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첫 번째 걷기 여행 -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독이는
김연미 지음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갈색빛이 도는 표지가 참 마음에 든다, 낙엽을 밟고 있는 저 작은 스니커즈를 신은 발 또한! 감성적인 에세일꺼라 생각하며 읽기를 시작한다. 언젠가부터 나의 걷기는 조금씩 조금씩 횟수와 걷는 시간이 줄어드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출.퇴근 시간 총 20분 정도 소요되는것 말고, 어쩌면 친구를 만나 번화한 거리를 바삐 걸어가는 것 말고 마음을 비우고 여유를 느끼면 마음껏 맑은 공기를 온 오감으로 느끼며 걸어본 적이 언제인지... 문득 참 각박하게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저자는 어떤 곳을 다니고 느꼈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녀의 발길은 사계절을 고스란히 담고, 계절과 어울리는 그곳을 여행한다. 나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내가 알지 못하는 곳들이 많았는지, 새삼 놀라울 뿐이다. 하긴, 내 스스로가 여행을 많이 다니질 못했으니 또한 내가 지명을 그리고 서울 이외에 다른 지역에는 무지한 것 또한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명들을 보며, 그리고 사진속의 그 곳들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여행에 대한 갈망이 그렇게 크지 않던 내게도 몽글몽글 마음 한 구석 어디선가 여행의 목마름에 갈증이 심해짐을 느낀다. 10월초. 혼자 부산여행길에 오르던 2박 3일간의 짧은 여행길, 나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어왔던 것일까? 오롯이 나를 힘들게 하던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계획에도 없던 여행길이였다. 오로지 내 눈과 마음에 10월 답지 않았던 무더운 늦여름의 바닷바람과, 모래사장, 그리고 확 트인 파도 뿐이였을지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내게는 위로였고, 즐거웠던 혼자였지만 여행지에서 알게된 낯선 여행자들 또한 내게는 큰 선물이고 추억이 되었다.

 

한번도 내 스스로 걷는여행을 생각해 보지 못한것 같다. 오로지 여행이라고 하면 차를 타고 멀리, 서울과 다른 풍경, 그리고 내가 살고있는 이곳에서는 할수없는 여러가지 여행에서의 즐거움을 느껴야만이 그것이 당연한 여행의 즐거움이라 생각했었던것 같다. 저자의 발길을 따라 나도 함께 책 페이지를 넘기며, 그녀가 내 귀에 소곤소곤 들려주는 것만 같은 그곳, 그리고 그곳에 관한 전해지는 이야기들, 잘 알지 못한 그곳에 대한 유래등. 꽤 유용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또한 가는방법, 그 여행길에 어울리는 책들, 음악, 준비물 등 그녀만이 알고있는 정보들도 쏙쏙 살포시 들어가 있다. 내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이런 여행길! 나도 정말 하고 싶어진다. 그냥 정말 여행을 위한 여행.

 


길은 무수한 샛길을 만들고 무수한 선택을 요구한다. 인생의 갈림길에 섰을때 덕적도 산길을 걷는다. 해답은 가슴 속에 있고 길은 그 가슴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게 한다.(P. 84)





네 등 뒤에 서서 너를 배웅하는 일은 언제나 눈물겨워 좋다. 이럴 땐 등까지 차오르는 내 이유 없는 슬픔에도 온기가 베인다. 눈시울 가득 차오르는 눈물 너머로 너를 바라보면 멀어지는 네 어깨의 수평선은 보폭을 따라 출렁이고 너는 멀어지는 만큼 내 안으로 걸어 들어와 불을 켠다. 모퉁이를 돌아 네가 사라진 뒤에도 나는 쉽사리 돌아서지 못하고 문득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아파트 사이마다 높게 걸려 빛나는 수많은 수평선드이 보인다.  - 아파트 사이로 수평선을 본다 - 이영진. 솔, 1999 (P. 056)


어쩌면 즐거운 에피소드들이 가득한 에세이를 생각하고 읽는 분들이라면 다소 실망할수 있을지도 모르지만(나도 그런 생각), 사실 나 또한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에 조금은 실망감이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제목답다는 생각이.. '제목과 참 잘 어울리는 여행에세이 구나' 라는 느낌이 들면서 책의 매력에 푹 빠져 읽은 느낌이다. 이 책 한권쯤 살포시 간직하고 있다면 언제가 될지 모를 내 여행길에, 어쩌면 친구와 함께일수도 아니면 홀로의 여행길이 될수도 있는 그런날, 사진속 그 장소의 매력적인 공간에 폭 빠져 포스트잇을 더덕더덕 붙여놓은 그곳을 꼭 한번 저자가 말한 발길을 따라 그대로 나도 밟고 싶어진다. 진정한 여행이란 그런것이 아닐까? 내 마음을 , 내 오감을 모두 그 곳에 묻어두고, 있는 그대로 그곳의 바람내음과 공기를 느끼며 생각을 정리할수있는 그런 것.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여행 다운 여행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구나. 늘 흥청망청 친구들과 우르르 가까운, 누구나 알고있는 그런곳에서 그곳의 모든것을 느끼기는 커녕 오로지 친구들과 함께 했다는 그 것에만 의의를 두었던 것 같아.  그래서 인지 내 기억속에 지금까지 다녀온 몇 안되는 여행지에 대한 기억이 가물하기만 하다. 내가 갔던 곳이 어디였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그런것을 느끼기보단 아마 '여행' 이라는 그 두 글자의 단어에만 집중했으니까! 내게 기억에 남는 여행이라는건 전혀 없는지도 모르겠다.좀더 세월이 흘러 다시한번 돌아보는 내 기억속에 '그때 그 여행길은 정말 참 좋았어' 라는 추억의 조각을 꺼내볼수 있는 그런 여행길을 더 늦지 않는 시간에 꼭 한번 다녀오고 싶어진다. 늘 국내의 여행길에 식상함을 느끼며 주위 사람들의 해외여행길의 사진들을 보며 어쩌면 나 또한 거품처럼 부풀어 아무 목적, 의미없이 오로지 부러움에 해외의 여행을 갈망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아직 국내에도 내가 알지 못했던 아름다운 곳들이 너무 많음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재미로 읽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책이지만, 이 에세이 집이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어하는 의미를 생각하며 읽는다면, 그대에게도 이 책이 소장해 두고 싶은 책이 아닐까? (그대 또한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자 라면!)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한번쯤 읽어봤음을 권해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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