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소년>에 실린 <우국>에 대한 개인적인 에피소드.
<우국>은 미시마의 단편 중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오래전 이 소설을 읽었을 때의 충격은 정말 굉장했습니다. 작품의 주제나 내용은 둘째 치고, 문장 자체가 주는 충격이었어요. 감각적이라는 것이 그냥 말만이 아니라 정말로 몸이 덜덜 떨리고 숨이 가빠오는 경험. 정말 말을 다루는 데에는 그냥 천재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작품이 예전에 표절 문제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저도 그 번역으로 읽기도 했고 번역하는 사람인지라 당연히 표절 부분이 궁금해 원문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읽어보니 핵심 단어가 번역문에 덧붙여져 있었어요. 미시마의 문장에는 없는 말이 번역에 더해진 건데, 아주 유려하게 의역된 멋진 문장이었어요. 그러니까 표절 문장은 사실 미시마+번역가 문장의 표절인 셈입니다.
어쨌든 저는 그때 살짝 김이 새는 기분이 들었어요. 어쩌면 번역이 너무 유려해서 그렇게까지 느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찌어찌 이번에 직접 번역 작업을 하게 되었고, 결론은 그저 미시마의 문장에 대한 감탄만 더하게 됐습니다. 모리 오가이의 문체가 그대로 느껴지는 부분 등 기존 번역에서 살리지 못한 것도 느낄 수 있었고요.
문장에 압도되는 기분은 가끔 다나자키에게서 느낄 때가 있는데 미시마는 그걸 한참 넘어서는 느낌입니다.
물론 미시마의 작품을 불편해하는 분도 많고 그에 대한 생각도 나눠보고 싶지만 이런 자리에서 간단히 나눌 얘기도 아니니...
물론 <시를 쓰는 소년>에는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작품, 유머러스한 작품, 묘한 분위기의 환상적인 작품도 실려 있으니 다양한 미시마를 즐긴다는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