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 단편선의 표제작 <시를 쓰는 소년>은 제게 무척 흥미로운 글입니다.

미시마가 스스로 평하기는 “소년 시절 나와 언어(관념)와의 관계, 제멋대로에다 숙명적으로 내 문학적 출발점이 형성된 과정이 담겨 있다”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겪은 감정이 거의 없는 열다섯 살 소년. 그가 자신의 언어로 사물이 아닌 감정을 표현하게 되는 과정이 참 흥미롭습니다. 천재를 부여받은 인간의 슬픔, 어떻게 보면 장애라고도 할 수 있는 재능. 어린 시절에는 깨닫지 못한 그것을 서른의 미시마가 회상하며 쓰는 글인데, 자신의 모습을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그때의 심리를 하나하나 해부하듯 써내려간 문장이 참 인상적입니다.

미시마의 말과의 관계는 <가면의 고백>에서도 언급되지만 에세이 <태양과 철>에서도 인상적인 문장으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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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내게는 말의 기억이 육체의 기억보다 훨씬 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육체가 먼저 찾아오고, 그 다음에 말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말이 먼저 찾아왔고, 한참 후에, 마지못해 온다는 듯이, 이미 관념적인 형태를 가진 육체가 찾아왔고, 그 육체는 말할 것도 없이 이미 말에 갉아 먹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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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믿기지 않는 일인데, 그토록 철저하고 치밀하게 말을 대하고 다루어온 미시마라는 작가를 조금은 알 수 있는 글이기도 했어요.

아래 글은 열다섯 살의 미시마가 쓴 시 중 하나입니다. 감정과 마주치기 전의 미시마의 눈이 바라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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