물+추리+스릴러를 조합한 꽤 긴장감을 주는 소설이 아닐까 어렴풋 짐작했지만, 1권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 생각과는 다르게 약간의 건조함과, 더디게 진행되는 이야기들이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다른 독자들이 말했든 초반 100페이지까지는 정말 인내심이 필요한듯하다. 그러면서 100페이지 이후! 그렇다고 그 이후에도 책 읽는 속도가 나는것도 아니었다. 무언가 사건에 대한 어떠한 긴장감도 없이 loose하게 진행됨에 더딤에 더딤을 이어갔던 이유도 있었던듯..

 

이야기는 스웨덴의 살아있는 전설 방예르 그룹의 전 총수, 여든이 넘은 헨리크 방예르가  잡지사<밀레니엄>의 기자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에게 40년전 실종된 자신의 손녀의 사건을 조사하고 밝혀달라는 의뢰를 해온다. 그대신 무너져 가는 <밀레니엄>의 공동 사주가 되어주고 미카엘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해 궁지로 몰아 넣었던 사업가 한스에리크 베네르스트륌에게 복수할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한다 "나는 두 가지 일을 위해 자넬 고용하고 싶다고 말했었네. 난 자네가 방예르 가문의 연대기를 써주길 바라네. 간단히 말하자면 내 자서전이지. 그건 교회에서 낭독될수 있는 종류의 책은 아니겠지. 가족 간의 증오와 분쟁과 측량할수 없는 탐욕의 역사가 될 테니까 말이야. 이를 위해 내 일기와 내 모든 자료를 주겠네. 그러면 자네는 나의 가장 내밀한 생각에 접근할 수 있고, 거기서 발견하게 될 그 모든 똥 덩이 같은 것들을 아무 제한 없이 출판할수 있네. 이 책이 나오면 세익스피어조차도 너무 시시한 건전 도서가 되어버리겠지 (127쪽)" 자서전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방예르가 사람들에게는 비밀리에 손녀의 실종(살인)사건을 미카엘에게 부탁한 헨리크, 여든이 넘은 나이라고는 하기에 참 현명하고 치밀한 두뇌를 가진 인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또다른 인물들,보안업체의 요원인 빼빼 마르고 피어싱을 하고 용문신을 한 왠지 차갑게만 느껴지는 해커 여전사 24세의 '리스베트 살란데르' 밀레니엄의 편집장 에리카 베르예르 등 그들이 얽히고 얽히는 듯한 관계들,과연 블롬크비스트와 살란데르는 어떻게 연관이 될지, 몹시 궁금해진다

 

이제 내가 왜 자네를 고용하려 하는지, 그 진정한 이유를 밝힐 때가 되었구먼. 내가 원하는 건 이걸세. 우리 가족 중 누가 하리에트 방예르를 죽였는지, 그리고 누가 이후 40년 가까이 나를 미치게 만들려고 집요하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자네가 밝혀주게!(135쪽) 헨리크가 이렇게 말하는데는 아마 손녀 하리에트가 실종된 뒤에도 매년 그의 생일때마다 압화가 도착한다는것. 그것은 하리에트가 실종되기전 그녀가 늘 그에게 생일 선물로 보내오던 것이였기 때문이다. 누군지도 모르고 단서도 없고, 지문도 없는 압화사건! 헨리크 본인으로서는 미칠듯한 답답함이였을 것!

 

밀레니엄 1부의 1권은 책속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와 그리고 방예르가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것 같다. 익숙치 않은 인명들과 캐릭터들에 적응하느라 꽤 더디게 읽히기도 했고, 이름이 성이 불리기도 이름이 불리기도 하는 통에 헛갈려 앞 페이지를 뒤적이기도 했고, 그들의 직업을 잠시 혼동하기도 하면서 1권은 그렇게 적응하기 위해 시간을 꽤 할애해 버린듯 하다. 정작 빠르게 읽히기 시작한건 2/3부분이 지나서 였던것 같다. 미카엘과 살란데르의 이야기가 번갈아 되며 진행되면서 슬슬 흥미로워 지기 시작했다. 왠지 꽤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는 살란데르! 이 책의 큰 사건은 40년전 실종된 손녀를 찾는 것 같지만 그 배경에는 꽤 많은 비밀들이 숨겨져 있는것 같다. 과연 하리에트 방예르를 죽인(헨리크는 누군가 살인을 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일까? 과연 그 사건이 마침표를 찍을수 있을지 2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단순히 추리소설로서만이 아닌 부폐한 정치, 경영, 그리고 도덕적 타락, 사회의식 등 많은 부분 공감할수 있어 또다른 재미와 깨우침을 주기도 한다. 1권의 읽는동안 약간의 지루함을 2권에서는 말끔히 해소 시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독자들에게도 좋은 호평을, 그리고 찬사를 받은 책이였으니, 나 또한 그 기대와 설레임을 꼭 맛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2권을 완독하고 나면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평점이 조금은 더 후해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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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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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막힌 제목의 소설책이다. 살짝 읽기전에 책소개를 들춰보니 차 트렁크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어떻게 이런 기막힌 아이템으로 소설을 쓸 생각을 했을까? 또한 표지만큼 제목만큼 아기자기한 이야기 일까 .. 앞선 설레임에 얇은 소설 한권을 집어들었다. 중앙 장편 문학상 수상을 했다니 그만큼 다른 작가들에게도 좋은 느낌을 주었던 거겠지, 내게는 이 책이 어떻게 다가올지 내심 기대를 해보게 된다.

 

유모차 판매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이온두' 그녀는 늘 밤만 되면 수면 보따리를 들고 자신이 살고있는 근처 공터에 주차되어있는 자신의 차로 향한다. 왜 멀쩡한 집을 두고 비좁은 차 트렁크에서 잠을 자는지 알수는 없다. 그러던 어느날 또 다른 트렁커.이름이 '이름'인 남자가 그곳으로 오면서 그들의 트렁커 생활은 시작되는듯하다. 서로 초면인듯 한 두 사람, 늘 사람들에게 차갑고 쌀쌀맞은 온두, 그리고 조용한 느낌의 이름. 그들은 매일저녁 그곳에서 만나며 서로를 서로 얼굴을 익히며 조금씩 익숙해진다. 름이 만든 게임 '치킨차차차'라는 게임을 통헤 서로의 비밀을 하나씩 얘기하게 되면서 생각못한 두 사람의 아픈 기억들을 알아가게 된다. '이름'은 가족에게서 학대를 받고 고통을 받고 차마 상상하기 조차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큰 상처를 지닌 남자였다. 그가 자신의 아픈 상처를 기억에서 꺼내 이야기 한다는게 얼마나 큰 고통이였을까? 그는 가족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자신만의 안전한 공간을 찾았던 것이 어쩌면 '트렁크'였을것이다.  그리고 온두 역시 어릴적 가족동반자살 에서 겨우 혼자만 생존한 유일한 아이였다. 11살 이전의 기억을 잃어버렸다는건 아마 그 충격과, 고아가 된 자신이 장애아동 시설인 '들피집'에서의 끔찍한 비현실적인 생활을 잊고 싶었을지도... 그녀는 늘 잠자리에서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그녀 또한 '트렁크'를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로 삼았을 것이다.

 

"너한테는 세 개의 자아가 있는 것 같아! 하나는 현재의 너야. 냉소적이지만 나름대로 쾌활한 자아. (중략) 비틀린 기억을 가지고 있는게 두번째 자아야. 세번째 자아는 현재의 너와 두 번째 자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해. 그런데 그 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냥 거짓말만 할 뿐이지. 아무 노력도 안 하는 무책임한 자아야(159쪽)" 온두에게 필요한건 정말 마지막 세 번째 자아가 아닐까 생각이된다. 쾌할한척 하는 어쩌면 가식적인 모습과 그 내면에 숨겨둔 상처투성이인 자아. 그 두가지를 연결해주어 치료해주어야 하는 세 번째 자아가 그녀의 유일한 탈출구 일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트렁커 가 있다면 나도 마찬가지로 그들을 이상한 화성인처럼 취급하며 외계인 취급을 할지도 모른다. 온두가 서른살이 넘도록 연애를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도, 온두가 트렁커 생활을 한다는 얘기를 들은 남자들이 모두 그녀를 나와 같은 생각, 시선, 편견, 으로 바라봐서가 아닐까?왜 그런지 그녀의 이야기를 묻지도 않은채. 그냥 겉으로만 보이는 편견으로 인해 더욱 온두는 외로웠을지도.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파편화된 기억들은 늘 어처구니 없었다. 나는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겪었던 일은 악몽이다. 나는 그것과 결코 마주칠 용기가 없다. 차라리 거짓말이란 풍선을 달고 경쾌하게 도망칠 것이다. 차라리 이대로가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참담하고 음울한 기억은 머릿속에서 증발 되기를! (228쪽)"

 

온두의 상처도 안타깝고 가슴 아팠지만, 름의 아버지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읽으면서 괜시리 코끝이 찡해지는듯 하다. 얼마나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리고 10여년만에 다시 마주한 아버지를 보며 름이 느낀 감정은 어땠을까? 책을 읽으면 이런 복잡미묘한 감정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무엇이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그 말로 표현할수 없는 그 무엇(?)이 내게도 전해져서 였을지도... 트렁커에서 잠을 잔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책을 읽다 말고 문득 그 느낌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상상을 해본다. 왠지 꽉 막힌 좁은 그 트렁크 안에서 잠을 잔다는건 오히려 공포심과 폐소 공포증이 생기지 않을까 ? 하지만 함께 자신과 같은 트렁커가 있다면 한편으로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름과 온두가 게임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이야기하며 치유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에선 다행이다.. 라는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 졌다. 우리도 어쩌면 자신만의 안식처를 하나씩 갖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저가의 작가의 말 부분에서 말했듯 "세상에는 어쩌면 상처주고, 상처받고, 상처를 극복하는 일의 연속일지도 모른다."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나에게 '트렁크'란 어떤 것이였을까? 나만의 안식처는 무엇이였을까? 내게도 힘겨울때마다 도피와 은폐를 할수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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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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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의 어울리지 않는 이 느낌은 무엇인가? 박범신님의 책이 출간되었다. 그전 '은교'에 대한 입소문에 그리고 나 또한 지인의 선물로 이미 소장중이긴 하지만 아직 채 책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고스란히 책꽂이에 꽂혀있다. 책소개의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에 선뜻 호감이 가지도, 그리고 머리아픈 경제 이야기인가 싶어 별 관심없이 흘려보내려던 찰나 우연히 나의 손에 덥썩 잡힌 '비즈니스' 생각보다 두께감이 얇아 놀랬지만, 두꺼움으로 부담주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가볍게 읽어보기로 시작했다. 정말 언발런스한 이 조화는 무엇인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는 ㅁ 시. 말그대로 구시가지는 힘없도 돈없고 거의 삶에 쪼들려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한편 신시가지는 부유한 한마디로 돈많은 부유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고있다. 10년의 사법고시준비를 포기한 남편과 함께 구시가지로 내려와 아들 정우와 함께 살고있는 그녀는 아들을 위해, 일명 비즈니스를 한다. 한달에 채 100만원 안팍의 월급을 받는 남편의 돈으로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녀가 말하는 비즈니스란 무엇일까? 그리고 아들에게 더 좋은 학원, 더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해 어쩌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발버둥이였을까?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오욕이 가득한 화류항(花柳港)으로 나가는 어미들이 있는 유래없는 나라가 내 조국이고, 그 어미의 가죽 채찍질을 사랑으로 받아 들이며, 세습되는 '귀족'들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오직 약육강식의 정글 속을 헤쳐나가는 전사로 길러지는 아이들의 나라가 내 조국이었다.(137쪽)" 그녀는 한 가정의 부모이자 엄마로써 결국 옳지 못한 경계선을 넘는듯하다. 그리고 '타잔'이라 불리는 한 남자. 그 또한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의 물건이 아닌 신시가지 사람들의 물건들만 전문적으로 터는 도둑이였다. 그 또한 그만의 아픈 기억과 슬픔을 간직한 한 아이의 아버지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소설속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 더 많은 배고픔, 굶주림에 목마른 사람들 뿐이였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 남는건 오로지 '돈'밖에 없는 것일까?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씁쓸함과 답답함이 밀려들어온다. 여전히 현실 지금의 사회에서도 분명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는 구분되어있다. 강남과 강북이 그렇듯! 나는 어느쪽에 속해있는걸까? 분명 구시가지도 신시가지도 아닌 애매모호한 중간쯤? 어쩌면 내 삶은 오히려 구시가지쪽에 속해있는게 아닐까? 늘 부족함에 또 목마름에 눈에 불을 켜고 지금의 현실에 내 삶에 하루하루 연연해야 하고 있으니까.  "남자의 인생은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맺어지느냐에 따라서 그 향방이 바뀌었고, 여자의 인생은 어떤 남자를 만냐느냐하는 데 따라 그 성패가 결판나는 세상이었다 (53쪽)" 나는 어떨까? 사랑 없이 , 조건만 보며 사람을 판단하는 요즘 세상에 티비 프로 또한 조건을 내세운 남자를 두고 여러 여자들이 배팅을 하듯이 그 사람의 온 몸을 투시경으로 보듯이, 물건을 사고 팔듯이 이제는 맹목적인 조건에 따라 한 사람이 물건값처럼 여겨지는 현실의 지금을 보면서, 혀를 내두르기도, 그 티비속에 출현하는 출연진들 또한 모두가 기계덩어리같은 로봇들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 또한 나도 모르게 한 사람을 만나면 나 또한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나 또한 돈많은 부유층의 사람들을 보면 침 흘리며 넋놓고 티비속으로 빠져들듯 동경하듯 바라보는 속물이였으니까.

 

책속의 인물들 모두 다른 이야기로, 부유층이든 빈민층이든 각기 다른 삶을 그리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타래처럼 모두 연을 맺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야 책 표지와 책 제목의 의미를 책을 덮흔후 알수있는듯 하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건지, 구시가지 사람들이 말하는 그들만의 각자의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어쩌면 이 또한 그들이 살아갈수 있는 돌파구 가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에, 모든 것들이 돈으로만 결정되고 판단되는 지금의 내 모습, 그리고 책 속의 인물들,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나 또한 텅빈 통장의 잔고에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어릴적 아무것도 모르던 , 자본주의에 찌들지 않았던 그때가 가끔 그립고 또 그리운건 아마 지금의 현실에 지쳐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서야 모든 부담감과 불안감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듯 내 가슴을 짓누르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쯤 이런 답답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벗어날수있을까?괜시리 책을 읽고나니 마음속 무거움이 더욱 배가 되어 짓누르는듯하다. 나보다 더 힘들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면서도 늘 밝은 미소의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내 스스로를 채찍질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 욕구라는건 아무래도 사라지기 힘들듯 하다. 괜한 씁쓸한 미소만베어 나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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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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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알수있듯 이 소설을 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판타지물이라고 해서 어쩌면 나는 잠시 '해리포터'같은 소설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왠지 우리나라가 배경이 아닌 외국의 멋진 곳을 베이스로 깔고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결국 내가 생각했던 상상속 이야기와는 달랐지만. 책 소개로만으로만 본다면 조금은 어려울수도 조금은 난해하지 않을까 하는걱정도 들었다. 내게는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주제를 다뤘으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의 시작이 참 독특하다 싶었다. 자신의 소개, 주변 이야기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어쩌면 본론에 들어가기 전 독자들이 조금은 이해하기 쉬울수 있도록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듯하다. 책사냥꾼. 어쩌면 낯선 이 단어, 어쩌면 조금은 흥미로운 느낌의 단어이기도 직업이기도 하다. 주인공 반디는 책사냥꾼을 그만두고 헌책방을 운영하던중 미도당의 총수 윤선생에게 '베니의 모험'이라는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되고 이 책을 찾던중 전설로 내려오는 단 한권의 책 '세계의 책'과 연결됨을 비밀을 풀게된다. 하지만 그런 책 사냥꾼으로써의 윤선생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친구들과의 배신과 같은  일들과 많은 고통과 회의감에 빠지기도 한다. 과연  또다른 비밀의 책들을 찾아가면서 그들의 끝은, 그 결과는 어찌될지 궁금해진다.

이 책 속에는 꽤 많은 알수없는 책이야기들이 나온다. 책 속의 책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 나도 알수가 없었다. 상세하게 설명되는 책 줄거리라든지, 출판년도, 저자등등 이게 실제 존재하는 책들일까 하는 궁금함이 떠나질 않았다. 나름대로 책을 꽤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난 어렵고, 난해한 , 그리고 꼭 한번쯤 필독해야하는 필독도서들을 회피해온 까닭일수도 있겠지. 사실 책 사냥꾼의 반디에게만 몰입해서 읽어내려갔지만 꽤 많은 내가 몰랐던 출판계의 현실과 그리고 서점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의 현실에서도 느낄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려주며 문제를 지적하는듯 하다. "물론 동네 서점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터넷 서점도 한 몫하겠지. (중략). 책을 읽는 사람이 없다는게 가장 큰 이유 아니겠어? (P.163) 어렸을때는 대형서점보다 동네 작은 책방들이 많았었다. 그곳에서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책방에서 책을 고르는 재미 또한 쏠쏠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 어느곳이든 쉽게 동네 작은 책방을 찾아보기가 힘든듯 하다. 그리고 그 많던 책 대여점 또한 서서히 사라지는듯 하다. 바쁜 현실에 그리고 편리해진 인터넷 서점등으로 나 또한 관심이 없던,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지냈던 작은 기억이 떠오른것 지금의 이 부분의 글귀를 읽었기 때문인듯 하다.

책을 좋아하면서도 책을 다 읽고 난후에 100% 만족감을 느낀 책은 몇권이나  될까? "내가 찾는 그런 책은 이제 세상에 없어(P.206)" 이라는 글처럼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오감을 완전히 포만감으로 채워준 책은 없었던것 같아.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책 한권을 읽고 오래오래 기억되며 나의 관념과 시각과 시점을 모두 바꿔준 그런책이 있었던가? 내가 평생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을지 모르겠지만, 살아가는 동안 읽는 책중에 딱 한권이라도 그런 책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책에게도 삶이 있다. 작가가 아버지라면 장정가는 어머니다. 인쇄소는 자궁이다. 누군가 표지를 여는 순간 책은 책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어떤 책은 끝까지 다 읽히지 못하고 자신의 비밀을 간직한채 서가에 잠들어 있다. 어떤 책은 책장마다 무수한 삶의 흔적을 지닌다. 어떤 책은 복되게도 여러 주인을 섬긴다. 물과 불과 칼과 햇빛과 습기와 벌레와 짐승이 책을 병들게 하거나 해친다. 책의 가장 큰 적은 사람이다. 무지한 한 사람은 한 권의 책에 상처를 내고 무지한 100명의 사람은 다락방에 책을 넣고 잊어버리고 무지한 1만 명의 사람은 도서관을 불태운다. 책은 죽을때 소리를 낸다.(P.212) 나는 얼마나 많은 책들을 소홀히 대하고, 무관심하게 방치해 두었는지, 또한 얼마나 쉽게 폐휴지로 버렸는지, 내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드는 글귀었다. 이 책 한권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이 소모되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성이 베어있는지, 거기까지 내 스스로는 차마 생각못했던것 같다. 이제라도 묵혀둔 , 그리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힘겨워하는 나의 책들을 다시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여러분들은 어떨지 이 글을 읽고 독자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결국, 책 사냥꾼 반디에게는 어떤 결말과 결과가 주어지는지 책의 마지막을 읽으면 모두 알수 있을것이다. 한편으로는 허무감도 들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 책의 이야기는 단지 판타지, 책을 사냥하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만이 아닌 , 구하기 힘든 책, 어쩌면 내가 쉽게 읽고 지금은 판매되지 않는 절판된 책들을 찾아 헤메는 현재의 많은 독자들이 '책 사냥꾼'이 아닐까 생각한다. 왠지 어렵게 읽히고 힘들듯하여 오랜시간 붙잡고 있던 책이였지만. 생각보다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깨달음을 준 한 권의 소설이였다. 작가가 얼마나 많은 책들을 접하고 이 한권의 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대로 읽는 독자인 '나'로 하여금 내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기분이였다. 4년동안 이 책을 위해 노력했다던데 정말 대단한 인내심과 노력과 정성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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