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가 참 마음에 드는 에세이 집을 한권 품었다. 아날로그적인 표지에 어울리는 듯한 타자기로 친듯한 느낌의 글씨체, 개인적으로 최갑수님의 사진은 일상의 체취가 느껴지는듯해 따스함까지 느껴지는듯하다. 왠지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요 근래 연이어 3권의 에세이집을 접하다보니 약간의 질리는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최갑수님의 에세이집은 왠지 다른 책보다 빨리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내겐 설레임을 안겨줄만한 책이였으니까!

 

누구나 통과하는 시간, 서른과 마흔 사이. 라는 책 뒷표지에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글귀가 왜이렇게 내 마음에 와닿는지는, 아마 내가 지금 딱 그 시간의 중간쯤에 오두커니 서있기 때문이 아닐까? 맞다 스물과 서른 사이, 서른과 마흔사이.. 그렇다, 모두가 피해갈수 없는 그 시간. 내가 느끼지 못했던 스무살과 서른사이에서의 감성과 생각을 나는 지금 서른과 마흔사이에서 느끼고 깨달아 가고있다. 너무 빡빡하게 살아온 내 인생이 , 무심히 흘려보낸듯한 나의 20대가 ..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허탈함이 내 마음속에서 베어나오는듯하다. 삶에 대한 회의가 느껴짐에도 무언가 딱히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막막함이 밀려들어온다.

 

작가의 발길을 따라 ,<일상, 사랑, 타인, 여행, 내 인생>의 흐름으로 나 또한 사진과 활자들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잊고 지냈던 나의 추억이 새록새록 사진속에 그리고 나의 주위 사람들에게서, 나의 빛바랜 사랑속에서. 여행속에서, 내 인생길에서 다시한번 돌아보게 해주었다. 비록 내 삶과는 다른 작가의 삶을 살며시 엿보는것 뿐이지만, 작가가 느낀 추억속에 그리고 인생속에 나의 이야기도 나의 생각도 필름처럼 떠오르기 시작한다. '다짐 _ 아침에 눈을 떴을때 스스로에게 다짐하는건 '잘해 보자', '열심히 해보자' 이런게 아니라 조금만 너그러워지자' 라는 건 나 또한 내 마음이 조금은 비좁아지는 듯한 느낌에 늘 부정적이고 짜증스럽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나를 돌아볼때면 늘 마음속으로 다짐하던 그 한마디. "조금만 너그러워지자"라는 말이였다. 하지만 늘 생각하고 다짐하면서도 쉽지 않은게 이런 마음속 다짐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늘 반복하면서도 또 다시 반복되는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내 모습에 실망하는 무한 반복.

 

가을빛으로 물드는 사랑 '가을로'라는 영화를 나는 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그 사람과 함께 보았다. 이제는 오래된 기억이라 영화내용의 띄엄띄엄 기억날뿐, 영화보다는 그 사람에게 내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있어, 영화에는 집중할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설레임과 두근거림으로 함께했던 영화. 그 영화는 나의 생각보다는 조금더 지루한감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잊고있던 그때의 그 시간 함께했던 <가을로>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읽게되니 나도 모르게 그때의 감성과 감정이 다시 떠오르는듯해 살포시 가벼운 미소가 베어나온다. 그때는 영화 촬영장소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책 속의 그 장소, 소쇄원을 보니 , 언제쯤 가을이 찾아오면 나도 한번 발길따라 가벼운 가을여행을 떠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리플레이 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자명한 사실. 시간은 기차처럼 지나가고, 세상은 결국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지만, 우리에겐 끝까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이 진심이고 진실이기 때문이다 (P. 118)

 


서른과 마흔 사이. 할수 있는 일보다 할수 없는 일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쓰기가 쑥스러운 나이.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혼자서 여화관 가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나이.일상을 뒤엎는 전폭적인 모험을 감행하기에도,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도 이른 어정쩡한 나이.음악, 미술, 사진, 문학, 패션, 음식의 취향이 자신을  말해주는 나이.뭔가 자질구레한 것이 많아지는 나이. 그리고 그것들의 가격이 점점 비싸지기 시작하는 나이.서른과 마흔 사이 혼자 남겨지는 건 아직도 두려운 나이 (P. 292/3)

책을 덮고나니, 모든 활자들속 이야기들을 공감할수는 없지만, 아마 나와 다른 직업에 다른 일상에 그런것이겠지만, 각박한 세상에 앞만 보며 걸음을 재촉하던 내 인생을, 내 기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주었던 에세이였던 것 같다. 비록 최갑수님의 글보다 사진의 매력에 폭 빠져 그 사진속에서 묻어나오는 일상에서의 향수가 좋았을지도. 꾸밈없는 일상의 사진들이 너무 좋았던 책. 내 삶을 다시한번 돌아봐주게 해주었던 그런 에세이. 언젠가 다시한번 옛 추억이 그리울때 다시한번 꺼내 읽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추운 날씨, 2010년이 끝나갈 끝무렵 이불을 폭 싸메고 방 한구석에 앉아 따뜻한 차와 함께 읽으면 정말 좋은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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