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마차를 타고>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따뜻한 이야기가 하나 실립니다. 시로라는 하얀 개가 주인공인 <시로>라는 작품으로 며칠 전 피드에서 한번 소개했어요.

그리고 사토 하루오라는 작가의 작품이 두 편 실리는데 사토 하루오와 아쿠타가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사토 하루오는 다자이와도 인연이 깊습니다. 아쿠타가와상을 타고 싶었던 다자이가 찾아가 읍소하고 몇 미터나 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낸 사람이 사토예요.

사토 하루오는 고양이와 개를 엄청 좋아했습니다. 이번 책에 실린 작품에도 개가 등장합니다.
<시로>는 동화풍의 따뜻한 작품인데 아쿠타가와의 동화풍 단편 6편을 묶어 단행본으로 나오게 됐어요. 하지만 아쿠타가와의 죽음으로 본인은 이 책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책이 나왔을 때 사토 하루오가 서문을 썼습니다.
그 서문이 <어느 바보의 일생>에 아쿠타가와를 애도하는 동료 작가들의 글 중에 실려 있습니다.



이 서문을 읽었을 때, 사토 하루오의 따뜻한 마음에 가슴이 찡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니자키와의 인연이나 그의 에피소드를 접하며 사토 하루오에 대한 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를 좀 차갑게 생각했는데 그 인상이 확 바뀌었고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글이 좋았고요.

아쿠타가와의 <시로>에 등장하는 남자 아이의 이름이 하루오입니다. 아쿠타가와가 개를 사랑하는 사토 하루오의 이름을 빌려 지은 건데 사토는 그걸 정말 기뻐합니다.

<어느 바보의 일생>에 실린 <아쿠타가와를 추억하며>라는 제목으로 사토가 쓴 서문의 일부입니다.



아쿠타가와 군.
자네의 훌륭한 작품집이 만들어질 것이네. 자네는 이 책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 않았나. 자네는 왜, 하다못해 이 책이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주지 않은 건가.
...
자네는 이제 우리에게 볼일이 없을지 몰라도, 나는 한 번 더 자네를 만나고 싶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쉽게는 — 자네가 그랬던 것처럼 눈 딱 감고 자네에게로 갈 수는 없네. 그러니까 자네가 한 번 와주면 좋겠네 — 꿈에든 현실에든. 자네가 싫어했던 개는 침실에 못 오게 할 테니까. 자네는 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도련님에게 내 이름을 붙였지. 자네가 글을 쓰면서 한순간 나를 생각해준 기록이 남은 것 같아 나는 그게 이상하게 기쁘다네.

...




<봄은 마차를 타고>에는 사토의 사랑스러운 단편 <스페인 개가 사는 집>과 <장미를 사랑하는 이야기> 두 편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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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문학 기행 2

미타카에 있는 다자이 기념관 중 하나인 다자이 문학살롱입니다.



시티갤러리공간 보다 훨씬 작아서 전시품이 많지는 않았지만 다자이 굿즈도 있고 커피랑 과자를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북카페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다자이 커피랑 <쓰가루> 책 표지 모양의 사과 쿠키랑 연필을 샀습니다. 쓰가루가 사과 산지로 유명하거든요.




이 공간은 그 시절에 다자이의 단골 술 가게였다고 합니다. 술집이 아니라 술을 파는 곳인데 그곳을 개조해서 이렇게 만들었어요. 다자이가 살던 집은 지금은 터만 남아 있는데 집 뜰에 심겨 있던 백일홍 나무는 딴 데로 옮겨 심었다고 해요. 그 나무가 다자이 작품 속에 나와서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시티 갤러리도 여기 문학살롱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찾아왔는데, 문학살롱은 특히 외국인들이 많았어요.


문학살롱을 나와서 찾아간 곳은 젠린지라는 절입니다. 이 절은 다자이와 모리 오가이 두 문호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유명해 문학 애호가들이 끊이지 않고 찾는 곳이에요.



무덤만 생각하고 갔는데 입구부터 어마어마하게 큰 은행나무랑 벚나무 등 고목을 보고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역시나 문화재로 지정된 나무였네요. 마침 바람이 쌩쌩 불어 벚꽃잎이 회오리바람처럼 뱅글뱅글 돌며 날아다니는데 그게 너무 멋져서 입구에서 한참 꽃을 보며 즐겼습니다.







이 날은 살짝 흐려서 무덤이 왠지 더 애처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자이와 아내 미치코의 묘가 오전에 살짝 흩뿌린 비에 젖어 촉촉합니다.



다자이의 기일이 있는 6월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데 이 날도 묘 앞에 꽃이 가득 놓여 있었어요. 다자이가 사랑한 술이랑 앵두가 놓여 있는 게 웃겼습니다.





다자이 묘 바로 맞은편이 모리 오가이의 묘입니다. 



다자이가 이 절에 묻히게 된 이유는 다자이가 쓴 소설의 한 구절 때문이에요.


... 근처의 젠린지에 가 본다. 이 절 뒤에는 모리 오가이의 묘가 있다. 어째서 오가이의 묘가 이런 도쿄 미타카에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묘지는 청결해서 오가이 문장의 자취가 남아 있다. 내 더러운 뼈도 이런 깨끗한 묘지 한구석에 묻힐 수 있다면, 사후에 구원을 받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썼을 때는 정말로 오가이 묘 앞에 묻힐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겠죠. 왠지 묘한 기분입니다.

외국에서 온 청년 하나가 무척이나 진지하게 서 있어서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왔는데 다자이를 너무 좋아해서 찾아왔대요. 자기는 영어로 읽었는데 인도네시아에는 작년에 처음으로 번역이 되어 나왔다고 합니다. 앞으로 인도네시아 팬들도 많아질 거라면서요. 좀 있다가 소세키 산방 기념관에 간다고 해서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예술이란 이렇게 먼 훗날의, 문화도 정서도 언어도 다른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구나 하고 새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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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문학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문학 여행이라고 해도 짧은 일정이라 계획한 것 반 정도밖에 못 봤지만요... 


맨 먼저 다자이 오사무를 기념하는 곳이 곳곳에 있는 도쿄의 미타카. 


도쿄 미타카는 다자이가 결혼한 후 세상을 뜰 때까지 살았던 곳이라 다자이를 기념하는 장소가 곳곳에 있습니다. 다자이가 자주 산책하고 작품 속에도 등장하는 이노카시라 공원을 보고 맨 먼저 들른 미타카 시티 갤러리. 다자이의 작은 집이라는 제목의 전시실입니다.



미타카 집의 다자이가 쓰던 방을 그대로 재현해놓았는데 다자이가 글을 쓰고 손님을 맞이하는 용으로 쓰던 6조짜리 다다미방입니다. 벽에는 다자이가 입고 다니던 검정 망토가 걸려 있고요. 그 시절 일본 작가의 책상은 다 자그마한데 그래도 소세키의 책상보다는 좀 큰 느낌입니다.




책상 위에는 다자이 자필 원고가 전시되어 있고, 책상 안에 든 원고지와 연필로 직접 글을 써볼 수도 있어요. 저도 다자이 방석 위에 앉아서 시와서 책 <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 속의 기억나는 짧은 문장을 몇 개 썼습니다.🤭 조용한 다다미방에서 쓰고 있으니 연필 소리가 사각사각...




책상에는 다자이가 세상을 뜨기 전에 마지막에 놓여 있던 책 6권이 그대로 꽂혀 있습니다. 겐지모노가타리의 한 이야기도 있지만, 의외로 대부분 시집과 외국문학 번역서이네요. 우에다 빈의 시와 클레브 공작부인, 이토 사치오 가집...
마침 사람이 없어서 다다미방에 좀 앉아 있었는데, 좀 있다 사람들이 우르르...




벽에 걸린 사진 중 하나는 제가 좋아하는 건데 미타카 집에서 다자이가 아이들이랑 놀고 있는 장면이에요. 다자이가 안고 있는 아기가 작가 쓰시마 유코입니다.




다다미방 외에는 촬영 금지였는데 마침 이번 전시가 너무 반가운 자료였습니다. 
시와서의 신간 <봄은 마차를 타고>에서 맨 첫 글로 실리는 작가 고야마 기요시에 관한 전시였어요. 작가 고야마 기요시를 주체로 하여 다자이와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작가는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지만 제가 좀 깊이 있게 소개하려고 마음먹고 있는 작가입니다. “소박한 서민의 삶 속에서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려 했다”라는 평을 받는 고야마는 다자이가 가장 아낀 제자로 둘 사이의 애틋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사제지간이지만 나이 차는 두 살밖에 안 납니다.)
흥미로운 글들이 많았는데 사진을 못 찍어서 너무 아쉬웠어요... 아래 사진은 카탈로그 사진.



고야마는 스물아홉 때 이제 막 결혼한 서른하나의 다자이를 처음 찾아간 후로 그를 스승으로 삼았습니다. 전시에서 인상적인 문구 중 하나는 다자이가 보낸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당신은 다자이 오사무라는 확실한 독자를 얻게 되었습니다”라는 문장인데 존경하는 작가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기쁠까요.

<봄은 마차를 타고>에 실리는 고야마의 작품은 <이른 봄>이라는 단편인데 나중에 작품과 작가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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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마차를 타고>에 실리는 작품 2 -


나쓰메 소세키의 신비로운 단편집 <열흘 밤의 꿈>입니다. 이 제목은 원래 <夢十夜>로 <몽십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말로 풀어서 옮겼습니다.
1908년에 연재된 소설인데, 열 가지 신비로운 꿈의 세계를 그린 작품입니다. 평생을 시대라는 세계와 맞섰던 소세키가 '꿈'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의 내면 깊이 가라앉은 불안과 죄악감 등의 심리를 그린 작품으로, 그중에서 첫 번째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1915년에 처음으로 단행본으로 나온 초판이에요. 소세키의 글씨만으로 꾸며진 장정이 심플하죠.




이건 이와나미에서 출간된 유명 만화가 곤도 요코의 그림과 함께한 것인데 표지 그림이 첫 번째 이야기의 한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정말 작품의 분위기랑 딱 어울리게 잘 그린 것 같아요.

이번에 독자님들께 드릴 엽서에도 이 단편의 문장과 그림으로 했습니다. 백합과 작품 속의 문장입니다.




소세키에게 이 백합 같은 여인이 누구였을지... 소세키의 문장은 번역하면 그 설렘이 그대로 전해져 가슴이 콩닥콩닥합니다...😌


이 단편은 열 개 중 네 이야기의 첫 문장이 “이런 꿈을 꾸었다”로 시작되는데요, 일본 문학에서 유명한 도입부 중 하나인 문장입니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중 <꿈>이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이것도 구로사와가 자신의 꿈 여덟 가지를 바탕으로 각본으로 쓴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도 각 꿈의 맨 앞에 “이런 꿈을 꾸었다”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소세키의 문장을 오마주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백합이 피는 계절, 아름다운 소세키의 문장과 함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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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마차를 타고>에 실리는 작품들은 작가끼리 살짝 연결고리가 있는 작품들이 있어 재밌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사토 하루오, 사토 하루오와 호리 다쓰오...

이번 책에 아쿠타가와의 <시로>라는 작품이 있어요. 서늘하고 예리하게 인간 심리를 깊이 들여다보는 글을 많이 썼지만 이렇게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동화 같은 이야기도 많이 남겼습니다. <봄은 깊어>에 실린 <귤>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는데 어쨌든 그런 글도 쓰는 작가니까요. <거미줄>이나 <두자춘>처럼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동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시로>는 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인데 ‘시로’는 일본어로 흰색이라는 뜻입니다. 하얀 개여서 이름이 시로인데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썼어요.
이 작품은 1923년에 처음 발표되었는데 나중에 아쿠타가와의 동화 6편이 하나의 단행본으로 묶여 <세 가지 보물>이라는 제목으로 1928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첫 번째 사진이에요. 1928년 책인데 정말 예쁘죠. 표지 그림도 예쁘고.




하지만 아쿠타가와는 1927년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기에 이 책을 보지 못했습니다. 약 1년 후에 나왔거든요.

이 책에는 아쿠타가와와 깊은 우정을 나눈 화가 오아나 류이치의 삽화가 실렸습니다. 아쿠타가와의 유서에는 아이들에게 “오아나 씨를 아버지라고 여겨라”라는 말을 남기기도 할 만큼 오아나는 단순한 친구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아래 두 그림이 <시로>를 위해 그린 오아나의 그림입니다. 첫 번째 그림이 맘에 들어서 이번 책에 실을 생각입니다.





아쿠타가와의 <시로>와 인연이 있는 또 다른 작가가 사토 하루오인데, 그의 단편이 두 편 실립니다. 작품과 함께 또 얘기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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