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인도로 철퍼덕! - 민사고 오자매 일단 저지르고 본 레알 배낭여행
민사고 오자매 지음 / 두리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에세이집이라기보다는 왠지 아동 도서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표지가 참 인상적이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지만, 왠지 제목에 끌려 선택했던 책이기도 하다. 스무살, 이제는 어렴풋한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져 버린 나의 스무살! 이 책을 읽다보면 나의 20살도 몽글몽글 빛바랜 낡은 사진처럼 떠오를까? 괜시리 그녀들의 대단한 도전(?)이 살풋 궁금해지기도 한다. 사실 나 또한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로망이 있으니까. 내가 인도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건 아마 류시화님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라는 책을 나도 스무살 초반쯤에 우연히 서점에서 눈에 띄어 구입해 읽으면서부터 그 이후로 오랫동안 어렴풋이 나의 마음속에 '한번쯤 떠나고 싶어지는 그곳'이 되어버린듯 하다. 대리만족 이라할까? 내가 떠나지 못함에, 내가 가보지 못함에 늘 에세이로써 욕구충족을 하는듯 하지만. 어린 5명의 소녀들의 여행기는 어떨지 설레임 한가득이다.

  

민사고 오자매! 고등학교의 절친한 5명의 소녀들 그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후 한달의 배낭여행을 준비한다 바로 그곳 '인도'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한 달 동안 떠난 인도 배낭여행. 처음 인도 여행 얘기를 꺼냈을 때 친구들과 선생님들 대부분이 "미쳤니? 인도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데! 아직 어린애 티가 줄줄 나는 여자애들끼리 어떻게 간다는 거야? 말도 안돼!" 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의 만류를 무시하고 키만 한 배낭을 하나씩 짊어진채 2010년 2월 28일에 델리행 비행기에 올랐다(8쪽)'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나이에 이런 결정을 하는 건 참 무모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였다면, 주위의 만류에 얇은 귀를 팔랑거리며 "그런가... 너무 위험한가... 음 다시 생각해볼까...? "하며 어쩌면 여행을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녀들! 참 겁없는 당찬 소녀들이구나!

 

가만히 읽어나가다 보니 '델리' 라는 지명이 참 눈에 익었다. 얼마전 보았던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임수정이 여행중 만난 한 한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졌던 그곳 이여서 그런가 아니면, 종종 볼수있는 인도 음식점 이름과 비슷해서 인가?(웃음) '처음 가본 뉴델리역은 정말 무서웠다. 역 안에 들어서자마자 파리 수백마리가 얼굴에 날아 들었고,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쓰레기 천지에 어디에선가 지린내가 진동하고, 릭샤왈라들이 외국인 여행객들을 붙잡으려고 달려들었다(11쪽)' 류시화님의 책에서는 참 감성적이고 묘한 느낌의 인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자매의 여행기를 읽다보니 그녀들의 리얼한 여행 이야기에 나의 상상은 조각조각 산산 조각이 나 버리는듯하다. 더럽고, 바가지 씌우기 천국에, 촉박한 기차시간에도 "No problem!"을 외치는 인도인들을 보며 참 , 느긋하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낯선 곳에서 맞지않는 음식에 설사에 구토에, 열병에 이 소녀들의 여행은 오로지 고달프고 힘들고 지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낯선 타지에서 그것도 문명이 제대로 발전되지 않은 인도에서 , 몸의 고달픔은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는듯, 몇번씩이나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다는 오자매의 글에 '얼마나 고생스럽고 힘들면...'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왠지 에세이집이라기보는 기행문에 가까운 느낌이 들기도 하고,  여행에세이의 포인트라 할수있는 사진들이 너무 작거나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늘 말하지만 '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의 사진'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의 사진들은 작고, 조잡스럽고, 장난스러운 느낌 이라고 해야할까? 책을 읽으면서도 글귀에 맞는 사진들이 좀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참 많이 남기도 한다. 아직 어린 소녀들이 쓴 이야기들이니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완벽할수 없음은 이해 해야겠지, 사람 냄새나는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은 참! 리얼한 인도 여행기를 보여준다. 그 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진다. 늘 인도에 대한 갈망과 무한한 환상을 가지고 있던 나의 상상들을 무참히 깨트려 주었으니까!

 

이 겁없는 소녀들의 두려움 없는 도전이 부럽기도 하고, 온갖 스트레스와 조잡한 고민들로 흘려보낸 나의 스무살이 후회스럽기도 했으며, 나이를 훌쩍 먹어버린 지금도 나의 앞길이 두려워 앞선 걱정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또한 넓은 시야를 가지지 못함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냥 가볍게 읽어야지 하며 집어들었던 책이였는데, 의외로 오래전 나의 스무살의 모습을 오버랩할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다. 깊이 있는, 감성적인, 또는 무언가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면 스치듯 가볍게 읽고 싶은 책이 필요할때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귀여운 소녀들의 엉뚱 발랄한 인도 여행기를 보고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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