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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유령들 ㅣ 안녕 청소년 문학 2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 지음, 김정하 옮김 / 풀빛미디어 / 2024년 10월
평점 :
'천국의 유령들'이라는 제목과 다소 형이상학적인 책 표지만 보았을 때, 나는 이 소설이 호러 장르의 소설일 것이라 추측했다. 그러나 뜬구름잡는 환상소설이 아닌, 그보다 가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소년의 성장서사를 다룬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초반에 알아차리게 되었다.
5살 차이 나는 형 '이반'으로부터 꼬맹이 취급을 당하고, 자신의 신변과 관련된 중요한 대소사는 항상 장남인 형에게만 일러두었던 기업가이자 정치인인 아버지가 구속되면서 스위스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던 '파블로'의 일상이 뒤바뀌게 된다. 매스컴에서는 그의 아버지 이야기를 연일 보도하지만, 정작 혈연인 자신은 진실을 알지 못할뿐더러 진실에 접근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스스로 묻고 판단하라는 형과 어머니의 말은, 결국 스스로의 눈을 가리고 진실을 외면한 채 부패에 동참해버린 다른 가족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파블로는 끊임없는 탐구심을 바탕으로 한 지혜와 미모를 겸비한 독일인 여자친구 '베티나'와의 만남에서 유일한 평안을 얻는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진게 틀림없는 가족들이 있는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고 싶지만, 베티나 부모님의 초대를 받아 독일 교외 지역에 다녀오고,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가족에 대한 걱정과 자신이 알지 못하는 진실을 염두에 두느라 제대로 쉬지 못한다. 학교에는 베티나를 좋아하는 다른 친구도 있다. 이렇게 삶은 끊임없는 투쟁의 과정이다.
형으로부터 꼬맹이라는 호칭이 아닌 이름으로 불리며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고, 그것을 해내며 가족의 부패에 동참하게 된 파블로는, 결국 그를 옆에서 지지해주는 여자친구에게도 이별을 선언하지만, 학교의 교육 방침인 '진실, 정의 자유'를 실천하기 위해 전날 취리히의 비밀 금고에서 꺼낸 물건들을 돌려놓으러 다녀온 파블로의 선택과 실행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같은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나는 파블로의 가족이나 학교 사람들 가운데 어떤 사람과 가장 비슷한 성격을 가졌는가? 어떤 가치관의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가? 와 같은 질문들로 디베이트 수업을 하거나 독서토론 활동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읽으면서 떠오른 자연 풍경들과 함께, 파블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스스로의 양심을 구체화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크리처를 만든 박사의 이름으로, 괴물의 이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