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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 -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
이성길 지음 / 순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뭔가 한 번 열풍이 분다 싶으면 식을 줄 모르고 여기저기서 그 열풍에 함께 뛰어들어 휩쓸리고는 한다. 얼마 전 선덕여왕을 주인공으로 한 TV드라마와 그에 발맞춰 나온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그랬고, 최근에는 ‘김만덕’ 이라는 이름의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TV드라마와 역시 그와 시기를 같이하여 쏟아져 나오는 책들이 그렇다. 뭔가 히트를 칠 것 같은 모습에 ‘나도 한 번?!’ 이라는 생각으로 여기저기서 덤벼드는 모습들이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김만덕’ 이라는 인물도 열풍 분위기에 휩싸인다는 사실만으로 가지게 된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그냥 지나칠 뻔 했고, 나의 그런 생각들도 예전과 다름없이 계속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숨비소리』라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직접 그녀를 만나기 전 까지는 말이다 ㅡ. 

 

『숨비소리』라는 제목의 이 책을 만난 지금에는, 처음 나의 생각과는 반대로 오히려 그녀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런 생각이 드니 처음 했던 나의 생각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하였다. 선덕여왕이든 김만덕이든, 많은 이들이 그녀들을 계속해서-열풍이니 뭐니 해도- 이야기하는 것은 그녀들만이 가진 어떤 위대함이 정말 대단해서, 그렇게라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픈 마음이 앞섰기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하는… 그들만이 가지는 위대함은 나누고 또 나눠도 절대 부족함이 없는 것이기에 말이다 ㅡ. 

 

만덕은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두 오빠와 살아간다. 하지만 어머니마저 호열자로 잃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두 오빠와도 떨어져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두 오빠는 백부의 집으로 가고, 자신은 퇴기 월중선의 집으로 가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4년 후 데리러 오겠다는 오빠들의 말은 세월에 휩쓸려 지나가게 되고, 만덕은 결국 월중선의 수양딸이 되어 기생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버릴 수 없는 꿈이 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거상이 되겠다는 꿈 ㅡ.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거상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는 그녀는 과연..?! 

 

『숨비소리』는 300페이지가 되지 않는 분량이 무척 아쉽게 느껴지는 책이라고 할 것 같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상이 되는 과정이나 그 이후의 모습들이 적게 다루어지는 것 같기에 그렇기도 하고, 재미있기에 그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도 참 쉽게 쓰여 있다. 성인이 아닌 아이들이 읽기에도 전혀 무리라 없으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원해서 가는 길은 아니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 

뒤로 잠시 물러서거나 먼 길을 돌아서 가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 p117 

 

만덕은 원하는 길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길을 가기위해서, 원하지는 않아도 갈 수밖에 없는 길이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걸어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금 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말이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냥 그런 삶에 휘둘려 살아갈 생각은 없지 않은가?! 지금 걷고 있는 길 위에 내가 원하는 또 다른 길이 언젠가는 드러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강렬한 꿈만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ㅡ. 

 

어떤 꿈을 이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 처음 생각을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그만의 생각을 고집한 만덕은 역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 같다. 매점매석이 활개 치던 그 당시 제주를 바로잡고자 노력하면서, 동시에 제주 백성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제공하고자 했던 모습 ㅡ. 그 모습과 생각은 거상이 되기 전과 후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또한 제주에 닥친 위기에, 자신의 전 재산을 제주의 동지들에게 주었던 모습은 오늘날의 막강한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과의 극심한 대조까지 보여주기도 한다 ㅡ. 

 

“넌 왜 밤에만 피니? 사람들이 보는 게 부끄러워?” 

항상 음지에서 남자들에게 순종하며 살아가야 하는 

조선 여자들의 처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꽃이었다. - p95 

 

달맞이꽃을 바라보며 측은해하고, 달맞이꽃으로 비춰지기도 하던 만덕이 그 틀을 깨고 세상으로 나아간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 홀로 우뚝 서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함께 우뚝 섰다는 사실이다. ‘함께’라는 말을 통해서 보다 높이 올라섰지만, 보다 낮게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사람 ㅡ. 그 누가 감히 그녀를 칭송하지 않을 수 있을까?! 추사 김정희가 써서 보냈다는 “은광연세(恩光衍世, 은혜로운 빛이 세상에 널리 퍼진다)” 라는 말이 가슴으로 오롯이 느껴지는 이름, ‘김만덕’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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