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 단편집과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책들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중에 흥미롭게 읽은 책 중 하나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미시마 유키오가 주고받은 서간집이에요.
스무 살의 미시마가 마흔여섯의 가와바타에게 자신의 첫 소설집을 보내고, 거기에 가와바타가 답장을 하면서 시작된 둘의 편지 교류는 미시마가 죽기 넉 달 전까지 약 25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소설가 지망의 스무 살 대학생이 아버지뻘 문단의 대선배와 주고받는 이야기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부터 가끔은 속 깊은 이야기까지 그 시대 일본 문단과 동료 작가들의 이야기, 노벨상 수상의 뒷이야기 등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많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한참 연상의 대선배이니 당연하겠지만, 미시마의 문장이 극존칭에 예의와 배려심, 다정함으로 가득한 게 인상적입니다.

위 사진은 노벨상 수상이 발표된 다음날 둘이서 함께 인터뷰했을 때 모습인데, 그때 인터뷰를 보면 워낙 과묵하고 말이 느린 가와바타를 대신해 달변의 미시마가 대신 얘기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재밌어요.
둘 사이의 이야기는 나중에 미시마 에세이 <소설가의 휴가>에서 좀 더 들려드릴게요. 가와바타에 대해 쓴 에세이도 실릴 거예요.
아래는 미시마가 가와바타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의 마지막 문장이에요. 이렇게 보니 꽤 의미 심장한 문장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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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한 방울 한 방울이 포도주처럼 소중하게 느껴지고, 공간적인 것들에는 어떤 흥미도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올 여름에 또 한번 시모다에 내려가겠습니다. 아름다운 여름이면 좋겠습니다.
부디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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