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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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에서도 알수있듯 이 소설을 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판타지물이라고 해서 어쩌면 나는 잠시 '해리포터'같은 소설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왠지 우리나라가 배경이 아닌 외국의 멋진 곳을 베이스로 깔고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결국 내가 생각했던 상상속 이야기와는 달랐지만. 책 소개로만으로만 본다면 조금은 어려울수도 조금은 난해하지 않을까 하는걱정도 들었다. 내게는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주제를 다뤘으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의 시작이 참 독특하다 싶었다. 자신의 소개, 주변 이야기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어쩌면 본론에 들어가기 전 독자들이 조금은 이해하기 쉬울수 있도록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듯하다. 책사냥꾼. 어쩌면 낯선 이 단어, 어쩌면 조금은 흥미로운 느낌의 단어이기도 직업이기도 하다. 주인공 반디는 책사냥꾼을 그만두고 헌책방을 운영하던중 미도당의 총수 윤선생에게 '베니의 모험'이라는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되고 이 책을 찾던중 전설로 내려오는 단 한권의 책 '세계의 책'과 연결됨을 비밀을 풀게된다. 하지만 그런 책 사냥꾼으로써의 윤선생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친구들과의 배신과 같은  일들과 많은 고통과 회의감에 빠지기도 한다. 과연  또다른 비밀의 책들을 찾아가면서 그들의 끝은, 그 결과는 어찌될지 궁금해진다.

이 책 속에는 꽤 많은 알수없는 책이야기들이 나온다. 책 속의 책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 나도 알수가 없었다. 상세하게 설명되는 책 줄거리라든지, 출판년도, 저자등등 이게 실제 존재하는 책들일까 하는 궁금함이 떠나질 않았다. 나름대로 책을 꽤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난 어렵고, 난해한 , 그리고 꼭 한번쯤 필독해야하는 필독도서들을 회피해온 까닭일수도 있겠지. 사실 책 사냥꾼의 반디에게만 몰입해서 읽어내려갔지만 꽤 많은 내가 몰랐던 출판계의 현실과 그리고 서점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의 현실에서도 느낄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려주며 문제를 지적하는듯 하다. "물론 동네 서점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터넷 서점도 한 몫하겠지. (중략). 책을 읽는 사람이 없다는게 가장 큰 이유 아니겠어? (P.163) 어렸을때는 대형서점보다 동네 작은 책방들이 많았었다. 그곳에서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책방에서 책을 고르는 재미 또한 쏠쏠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 어느곳이든 쉽게 동네 작은 책방을 찾아보기가 힘든듯 하다. 그리고 그 많던 책 대여점 또한 서서히 사라지는듯 하다. 바쁜 현실에 그리고 편리해진 인터넷 서점등으로 나 또한 관심이 없던,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지냈던 작은 기억이 떠오른것 지금의 이 부분의 글귀를 읽었기 때문인듯 하다.

책을 좋아하면서도 책을 다 읽고 난후에 100% 만족감을 느낀 책은 몇권이나  될까? "내가 찾는 그런 책은 이제 세상에 없어(P.206)" 이라는 글처럼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오감을 완전히 포만감으로 채워준 책은 없었던것 같아.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책 한권을 읽고 오래오래 기억되며 나의 관념과 시각과 시점을 모두 바꿔준 그런책이 있었던가? 내가 평생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을지 모르겠지만, 살아가는 동안 읽는 책중에 딱 한권이라도 그런 책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책에게도 삶이 있다. 작가가 아버지라면 장정가는 어머니다. 인쇄소는 자궁이다. 누군가 표지를 여는 순간 책은 책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어떤 책은 끝까지 다 읽히지 못하고 자신의 비밀을 간직한채 서가에 잠들어 있다. 어떤 책은 책장마다 무수한 삶의 흔적을 지닌다. 어떤 책은 복되게도 여러 주인을 섬긴다. 물과 불과 칼과 햇빛과 습기와 벌레와 짐승이 책을 병들게 하거나 해친다. 책의 가장 큰 적은 사람이다. 무지한 한 사람은 한 권의 책에 상처를 내고 무지한 100명의 사람은 다락방에 책을 넣고 잊어버리고 무지한 1만 명의 사람은 도서관을 불태운다. 책은 죽을때 소리를 낸다.(P.212) 나는 얼마나 많은 책들을 소홀히 대하고, 무관심하게 방치해 두었는지, 또한 얼마나 쉽게 폐휴지로 버렸는지, 내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드는 글귀었다. 이 책 한권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이 소모되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성이 베어있는지, 거기까지 내 스스로는 차마 생각못했던것 같다. 이제라도 묵혀둔 , 그리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힘겨워하는 나의 책들을 다시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여러분들은 어떨지 이 글을 읽고 독자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결국, 책 사냥꾼 반디에게는 어떤 결말과 결과가 주어지는지 책의 마지막을 읽으면 모두 알수 있을것이다. 한편으로는 허무감도 들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 책의 이야기는 단지 판타지, 책을 사냥하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만이 아닌 , 구하기 힘든 책, 어쩌면 내가 쉽게 읽고 지금은 판매되지 않는 절판된 책들을 찾아 헤메는 현재의 많은 독자들이 '책 사냥꾼'이 아닐까 생각한다. 왠지 어렵게 읽히고 힘들듯하여 오랜시간 붙잡고 있던 책이였지만. 생각보다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깨달음을 준 한 권의 소설이였다. 작가가 얼마나 많은 책들을 접하고 이 한권의 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대로 읽는 독자인 '나'로 하여금 내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기분이였다. 4년동안 이 책을 위해 노력했다던데 정말 대단한 인내심과 노력과 정성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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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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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참 마음에 드는 에세이 집을 한권 품었다. 아날로그적인 표지에 어울리는 듯한 타자기로 친듯한 느낌의 글씨체, 개인적으로 최갑수님의 사진은 일상의 체취가 느껴지는듯해 따스함까지 느껴지는듯하다. 왠지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요 근래 연이어 3권의 에세이집을 접하다보니 약간의 질리는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최갑수님의 에세이집은 왠지 다른 책보다 빨리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내겐 설레임을 안겨줄만한 책이였으니까!

 

누구나 통과하는 시간, 서른과 마흔 사이. 라는 책 뒷표지에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글귀가 왜이렇게 내 마음에 와닿는지는, 아마 내가 지금 딱 그 시간의 중간쯤에 오두커니 서있기 때문이 아닐까? 맞다 스물과 서른 사이, 서른과 마흔사이.. 그렇다, 모두가 피해갈수 없는 그 시간. 내가 느끼지 못했던 스무살과 서른사이에서의 감성과 생각을 나는 지금 서른과 마흔사이에서 느끼고 깨달아 가고있다. 너무 빡빡하게 살아온 내 인생이 , 무심히 흘려보낸듯한 나의 20대가 ..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허탈함이 내 마음속에서 베어나오는듯하다. 삶에 대한 회의가 느껴짐에도 무언가 딱히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막막함이 밀려들어온다.

 

작가의 발길을 따라 ,<일상, 사랑, 타인, 여행, 내 인생>의 흐름으로 나 또한 사진과 활자들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잊고 지냈던 나의 추억이 새록새록 사진속에 그리고 나의 주위 사람들에게서, 나의 빛바랜 사랑속에서. 여행속에서, 내 인생길에서 다시한번 돌아보게 해주었다. 비록 내 삶과는 다른 작가의 삶을 살며시 엿보는것 뿐이지만, 작가가 느낀 추억속에 그리고 인생속에 나의 이야기도 나의 생각도 필름처럼 떠오르기 시작한다. '다짐 _ 아침에 눈을 떴을때 스스로에게 다짐하는건 '잘해 보자', '열심히 해보자' 이런게 아니라 조금만 너그러워지자' 라는 건 나 또한 내 마음이 조금은 비좁아지는 듯한 느낌에 늘 부정적이고 짜증스럽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나를 돌아볼때면 늘 마음속으로 다짐하던 그 한마디. "조금만 너그러워지자"라는 말이였다. 하지만 늘 생각하고 다짐하면서도 쉽지 않은게 이런 마음속 다짐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늘 반복하면서도 또 다시 반복되는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내 모습에 실망하는 무한 반복.

 

가을빛으로 물드는 사랑 '가을로'라는 영화를 나는 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그 사람과 함께 보았다. 이제는 오래된 기억이라 영화내용의 띄엄띄엄 기억날뿐, 영화보다는 그 사람에게 내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있어, 영화에는 집중할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설레임과 두근거림으로 함께했던 영화. 그 영화는 나의 생각보다는 조금더 지루한감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잊고있던 그때의 그 시간 함께했던 <가을로>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읽게되니 나도 모르게 그때의 감성과 감정이 다시 떠오르는듯해 살포시 가벼운 미소가 베어나온다. 그때는 영화 촬영장소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책 속의 그 장소, 소쇄원을 보니 , 언제쯤 가을이 찾아오면 나도 한번 발길따라 가벼운 가을여행을 떠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리플레이 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자명한 사실. 시간은 기차처럼 지나가고, 세상은 결국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지만, 우리에겐 끝까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이 진심이고 진실이기 때문이다 (P. 118)

 


서른과 마흔 사이. 할수 있는 일보다 할수 없는 일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쓰기가 쑥스러운 나이.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혼자서 여화관 가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나이.일상을 뒤엎는 전폭적인 모험을 감행하기에도,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도 이른 어정쩡한 나이.음악, 미술, 사진, 문학, 패션, 음식의 취향이 자신을  말해주는 나이.뭔가 자질구레한 것이 많아지는 나이. 그리고 그것들의 가격이 점점 비싸지기 시작하는 나이.서른과 마흔 사이 혼자 남겨지는 건 아직도 두려운 나이 (P. 292/3)

책을 덮고나니, 모든 활자들속 이야기들을 공감할수는 없지만, 아마 나와 다른 직업에 다른 일상에 그런것이겠지만, 각박한 세상에 앞만 보며 걸음을 재촉하던 내 인생을, 내 기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주었던 에세이였던 것 같다. 비록 최갑수님의 글보다 사진의 매력에 폭 빠져 그 사진속에서 묻어나오는 일상에서의 향수가 좋았을지도. 꾸밈없는 일상의 사진들이 너무 좋았던 책. 내 삶을 다시한번 돌아봐주게 해주었던 그런 에세이. 언젠가 다시한번 옛 추억이 그리울때 다시한번 꺼내 읽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추운 날씨, 2010년이 끝나갈 끝무렵 이불을 폭 싸메고 방 한구석에 앉아 따뜻한 차와 함께 읽으면 정말 좋은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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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니 합창단, 희망을 노래하다 - 신미식 포토 에세이
신미식 지음 / 끌레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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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 못했던것 같다. 어렴풋이 그리고 우연히 TV를 통해 가끔 보게되었던 지라니 합창단. 막연히 아프리카 아이들로 이루어진 합창단인가 보다 하고 별로 관심있게 보지 않았던 것 또한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표지의 눈이 맑은 아이들의 천진한 표정을 보니 그 아이들에 대해 궁금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로고초 아이들, 캐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고로고초' 라는 뜻이 케냐 현지어인 스와힐리어로 '쓰레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일자리도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얼마 후 거대한 쓰레기 마을이 만들어 졌다고 한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쓰레기를 뒤지며 생명을 연연해 가고 있었다. 각종 질병, 말라리아 에이즈등으로 인해 부모를 잃고 가족을 잃고, 동생을 먹이기 위해 새벽부터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아이들. 케냐의 대통령 선거시 고로고초 마을을 깨끗한 곳으로 이주시키고 일자리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이 나왔지만 그들은 선거가 끝나자 오히려 마을을 강제 철거하겠다며 주민을을 협박했다고 했다. 갈곳 없고 돈이 없고, 삶의 희망마저 없는 이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간혹한 사형선고같은 통보를 할수 있는걸까? 사진속 오도커니 서 있는 한 남자의 비쩍 마른 모습에 내 마음 한구석이 찡해짐을 느낀다.

 

어떻게 저런 삶속에서 해맑은 미소가 나올수 있는 것일까? 내 스스로에게 자문을 해본다. 내가 만약 고로고초 같은 곳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 나는 저 아이들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수있을까? 악취와 쓰레기 더미, 그리고 온갖 질병들로 가득한 그곳에서 말이다. 또한 지금 이 글을 읽는 그대들에게도 묻고 싶다. 그대들 또한 이 아이들의 모습을 할수 있을지!

 

그런 그곳에 우연히 임태종 목사가 방문하며 쓰레기를 주워먹던 아이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고로고초 아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분이 고심끝에 생각한건 합창단을 만드는것. 삶의 희망이 없는 아이들에게, 희망이란 두 글자를 가슴에 새겨 넣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리키고 희망을 주면서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를 가져다 주었다. 그 아이들은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공연을 한다. 그리고 매년 우리 나라에 찾아와 공연을 한다. 타지에서 , 그리고 심각한 오염으로 숨 쉬기 힘들 정도로 악취가 심한 그곳에서 아이들을 위해 노력한 목사님에 대해 큰 존경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에게서 절대로 희망을 빼앗지 말라. 그가  가진 것의 전부일 수도 있으니 _ 잭슨 브라운 주니어 Jackson Brown Junior



나는 언제나 모든 일의 좋은 면만을 본다. 매사에 걱정거리가 되는 어두운 면만 보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비록 엄청난 고통에 짓눌린다 해도,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여 한 점도 보이지 않는다 해도 괜찮다. 나는 고통도 낙으로 여기겠다 _ 마더 데레사 Mother Teresa


나 스스로는 늘 분에 넘치게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늘 부족함을 호소하고 있었던것 같다. 저 아이들은 하루 먹는것에 , 하루하루 살아가는것을 걱정하고 힘겨워 하는데, 나는 늘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했고, 더 많은 것을 필요이상으로 더 가지려 했던 . 늘 이런 책들이나 티비를 통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그때만큼은 절약하고 아껴쓰자며 늘 다짐의 다짐을 하면서도 그것도 잠시뿐, 또다시 사고싶은것, 가지고 싶은것에 몇번을 망설이다 결국 구입을 하게된다. 이런 내가 지라니 합창단을 보며, 그리고 사진속의 아이들을 보며, 또한번 반성을 하게된다.

 

활자들보다 사진이 더 많은 책이지만, 많은 글이 필요없을 정도로 사진속에서 모든 생각, 감정, 이야기들이 그대로 베어 나오는것 같다. 저자는 사진가이다. 그래서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 읽는 독자로 하여금 조금은 낯설고 적응하기 힘든. 그래서 약간은 부족한 표현과 저자의 글속에서 좀더 느끼고 싶었던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내게는 약간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무언가 꾸미려는 느낌이, 조금은 표현을 화려하게 하려는 꾸밈을 주려는 불편한 문체들을 접하면서 내 마음까지 불편했던것 같다. 만약 사진과 글 모두 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그냥 그런 책 , 이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박혀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의 부족함을 사진들이 모두 대체해 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내게는 괜찮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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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번째 걷기 여행 -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독이는
김연미 지음 / 나무수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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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갈색빛이 도는 표지가 참 마음에 든다, 낙엽을 밟고 있는 저 작은 스니커즈를 신은 발 또한! 감성적인 에세일꺼라 생각하며 읽기를 시작한다. 언젠가부터 나의 걷기는 조금씩 조금씩 횟수와 걷는 시간이 줄어드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출.퇴근 시간 총 20분 정도 소요되는것 말고, 어쩌면 친구를 만나 번화한 거리를 바삐 걸어가는 것 말고 마음을 비우고 여유를 느끼면 마음껏 맑은 공기를 온 오감으로 느끼며 걸어본 적이 언제인지... 문득 참 각박하게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저자는 어떤 곳을 다니고 느꼈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녀의 발길은 사계절을 고스란히 담고, 계절과 어울리는 그곳을 여행한다. 나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내가 알지 못하는 곳들이 많았는지, 새삼 놀라울 뿐이다. 하긴, 내 스스로가 여행을 많이 다니질 못했으니 또한 내가 지명을 그리고 서울 이외에 다른 지역에는 무지한 것 또한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명들을 보며, 그리고 사진속의 그 곳들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여행에 대한 갈망이 그렇게 크지 않던 내게도 몽글몽글 마음 한 구석 어디선가 여행의 목마름에 갈증이 심해짐을 느낀다. 10월초. 혼자 부산여행길에 오르던 2박 3일간의 짧은 여행길, 나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어왔던 것일까? 오롯이 나를 힘들게 하던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계획에도 없던 여행길이였다. 오로지 내 눈과 마음에 10월 답지 않았던 무더운 늦여름의 바닷바람과, 모래사장, 그리고 확 트인 파도 뿐이였을지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내게는 위로였고, 즐거웠던 혼자였지만 여행지에서 알게된 낯선 여행자들 또한 내게는 큰 선물이고 추억이 되었다.

 

한번도 내 스스로 걷는여행을 생각해 보지 못한것 같다. 오로지 여행이라고 하면 차를 타고 멀리, 서울과 다른 풍경, 그리고 내가 살고있는 이곳에서는 할수없는 여러가지 여행에서의 즐거움을 느껴야만이 그것이 당연한 여행의 즐거움이라 생각했었던것 같다. 저자의 발길을 따라 나도 함께 책 페이지를 넘기며, 그녀가 내 귀에 소곤소곤 들려주는 것만 같은 그곳, 그리고 그곳에 관한 전해지는 이야기들, 잘 알지 못한 그곳에 대한 유래등. 꽤 유용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또한 가는방법, 그 여행길에 어울리는 책들, 음악, 준비물 등 그녀만이 알고있는 정보들도 쏙쏙 살포시 들어가 있다. 내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이런 여행길! 나도 정말 하고 싶어진다. 그냥 정말 여행을 위한 여행.

 


길은 무수한 샛길을 만들고 무수한 선택을 요구한다. 인생의 갈림길에 섰을때 덕적도 산길을 걷는다. 해답은 가슴 속에 있고 길은 그 가슴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게 한다.(P. 84)





네 등 뒤에 서서 너를 배웅하는 일은 언제나 눈물겨워 좋다. 이럴 땐 등까지 차오르는 내 이유 없는 슬픔에도 온기가 베인다. 눈시울 가득 차오르는 눈물 너머로 너를 바라보면 멀어지는 네 어깨의 수평선은 보폭을 따라 출렁이고 너는 멀어지는 만큼 내 안으로 걸어 들어와 불을 켠다. 모퉁이를 돌아 네가 사라진 뒤에도 나는 쉽사리 돌아서지 못하고 문득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아파트 사이마다 높게 걸려 빛나는 수많은 수평선드이 보인다.  - 아파트 사이로 수평선을 본다 - 이영진. 솔, 1999 (P. 056)


어쩌면 즐거운 에피소드들이 가득한 에세이를 생각하고 읽는 분들이라면 다소 실망할수 있을지도 모르지만(나도 그런 생각), 사실 나 또한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에 조금은 실망감이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제목답다는 생각이.. '제목과 참 잘 어울리는 여행에세이 구나' 라는 느낌이 들면서 책의 매력에 푹 빠져 읽은 느낌이다. 이 책 한권쯤 살포시 간직하고 있다면 언제가 될지 모를 내 여행길에, 어쩌면 친구와 함께일수도 아니면 홀로의 여행길이 될수도 있는 그런날, 사진속 그 장소의 매력적인 공간에 폭 빠져 포스트잇을 더덕더덕 붙여놓은 그곳을 꼭 한번 저자가 말한 발길을 따라 그대로 나도 밟고 싶어진다. 진정한 여행이란 그런것이 아닐까? 내 마음을 , 내 오감을 모두 그 곳에 묻어두고, 있는 그대로 그곳의 바람내음과 공기를 느끼며 생각을 정리할수있는 그런 것.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여행 다운 여행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구나. 늘 흥청망청 친구들과 우르르 가까운, 누구나 알고있는 그런곳에서 그곳의 모든것을 느끼기는 커녕 오로지 친구들과 함께 했다는 그 것에만 의의를 두었던 것 같아.  그래서 인지 내 기억속에 지금까지 다녀온 몇 안되는 여행지에 대한 기억이 가물하기만 하다. 내가 갔던 곳이 어디였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그런것을 느끼기보단 아마 '여행' 이라는 그 두 글자의 단어에만 집중했으니까! 내게 기억에 남는 여행이라는건 전혀 없는지도 모르겠다.좀더 세월이 흘러 다시한번 돌아보는 내 기억속에 '그때 그 여행길은 정말 참 좋았어' 라는 추억의 조각을 꺼내볼수 있는 그런 여행길을 더 늦지 않는 시간에 꼭 한번 다녀오고 싶어진다. 늘 국내의 여행길에 식상함을 느끼며 주위 사람들의 해외여행길의 사진들을 보며 어쩌면 나 또한 거품처럼 부풀어 아무 목적, 의미없이 오로지 부러움에 해외의 여행을 갈망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아직 국내에도 내가 알지 못했던 아름다운 곳들이 너무 많음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재미로 읽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책이지만, 이 에세이 집이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어하는 의미를 생각하며 읽는다면, 그대에게도 이 책이 소장해 두고 싶은 책이 아닐까? (그대 또한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자 라면!)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한번쯤 읽어봤음을 권해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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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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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추리소설을 만나는것 같다. 에세이에 , 일반 소설에 치여 한동안 소원했었던 추리를 막상 읽으려하니, 다른 장르문학에 길들여진 내게 갑작스런 추리소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은 무언가 스릴넘치는 추리소설 한편으로 몰입감을 느끼는 것도 좋을듯 하니, 영하 12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요즘, 으스스한 이 한 권의 책이 꽤 기대 되기 시작한다.

 

제목의 '리라장' 이라는게 무슨 뜻인지 조금은 의문스러웠던 찰라, 책의 첫부분부터 이 제목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라일락장()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원래 소유자였던 후지사와 간타로씨가 라일락꽃을 아껴서 그 꽃을 건물 주위에 그득히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중략). 라일락은 달리 리라 라고 부른다. 학생들이 이 기숙사를 '리라장' 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리라장이라는 짧은 이름이 젊은이들의 근대 감각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니라 (P.11) 라는 친절한 이야기의 시작한다. 이곳 숙소로 여름방학을 맞이한 7명의 학생들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갑작스런 적응하기 힘든 많은(?) 인물들의 설명과 이름들이  튀어나와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할 조짐도 보이기 시작했다. 한동안 가볍고, 쉬운 소설책만 읽다가 느닷없는 추리를 읽겠다고 이 책을 선택했지만, 이렇게 뜬금없이, 여러 정황, 그림설명 등이 첫 페이지부터 장식을 하니, 부담이 되기 시작하기도, 갑자기 활자들이 눈동자 앞에서만 맴맴 돌 뿐.

 

그래도 작가는 책을 읽는데 어렵지 않도록 이야기의 흐름에서 인물들을 표현하는데, 꽤 친절함을 보여준다. 아무튼 이렇게 시작한 이 소설의 이야기는 한명씩 살해 당하는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알수없는 미궁에 빠지게 되고, 그리고 늘 시체가 발견될때마다 옆에 놓여있는 스페이드 카드. 살인을 하는 방법도 모두 틀리고,왜 그들을 죽이는지 이유도 모른채, 막연히 일행들 사이에 있는 여러가지 트러블로 인한 사건들일까 하며 짐작만 할뿐. 어쩌면 너무 루즈하게 이야기가 흐르는듯 하면서도 자꾸만 책을 놓을수 없었던 것 또한, 이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아마 그것이 궁금해서 

 

읽는동안 참 조리있게, 정리정돈이 잘된듯한 느낌이 드는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계속 죽어 나가는데, 남은 인물들은 그곳에서 머물수 있는건지, 그리고 그들의 대화에서, 그들의 행동에서 태연함이라고 해아하나? 인물들의 약한 감정표현인 긴장, 불안, 흥분, 두려움은 내게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된듯하다. 영화로 제작되었다면 이렇게 무심한듯 인물들을 표현하지는 않았겠지.. 라는 생각도 함께!

 


다른분들이 그 정도로 충격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뭐라고 할까, 거무칙칙하고 탁한 공기가 실내 가득 퍼져가는 것만 같아서, 무심결에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었어요.... (P. 30)



그보다 이날을 시작으로 사건이 줄줄이 일어나니 , 당일 이야기는 최대한 상세히 서술할 필요가 있으리라. 훗산 되돌아보면 별것 아닌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에도 수수께끼를 풀기에 충분한 커다란 의미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P. 36)


역시 내겐 추리를 하는데는 턱없이 부족한 두뇌를 가진것 같다.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을뿐더러, 살인동기가 무엇인지 조차 감을 잡을수가 없으니, 나쁜 머리를 쥐어뜯으며, 내가 탐정인 마냥, 범인을 찾아내려는 것보다는 순리대로 읽는 것이 제일 좋은 생각인듯.  결국 이 계속되는 연쇄살인 사건을 형사들도 범인 추리에 실패하고 탐정의 도움을 받게된다. 그러면서 하나씩 그 증거와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지만, 결국 이 책을 덮으면서 그 범죄를 저지르는 동기도, 그리고 사람의 잔혹하고 잔인한, 무서운 또다른 면모를 보는 듯했다. 초반의 읽히지 않음으로 겉돔이 조금 길었지만, 중반으로 가면서 조금의 몰입이 생기며 인물들의 캐릭터가 조금은 나의 머릿속에도 인식되듯 각인되었다. 그리고 후반 마지막 페이지에 가까워 질수록 궁금증도 점점 커져 갔던건 사실, 하지만 모든 정황과 범인이 밝혀지면서 크게 동감할수 없음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사건 전개방식은 꽤 맘에 들었지만, 책을 덮고나니 무언가 조금 결말이 아쉽기도,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이유가 참, 조금은 아쉬웠던 그런 소설. 그래도 읽는내내 나에게 조금은 추리하는 즐거움을 주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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