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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 - 로하니 취임부터 트럼프의 핵 협상 탈퇴까지, 고립된 나라에서 보낸 1,800일
김욱진 지음 / 슬로래빗 / 2018년 10월
평점 :
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 - 로하니 취임부터 트럼프의 핵 협상 탈퇴까지, 고립된 나라에서 보낸 1,800일
어느 세계 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김욱진, 슬로래빗)
세계시민으로 살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지만, 여행이나 출장을 많이 다닌다고 저절로 세계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삶의 형태를 체화해야
세계에 대한 이해가 한층 넓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이란’에 대해 아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부터 인정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우선 이란하면 ‘이슬람 국가’, ‘무서운 나라’, ‘악의 축’ 등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세계의 화약고에 불을 지피는 이란’ 신문 기사 제목은 우리와 우리 언론이 이란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저자(KOTRA 근무)는 이런 편견을 깨고 진짜 이란의 모습을 전하고자 한다.
이란 정식 국호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다. 국호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정치 지도자를 뽑기는 하지만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나라이다. 역사적으로는 페르시아 대제국을 일구웠던 전통을 이어 받은 국가이다. 우리가 쓰는 많은 영어 단어도 페르시아어에 어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단다. 대표적으로 바자르 Bazaar 시장을 의미하는 페르시아 단어로 우리나라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바자회의 어원이다.

저자는 이란에서 배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면서 ‘애국심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스포츠 경기가 과거의 전쟁을 대신하면서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국이 되면서 이란에서는 축구를 통해 이란 국민들을 통합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마치 우리나라에 프로야구를 도입하고 독재를 강화한 것처럼. 밖에서 한국을 바라 볼 때,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경기를 볼 때 열심히 응원하더라도,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적 애국심 갖기가 필요한 것 같다.
이란에는 우리나라와도 비슷한 ‘터로프’라고 불리는 빈말 문화가 있다. 우연히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언제 한 번 저녁이나 먹어야지?” 이렇게 말을 건넨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 힘든 역사적 상황 속에 만들어진 문화이지 않을까.
이슬람 국가인 이란은 라마단을 지킨다. 라마단 금식은 신앙고백, 성지순례, 기도, 기부와 더불어 이슬람 신도의 5대 의무 중 하나다. 저자가 볼 때는 “라마단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평소와 다름없이 경제 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교리에 크게 얽매이지는 않는 것 같다. 책을 통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터키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조금 알게 되었다. 이란을 이슬람 종파 중에서도 소수인 시아파라고 한다.
미국와 이란과의 복잡한 관계를 읽으면서 계속 북한이 떠오른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이란이든, 북한이든 거스를 수 없는 세계화의 진행 속에 놓여 있고, 그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고 필사적인 것 같다. “이란 사람들은 미국 문화를 접하지 못하거나 혐오하리라는 선입견과 달리, 대개의 이란 사람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문화에 거리낌이 없다.”고 전한다. 이란과 미국을 포함한 다자 핵협상을 하면서 이란의 경제 제재가 풀린 것처럼 북한의 제재도 풀리고, 북미 관계도 정상으로 돌아와 전쟁의 위협이 제거된 일상을 살았으면 한다.
책뒷부분에는 부록으로 사진으로 만나는 이란이 소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