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이라는 5월을 맞이하면서, 

책을 통해서 『가족』을 다시 생각해본다 ㅡ.  

 

내가 소개 할, 테마는 『가족』이다 ㅡ. 이 테마에 담긴 책들은 가족을 떠올리고, 가족을 그리며, 가족을 다시 생각하게끔 하는 책들이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가정의 달’이라지만, 덕분에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겨진 쪽지』 
지금 나와 내 가족, 사랑하는 사람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주어진, 허락된 시간을 최대한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정확히 알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이 딱 그 시간인 것 같다. 내 주위 모든 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 시간 ㅡ. 그 소중한 진리가 엘레나의 하트로 가슴에 새겨지는 책, 『남겨진 쪽지』 이다. 

-『마음가는 대로』 
이 책에는 좋은 글들이 가득하다. 어떻게 보면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좋은 글 모음집'이나 '쓸만한 조언' 쯤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여인이 그의 딸에게 혹은 그 딸의 딸에게 편지로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빌려 책을 읽는 그 누구에게나 좀 더 쉽게 다가온다고 느껴질 것이다. 내 어릴적, 할머니가 내 배를 문지르면서 '내 손은 약손'이라고 하듯 ㅡ. 또한, 그냥 흔한 좋은 글들이 아니라, 사랑의 기운이 담긴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하며, 그것을 추억하게끔 한다는 사실로 가슴에 어떤 울림을 전해주는 책, 『마음가는 대로』 이다. 

-『애자』
아무리 지지고 볶고 싸워도, 아무리 아무것도 없는 집구석이라도, 결국에는 내가 돌아가야 할 나의 가족이고 나의 집이다 ㅡ. 그 소중함 들을, 그 소중한 현재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책, 『애자』이다 ㅡ. 

-『엄마의 은행통장』  
감히 가족 대표 소설이 아닐까 이야기해본다. 책을 읽는 동안 가시지 않는 입가의 미소, 계속해서 쌓여만 가는 따뜻함 ㅡ.  가족이란, 엄마란 이런 것이다, 라는 '교본'이 되어주는 『엄마의 은행통장』이다. 

-『고령화 가족』
그동안 나는 나를 부정하며 살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식적인 내가 아닌, 진짜 나로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책, 『고령화 가족』이다. 결국, 이런 생각에 기본 바탕이 되어 줄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그 누구보다 가깝게,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그 소중함에 대해서 가끔씩 잊고 살아간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내 가족에게 이야기해보자. 모두모두 사랑한다고 ㅡ.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15,500원 → 13,950원(10%할인) / 마일리지 7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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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10,800원 → 9,720원(10%할인) / 마일리지 5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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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애자 (2Disc)
정기훈 감독, 김영애 외 출연 /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 2010년 2월
27,500원 → 24,7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1%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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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대로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4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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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숨비소리 -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
이성길 지음 / 순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뭔가 한 번 열풍이 분다 싶으면 식을 줄 모르고 여기저기서 그 열풍에 함께 뛰어들어 휩쓸리고는 한다. 얼마 전 선덕여왕을 주인공으로 한 TV드라마와 그에 발맞춰 나온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그랬고, 최근에는 ‘김만덕’ 이라는 이름의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TV드라마와 역시 그와 시기를 같이하여 쏟아져 나오는 책들이 그렇다. 뭔가 히트를 칠 것 같은 모습에 ‘나도 한 번?!’ 이라는 생각으로 여기저기서 덤벼드는 모습들이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김만덕’ 이라는 인물도 열풍 분위기에 휩싸인다는 사실만으로 가지게 된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그냥 지나칠 뻔 했고, 나의 그런 생각들도 예전과 다름없이 계속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숨비소리』라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직접 그녀를 만나기 전 까지는 말이다 ㅡ. 

 

『숨비소리』라는 제목의 이 책을 만난 지금에는, 처음 나의 생각과는 반대로 오히려 그녀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런 생각이 드니 처음 했던 나의 생각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하였다. 선덕여왕이든 김만덕이든, 많은 이들이 그녀들을 계속해서-열풍이니 뭐니 해도- 이야기하는 것은 그녀들만이 가진 어떤 위대함이 정말 대단해서, 그렇게라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픈 마음이 앞섰기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하는… 그들만이 가지는 위대함은 나누고 또 나눠도 절대 부족함이 없는 것이기에 말이다 ㅡ. 

 

만덕은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두 오빠와 살아간다. 하지만 어머니마저 호열자로 잃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두 오빠와도 떨어져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두 오빠는 백부의 집으로 가고, 자신은 퇴기 월중선의 집으로 가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4년 후 데리러 오겠다는 오빠들의 말은 세월에 휩쓸려 지나가게 되고, 만덕은 결국 월중선의 수양딸이 되어 기생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버릴 수 없는 꿈이 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거상이 되겠다는 꿈 ㅡ.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거상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는 그녀는 과연..?! 

 

『숨비소리』는 300페이지가 되지 않는 분량이 무척 아쉽게 느껴지는 책이라고 할 것 같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상이 되는 과정이나 그 이후의 모습들이 적게 다루어지는 것 같기에 그렇기도 하고, 재미있기에 그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도 참 쉽게 쓰여 있다. 성인이 아닌 아이들이 읽기에도 전혀 무리라 없으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원해서 가는 길은 아니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 

뒤로 잠시 물러서거나 먼 길을 돌아서 가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 p117 

 

만덕은 원하는 길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길을 가기위해서, 원하지는 않아도 갈 수밖에 없는 길이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걸어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금 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말이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냥 그런 삶에 휘둘려 살아갈 생각은 없지 않은가?! 지금 걷고 있는 길 위에 내가 원하는 또 다른 길이 언젠가는 드러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강렬한 꿈만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ㅡ. 

 

어떤 꿈을 이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 처음 생각을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그만의 생각을 고집한 만덕은 역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 같다. 매점매석이 활개 치던 그 당시 제주를 바로잡고자 노력하면서, 동시에 제주 백성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제공하고자 했던 모습 ㅡ. 그 모습과 생각은 거상이 되기 전과 후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또한 제주에 닥친 위기에, 자신의 전 재산을 제주의 동지들에게 주었던 모습은 오늘날의 막강한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과의 극심한 대조까지 보여주기도 한다 ㅡ. 

 

“넌 왜 밤에만 피니? 사람들이 보는 게 부끄러워?” 

항상 음지에서 남자들에게 순종하며 살아가야 하는 

조선 여자들의 처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꽃이었다. - p95 

 

달맞이꽃을 바라보며 측은해하고, 달맞이꽃으로 비춰지기도 하던 만덕이 그 틀을 깨고 세상으로 나아간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 홀로 우뚝 서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함께 우뚝 섰다는 사실이다. ‘함께’라는 말을 통해서 보다 높이 올라섰지만, 보다 낮게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사람 ㅡ. 그 누가 감히 그녀를 칭송하지 않을 수 있을까?! 추사 김정희가 써서 보냈다는 “은광연세(恩光衍世, 은혜로운 빛이 세상에 널리 퍼진다)” 라는 말이 가슴으로 오롯이 느껴지는 이름, ‘김만덕’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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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의 기술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연애편지를 언제 써서 보내봤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받는 것은 즐기지만(?!), 반대로 주는 것은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편지’ 라는 그 자체가 어색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뭐, 그래도 ‘메일’ 정도라면 그나마 조금 낫기는 하지만……. 어쨌든,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연애편지를 찾은 이유는 뭘까?! 그것도 ‘기술’까지 붙여서, 『연애편지의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ㅡ.

 

 

 

 

나와는 반대로 『연애편지의 기술』의 ‘모리타 이치로’는 편지를 쓴다. 그것도 엄청나게 ㅡ. 한 권의 책이 그가 쓴 편지로 이루어져있으니 뭐… 사실 모리타 이치로는 교토에서 멀리 떨어진 노토 반도의 연구소에서 해파리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다. 낯선 곳에서의 고독감을 덜어내고자 그는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단순히 편지를 위한 편지를 쓰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엄청난 야망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연애편지를 대필하는 벤처회사를 세우고, 어떠한 여자라도 편지 한 통으로 유혹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뭐, 그렇게 세계정복을 하겠단다 ㅡ. 참 멋진 친구다!!

앞에서 살짝 말했듯이, 『연애편지의 기술』은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이 아니라 모리타의 편지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칫 잘못하면 한없이 지루해질 수도 있는 방식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전작들을 통해서 ‘즐거움’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 의 글이기에 그런 우려는 말끔하게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연애편지의 기술』은 모리타의 편지로만 구성되어 있지만, 그 상대의 다양함으로도 그 우려를 떨쳐낼 수 있는 듯하다. 교토의 대학원 친구인 고마쓰자키, 선배 오쓰카, 예전에 과외를 했던 초등학생 마미야 군, 대학 선배이자 작가인 모리미 도미히코(응?!), 여동생 가오루, 그리고 그가 사모하는 이부키 나쓰코 씨가 그 상대들이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제할 수 없을 정도의 장난기 가득한 거침없는 멘트들이 나오기도 하고, 가끔씩은 너무 싱거워 소금이라도 쳐줘야 될 것 같은 멘트들도 날아다니지만, 깊은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재미와 그 속에 감춰진 어떤 감정들까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ㅡ.

역시 연애라는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풋풋함을 간직하고 있는 청춘을 떠올리게 만든다. ‘어떠한 여자라도 편지 한 통으로 유혹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술을 익히는 것’을 목표로 하는 모리타도, 실제로는 사랑하는 한 사람에게 연애편지를 쓰기 위한 위장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왠지 뭔가 머쓱하지만 쉽사리 떨쳐내지도 못하는 그 느낌, 그 사랑, 그 풋풋함 들이 손으로 만져지는 듯하다. 오늘은 나도 왠지 편지를 한 통 써봐야 할 것 같은 날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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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2010-05-03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8년의 동행
미치 앨봄 지음, 이수경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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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직전에 읽은 책이 추리, 스릴러 장르의 책이었다. 일가족 살인 사건을 다룬… 남편과 아내, 그리고 그들의 귀여운 두 아이가 누군가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살인사건도 물론 문제지만, 그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런 씁쓸함이 가득한 책에 이어서 읽게 된 것이 『8년의 동행』, 바로 이 책이다 ㅡ.  

 
“아름답지 않은가?”
네?
“인생 말이야.” - p49

 

내가 바로 직전에 읽은 책으로 인해 인간의 저 밑바닥에 깔려있는 잔인함과 그로인한 세상사의 부조리를 비롯한 어두운 단면들에 대해 어떤 회의감이 들었다면, 『8년의 동행』을 통해서 그것과는 전혀 반대의 감정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어둠과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생각할 수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 시작해 밝은 곳으로 나왔기에 그 아름다움이 더더욱 크게만 보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닌 감동이 함께하는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라도 감히 쉽게 지워내지 못할 것이다.

태조에 있었던 질문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내 추도사를 써 주겠나?” 라는 하나의 질문과 “하나님, 절 살려 주시겠습니까?” 라는 또 다른 질문 ㅡ. 앞의 질문은 앨봄이 어렸을 때 다녔던 유대교 회당의 랍비, ‘앨버트 루이스’ 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평생, 혹은 누군가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부탁을 받은 그는 고민 끝에 받아들이게 되고, 인간으로서의 그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와의 만남을 시작하게 된다. 『8년의 동행』은 그렇게 가지게 된 만남에서 계속해서 이어지게 되는 8년 동안의 이야기이다 ㅡ. 뒤의 질문은 디트로이트의 흑인 목사 ‘헨리 코빙턴’ 이 던지는 질문이다. 마약으로 인해 죽을 위기에 처해진 젊은 날의 그가, 죽기 전(물론 그 당시에는 정말 죽을 줄 알았으니…) 마지막으로 신을 향해 외치던 것이었다. 기도 때문이었을까 결국 죽음은 그를 비켜갔고 그는 교회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노숙자들을 보살피는 열정적인 삶은 살아가는 목사가 된다.


인생에서 변치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얼마나 있던가? - p47

앞서 말했듯이 세상의 어떤 어두운 면을 먼저 바라봤기 때문인지 계속해서 그것과 비교하게 되지만, 또 한 번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언젠가 청소년의 범죄, 그 중에서도 행동 통제능력이 없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14세 미만의 자들을 보호 하기위해 존재하는 법에 대해 시선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소설을 읽었다. 14세 미만의 아이들을 구속으로 인한 사회와의 격리가 아닌 교육에 의한 가소성에 중점을 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과연 진정한 ‘갱생’이 가능하냐에 미치는 것이었다. 많은 생각들을 던져주는 이야기였지만, 쉽사리 결론은 내리지 못했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갱생’이라는 말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은 못했던 것이었다. 때문인지, 미치 앨봄이 헨리의 열정 넘치는 모습에 받았던 감동도 뒤로하고, 그의 과거 때문에 어떤 선택을 망설이게 되는 것이 남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사람이란 존재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ㅡ.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앨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들에 많은 공감을 했다.
신의 존재나 그 존재와 믿음을 함께 가지고 가는 종교에 대한 의심, 인간의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존재에 대한 의심 같은 것들 말이다. 어쩌면 그 생각들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맥을 같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의심’이 결국에는 두 명의 렙을 통해서 어떠한 ‘믿음’으로 바뀌어가는 과정 또한 앨봄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더 큰 무게를 둬야 할 것 같다.

앨봄은 성직자의 모습을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렙을 만나게 되면서 어떤 ‘믿음’을 보게 된다.
무슨 종교에서 말하는 그런 일방적이거나 갑자기 나타나는 기적 같은 믿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통해서 그 체온으로 느껴지는 믿음 말이다. 그리고 그와 다른 삶이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헨리를 통해서도 역시 같은 ‘믿음’을 만나게 된다. 다르지만 같은 두 사람 ㅡ. 그들은 그들을 지탱하는 믿음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그 믿음을 전달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결국 그 믿음이 앨봄을 비롯해 지금의 나에게까지 그 따뜻함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다 ㅡ.

오랜 시간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니 이 책으로 인해서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려가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믿음’에 대한 회의는 회의에 대한 회의, 믿음에 대한 믿음으로 바뀌어 감을 느끼리라. 차갑기만 했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느낌을 느끼리라. 그런 느낌이 우리의 세상도 더 밝고 따뜻한 믿음으로 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니 꼭 그러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자, 이제 직접 느껴보라!! 인생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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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1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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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이면 ’에이프릴’ 바에서는 연령도 직업도 다른 사람들의 모임이 시작된다. 어떤 이의 일본 전국을 방황하면서 맞닥뜨린, 믿기지 않으며 기묘하기만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기위해서 말이다. 그 어떤 이는 바로, 오렌지색 칵테일 ’보헤미안 드림’을 좋아하고, 던힐 담배를 즐기는 방랑자, 슈겐도의 행각승 ‘지장 스님’이다. 그의 두 잔째 보헤미안 드림이 비워지면 이야기는 시작된다 ㅡ.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은 ‘지방 철도와 신데렐라’, ‘저택의 가장파티’, ‘절벽의 교주’, ‘독 만찬회’, ‘죽을 때는 혼자’, ‘깨진 유리창’, ‘덴마 박사의 승천’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7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모두 다른 장소에서의 다른 사건들이지만, 그 중심에는 지장 스님이 있다. 그 7가지의 사건을 지장 스님이 들려주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사람도 아니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또한 보통의 단순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는 탐정-스님이 탐정이라니 그리 썩~ 매치가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이 되며,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된다. 당연히 주인공도 그 자신이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도 그 자신이기에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말 할 수밖에 ㅡ.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뭐냐면 ㅡ. 우선, 지장 스님은 사건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먼저 들려준다. 아, 물론 두 잔째의 보헤미안 드림이 비워지고 난 후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쭈~욱 들려주고서는 잠시 뜸을 들인다.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이정도의 이야기를 들려줬으니 풀어 볼 테면 한 번 풀어봐!’라는 식이다. 어떻게 보면 거만하기까지 한 모습이다. 대신 소설 속에서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이나 이 이야기를 읽어가는 독자들에게는 책의 중간에 멈춰 서서 스스로 직접 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시간을 잠시 주기는 하지만 결국 문제의 해결은 지장 스님 스스로가 한다. 때론 누군가 문제를 해결할 것 같은 기미가 보이면 얼른 말해버리는 얍삽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지장 스님이다. 거기에다가 술 좋아하고, 담배는 던힐만 피우니… 이거 참, 독특한 캐릭터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프릴’ 바에 모인 사람들은 그를 기다리고, 그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결국 모인 사람들 모두 지장 스님이 떠난 후, 그에 대해 금기시 되던 질문들을 서로 던진다. 그러고는 ‘재미만 있으면 거짓말이라도 상관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어쩌면 이 마지막 대화들은 작가가 독자에게 들려주는 작은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 어떤 진지함이나 심각함 보다는 재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뭐 그런..?! 어쨌든, 결론은… 독특한 캐릭터를 만나는 즐거움과, 직접 풀어나가는 미스터리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소설,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을 만났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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