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동행
미치 앨봄 지음, 이수경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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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직전에 읽은 책이 추리, 스릴러 장르의 책이었다. 일가족 살인 사건을 다룬… 남편과 아내, 그리고 그들의 귀여운 두 아이가 누군가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살인사건도 물론 문제지만, 그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런 씁쓸함이 가득한 책에 이어서 읽게 된 것이 『8년의 동행』, 바로 이 책이다 ㅡ.  

 
“아름답지 않은가?”
네?
“인생 말이야.” - p49

 

내가 바로 직전에 읽은 책으로 인해 인간의 저 밑바닥에 깔려있는 잔인함과 그로인한 세상사의 부조리를 비롯한 어두운 단면들에 대해 어떤 회의감이 들었다면, 『8년의 동행』을 통해서 그것과는 전혀 반대의 감정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어둠과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생각할 수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 시작해 밝은 곳으로 나왔기에 그 아름다움이 더더욱 크게만 보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닌 감동이 함께하는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라도 감히 쉽게 지워내지 못할 것이다.

태조에 있었던 질문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내 추도사를 써 주겠나?” 라는 하나의 질문과 “하나님, 절 살려 주시겠습니까?” 라는 또 다른 질문 ㅡ. 앞의 질문은 앨봄이 어렸을 때 다녔던 유대교 회당의 랍비, ‘앨버트 루이스’ 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평생, 혹은 누군가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부탁을 받은 그는 고민 끝에 받아들이게 되고, 인간으로서의 그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와의 만남을 시작하게 된다. 『8년의 동행』은 그렇게 가지게 된 만남에서 계속해서 이어지게 되는 8년 동안의 이야기이다 ㅡ. 뒤의 질문은 디트로이트의 흑인 목사 ‘헨리 코빙턴’ 이 던지는 질문이다. 마약으로 인해 죽을 위기에 처해진 젊은 날의 그가, 죽기 전(물론 그 당시에는 정말 죽을 줄 알았으니…) 마지막으로 신을 향해 외치던 것이었다. 기도 때문이었을까 결국 죽음은 그를 비켜갔고 그는 교회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노숙자들을 보살피는 열정적인 삶은 살아가는 목사가 된다.


인생에서 변치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얼마나 있던가? - p47

앞서 말했듯이 세상의 어떤 어두운 면을 먼저 바라봤기 때문인지 계속해서 그것과 비교하게 되지만, 또 한 번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언젠가 청소년의 범죄, 그 중에서도 행동 통제능력이 없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14세 미만의 자들을 보호 하기위해 존재하는 법에 대해 시선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소설을 읽었다. 14세 미만의 아이들을 구속으로 인한 사회와의 격리가 아닌 교육에 의한 가소성에 중점을 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과연 진정한 ‘갱생’이 가능하냐에 미치는 것이었다. 많은 생각들을 던져주는 이야기였지만, 쉽사리 결론은 내리지 못했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갱생’이라는 말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은 못했던 것이었다. 때문인지, 미치 앨봄이 헨리의 열정 넘치는 모습에 받았던 감동도 뒤로하고, 그의 과거 때문에 어떤 선택을 망설이게 되는 것이 남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사람이란 존재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ㅡ.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앨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들에 많은 공감을 했다.
신의 존재나 그 존재와 믿음을 함께 가지고 가는 종교에 대한 의심, 인간의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존재에 대한 의심 같은 것들 말이다. 어쩌면 그 생각들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맥을 같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의심’이 결국에는 두 명의 렙을 통해서 어떠한 ‘믿음’으로 바뀌어가는 과정 또한 앨봄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더 큰 무게를 둬야 할 것 같다.

앨봄은 성직자의 모습을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렙을 만나게 되면서 어떤 ‘믿음’을 보게 된다.
무슨 종교에서 말하는 그런 일방적이거나 갑자기 나타나는 기적 같은 믿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통해서 그 체온으로 느껴지는 믿음 말이다. 그리고 그와 다른 삶이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헨리를 통해서도 역시 같은 ‘믿음’을 만나게 된다. 다르지만 같은 두 사람 ㅡ. 그들은 그들을 지탱하는 믿음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그 믿음을 전달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결국 그 믿음이 앨봄을 비롯해 지금의 나에게까지 그 따뜻함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다 ㅡ.

오랜 시간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니 이 책으로 인해서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려가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믿음’에 대한 회의는 회의에 대한 회의, 믿음에 대한 믿음으로 바뀌어 감을 느끼리라. 차갑기만 했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느낌을 느끼리라. 그런 느낌이 우리의 세상도 더 밝고 따뜻한 믿음으로 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니 꼭 그러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자, 이제 직접 느껴보라!! 인생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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