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풍경에서 관능적인 매혹을 느꼈다. 지금도 내 소설 속의 풍경 묘사는 다른 작가 소설 속의 러브신과 동등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가의 휴가> 중에서



미시마 유키오 문장의 즐거움 중 하나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의 묘사입니다.
소세키의 풍경 묘사도 사랑하지만 그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은은히 눈앞에서 흐르듯 펼쳐지는 소세키의 문장과 달리, 미시마의 풍경은 단번에 휘몰아치듯 사로잡으며 정신을 못 차리게 하는 것 같은...
<시를 쓰는 소년>에도 미시마의 풍경 묘사를 즐길 수 있는 문장들이 많습니다. 미시마의 말대로 그야말로 “관능적인 매혹”을 느끼게 하는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아득히 먼 아래쪽 바위 뿌리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는 그 멀고도 아름다운 풍경으로부터 추상되어 완전히 별개의 음악이 되고, 희미하게 울리는 먼 천둥소리처럼 하늘 한구석에서 들려왔기 때문에, 현기증이 날 듯한 절벽 아래서 하얀 부채를 접었다 펼쳤다 하는 파도의 모습과, 바위에 튀어 흩어지는 물보라와, 순간 바위 위에서 강렬히 반짝이는 물방울, 그 모든 것이 소리 없는, 섬뜩할 만큼 고요한 풍경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


영겁의 미사를 끊임없이 노래하는 파도 소리는 바다에서 먼 산기슭 별장의 베개마저 밤마다 흔들었고, 꿈속에서는 어느새 소리도 없이 흘러온 바다가 툇마루 끝까지 밀려와, 물에 잠긴 뜰의 채송화 위로 작고 붉은 도미 떼가 지나가는 모습 따위가 그려졌다.

-<곶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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